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비엽(晩秋飛葉)
동토의 땅 시베리아에서 찬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만추(晩秋)는 북서풍과 함께 점령군처럼 진주했다. 밤새 무서리도 내렸다. 하늘은 나날이 눈이 시리도록 푸르렀다.
나무들은 비탈에 묵묵히 서 있었다. 나도 한 그루 나무가 되어 비탈에 서 있었다. 골바람이 한차례 불어왔다. 색바랜 고엽(枯葉)들은 체념한 듯 하나 둘씩 제 몸을 떠났다. 그리고, 자유가 되어 허공을 날았다. 잎이 떠난 자리엔 여름내 청청했던 추억이 흔적으로만 남아 있을 것이었다.
어디선가 이브 몽땅(Yves Montand)이 부르는 '고엽(Autumn leaves)'이 들려오는 듯했다. '고엽'은 고독한 사람들을 더 고독하게 만드는 노래였다. 그랬다. 가을은 상실의 계절이었다.
산국(山菊)
산발치 양지바른 곳에 노오란 산국(山菊)이 무리지어 피어 있었다. 가을에 가장 늦게 피어서 겨울을 맞이하는 꽃이 산국이었다. 서리맞은 산국이 지고 있었다. 북녘 어드메에서 겨울이 달려오고 있을 것이었다.
필자
산모롱이에 서서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다. 가슴 허전한 아쉬움이 거기 남아 있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2014년의 가을이 그렇게 떠나가고 있었다. 구름처럼 물처럼 내 인생도 그렇게 흐르고 싶었다.
2014.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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