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유저 대열에 합류하다

피쳐 폰(feature phone) 시대의 종말을 고하고, 드디어 나도 스마트폰(smartphone) 유저(user) 대열에 합류했다. 워낙 게으른 데다가 첨단문명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 내지 저항감을 갖고 있던 나로서는 대단한 변화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사실 스마트폰의 장점을 알고 나서 얼마 전부터 기기 구입을 생각하고는 있었다. 그런데! 전국민을 호갱(Stupid customer)으로 만든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시행되면서 스마트폰 구입을 포기하고 말았다. 호갱이 되기 싫었던 것이다. 

새누리당이야 원래 자본가, 재벌 정당이니까 기대할 것도 없지만..... 새정치민주연합(새민련) 의원들도 단통법에 찬성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분노를 넘어 허탈하기까지 했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했던가!

단통법 시행 이후 아들은 스마트폰을 일본에서 직구했다. 한국산 스마트폰도 일본에서 직구하는 것이 국내보다 훨씬 싸다는 것이다. 호갱을 면하려면 해외직구가 답이라고 했다. 

외국인들에게는 싸게 팔고 내국인들에게 바가지를 씌워서 그 이윤을 보전하는 기업들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최근 가전제품과 자동차 등의 해외직구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똑똑한 소비자들이 자신들을 호갱 취급하는 기업의 제품을 외면하고 해외직구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똑똑한 소비자들의 해외직구가 계속 증가한다면? 기업과 정부 당국자, 국회의원들이 합심해서 해외직구를 막는 법안을 만들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12월에 개정될 예정인 전파법을 보더라도 그런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전파법 개정안 제58조 2의 10항은 '누구든지 적합성 평가를 받지 않은 방송통신기자재의 판매를 중재하거나 구매 대행 또는 구매 대행 또는 수입을 대행해서는 안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해외직구를 막겠다는 것이다. 

아들은 스마트폰 세계로의 입문을 권하면서 전에 쓰던 기기를 내게 보내왔다. 나이가 들면 몸에 익숙해진 것들을 버리기가 어려운 법이다. 3일 동안을 망설이다가 나는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마침내 통신사 대리점에 가서 스마트폰을 개통했다. 

호갱 신세도 면하고, 첨단기기 유저 대열에도 합류하게 되었다. 아들 덕이다. 

2014. 1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