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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떠나 길을 묻다 - 대전 롯데시티호텔을 찾아서

林 山 2014. 8. 20. 19:44


롯데시티호텔 객실에서 후배와 함께


롯데시티호텔 13층 객실에서 바라본 컨벤션센터(DCC) 네거리 새벽 풍경


롯데시티호텔에서 바라본 대전방송국(TJB) 사옥


하루종일 비가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저녁 때가 다 되어 대전광역시 유성구 도룡동 엑스포과학공원 바로 옆에 있는 롯데시티호텔에 도착했다. 홍성에서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후배가 먼저 와서 호텔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1층 로비에 있는 리셉션 데스크에서 체크인을 하고 숙소인 13층에 여장을 풀었다. 2014년 3월에 오픈했다는 롯데시티호텔은 깨끗했고 전망도 매우 좋았다. 호텔 남쪽으로 대전컨벤션센터와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대전방송국(TJB) 건물, 엑스포로, 갑천이 한눈에 들어왔다. 유등천은 컨벤션센터 네거리 건너편에서 갑천으로 흘러들고, 갑천은 북류하여 금강으로 합류하는 금강 제1지류였다.


호탤 18층 라운지에 있는 뷔페 레스토랑 씨카페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씨키페는 13층 숙소보다 전망이 훨씬 더 좋았다. 나는 평소 뷔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다. 하지만 씨카페 음식은 깔끔하고 고급스러웠다. 음식 하나하나마다 요리사의 솜씨를 엿볼 수 있었다. 포도주도 한 잔 곁들이면서 후배와 그간의 회포를 풀었다. 


SKY 법대를 졸업한 후배는 사법고시를 준비하다가 나보다 1년 늦게 한의대에 들어왔다. 정부의 특별조치로 내가 교단에 복직이 되는 바람에 우리는 학교를 같이 다니게 되었다. 죽이 잘 맞았던 우리는 형제처럼 늘 붙어다녔다. 식당에도 같이 가고, 여행이나 등산도 자주 함께 다녔다. 금강산 관광도 같이 다녀왔다. 개원을 한 뒤에는 서로 바빠서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틈틈이 만났다. 


후배의 동생도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시의원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기호 '*-가'번을 받은데다가 후배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떨어진 것은 이해가 잘 안되었다. 무엇보다 처녀 출마로 인한 경험 부족이 큰 패인이었을 거다. 또, 후배를 너무 믿고 자만심에 빠진 것도 패인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후배는 내게 '형님, 정치판에 들어가지 말고 편하게 사세요. 뭐하러 사서 고생을 하세요?' 하고 충고한 뒤, '선거에 출마했을 때 후원금이 별로 안 들어온다면 분명 떨어집니다. 권력의 냄새를 기가 막히게 잘 맡는 게 바로 돈이거든요.'라고 말했다. 정곡을 찌르는 말이었다. 보수 정치판에는 어울리지 않는 소심한 백면서생이 총만 안 든 전쟁터나 다름없는 선거에 나간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라운지에서 바라보는 대전 시가지의 야경은 휘황찬란했다. 밤의 장막을 사르는 불야성은 사람을 달뜨게 하는 그 무엇이 있었다. 후배와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니 밤이 깊어 가는 줄도 몰랐다. 수입 레드 와인을 두 병이나 비웠다. 양고기 구이와 치즈는 술안주로 안성맞춤이었다. 음식맛도 좋고, 술맛도 좋았다. 무엇보다 후배와 함께 한의대에 다니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어서 좋았다. 


밤이 이슥해서 레스토랑을 나왔다. 우리는 숙소까지 와서 헤어졌다. 후배는 대리운전을 붙러 홍성으로 돌아갔다. 나를 위해 홍성에서 대전까지 달려온 후배가 참 고마왔다. 


2014. 7.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