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 개선안을 담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26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이 단통법 처리에 의지를 갖고 있는 만큼 미방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를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통법의 핵심 내용은 현재 휴대전화 구입시 암암리에 지급되고 있는 단말기 보조금의 투명화다. 즉, 이동통신사가 판매점에 보조금을 공시해서 전국 어디서나 균일한 가격으로 휴대전화 단말기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조사의 영업비밀에 준하는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는 일부 조항에 대해 삼성전자가 반발하자 미래창조과학부(미창부)는 협의를 거쳐 제조사의 입장을 반영한 수정안을 내놨다. 수정안에는 제조사의 단말기 보조금 자료 제출 조항을 3년 일몰제로 바꾸고, 제조사의 영업비밀이 노출되지 않도록 개별 회사의 자료 제출을 제조사 전체 합계 제출로 변경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단통법이 2월 중 국회에서 통과되면 8월 1일부터 시행된다. 단통법이 시행되면 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인 27만원을 넘어서지 못한다. 단통법의 시행으로 정부는 100만원대 보조금이라는 신기록을 세운 '2·11 대란'같은 사태가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 등 제조사의 입장이 반영된 단통법이 과연 보조금 문제를 잠재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소비자들은 '보조금이 왜 문제인가?', '보조금이 왜 나쁜가?'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소비자들은 정부가 보조금 규제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다고 성토한다. 또, 정부가 제조사, 통신사에게 휴대전화 단말기를 싸게 팔지 말고 오히려 비싸게 판매하라고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한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기업간 휴대전화 통신요금 경쟁, 단말기 가격 경쟁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미창부는 통신요금이 오르는 것은 방치하면서 소비자들이 단말기를 싸게 구입하는 것을 막는 해괴한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정부의 이런 정책은 소비자를 봉으로 만들면서 SKT, KT, LG 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폭리만을 보장해줄 뿐이다. 상품을 터무니없이 비싸게 파는 것을 규제하지 않고 도리어 싸게 파는 것을 규제하는 나라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보조금 문제는 조삼모사(朝三暮四)와도 같다. 보조금으로 휴대전화를 싸게 사는 소비자도 있겠지만 이동통신사는 전체 소비자의 통신요금을 올려서 마케팅 비용을 뽑아낼 것이다. 보조금도 결국 소비자의 주머니에서 나올 수 밖에 없다. 정부의 단통법 제정은 보조금을 뿌리는 마케팅 과열경쟁이 통신요금의 인상을 불러온다고 보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상행위를 시정하겠다는 발상으로 보인다.
그러나 보조금 규제로 통신요금이 싸졌는가? 보조금 규제로 단말기 가격이 떨어졌는가? 보조금 규제는 결국 이동통신사의 배만 불리게 한다. 보조금을 안줘도 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진정 소비자를 위한다면 보조금을 규제할 것이 아니라 통신요금을 강제로라도 인하시키는 정책을 써야 한다. 통신요금을 낮춰버리면 이동통신사가 보조금을 뿌릴 자금의 여력이 없어질 것이다.
통신요금 인하가 보조금 규제보다 훨씬 쉬운데도 정부는 안하고 있다. 알면서도 일부러 안하는 것 같다. 보조금 지급으로 이동통신사, 단말기 제조사 뿐만 아니라 정부도 큰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미창부는 보조금 규제 명목으로 이동통신사들로부터 거액의 벌금을 거둬들이고, 보조금 뿌리는 행위를 슬그머니 용인해주는 것을 되풀이하고 있다.
정부는 벌금을 걷어서 좋고, 이동통신사들에게 부과되는 벌금은 고율의 통신요금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제조사들은 이동통신사들이 단말기를 팔아주니 대리점도 필요없고 판촉 경쟁을 할 필요도 없다.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미창부가 보조금을 규제하는 시늉만 내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미창부와 통신사가 짜고 치는 고스톱판에서 소비자들만 봉이 되고 있다.
휴대전화 단말기를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만 판매하는 것도 문제다. 왜 상품을 반드시 서비스와 연계해서 사야만 하는가? 참 이상한 정부, 이상한 이동통신사다. 외국처럼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휴대전화 단말기를 사서 이동통신사 대리점에 가서 개통하게 하면 될 것 아닌가! 그러나, 정부도 이동통신 3사도 절대로 이런 구조로 가게 가만 놔두지는 않을 것이다. 왜? 소비자는 앞으로도 계속 봉이어야 하니까!
휴대전화 단말기 가격은 반드시 몇 십개월 이동통신사 가입이 전제되어 이동통신사의 지원금으로 형성되는 체계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사들은 통신의 질과 요금이 아니라 단말기를 싸게 파는 것으로 고객 유치 경쟁에 나서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단말기 가격 체계의 심한 왜곡은 바로 여기서 발생한다. 현재의 이동통신 시장은 정부와 단말기 제조사, 이동통신사, 유통망 등의 이익이 서로 물려 있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만 전가되는 구조다.
보조금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동통신사에서 휴대전화 단말기를 유통시키는 행위를 금지시키면 된다. 간단하다. 그렇게만 되면 단말기 가격은 빠른 시일 안에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제조사는 단말기의 품질과 가격, 이동통신사는 통신의 질과 요금으로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 이동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단말기를 구입한다면 통신요금을 당장 2만원대 이하로 낮출 수 있다.
미창부는 보조금 규제 등과 같은 헛짓거리 하지 말고 통신요금제나 낮추기 바란다. 진정 국민에게 봉사하는 정부라면 기본 통신요금 인하가 정답임을 명심하라.
2014.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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