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 순례기

을미년 정초 태백산 천제단에 오르다

林 山 2015. 3. 5. 11:06

2015년 2월 22일 음력으로 을미년 새해 초나흗날 태백산으로 가는 길을 떠났다. 해마다 정초에는 태백산에 올라 한배검을 모신 천제단에 참배하고 한해를 맞이하는 마음을 새롭게 가다듬곤 했었다.  

 

영월군 중동면 녹전리 단풍산


솔표 우황청심원 모델 소나무


영월군 중동면 녹전리 단풍산 남서쪽 기슭에는 솔표 우황첨심원의 광고 모델로 유명한 아름드리 소나무가 여전히 멋진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처럼 수형이 아름다우면서도 기품이 있는 소나무는 아직 본 적이 없다. 예전에 가끔 솔고개를 지나가다가 들렀던 보리밥집은 문을 닫았는지 보이지 않았다.   


상동읍 내덕리 맷돌촌두부식당


영월군 상동읍 내덕리 3대째 내려오는 맷돌촌두부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가기로 했다. 두부찌개와 두부구이, 청국장 등이 주메뉴였다. 라병선 대표는 콩을 비롯해서 고추, 배추, 마늘, 파 등 거의 모든 식자재들을 직접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한다고 했다. 평소 좋아하는 청국장을 주문했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집에서 띄웠다는 청국장이 참 구수하면서도 깊은 맛이 났다.


수더분하게 서빙을 하는 34살의 청년은 라병선 대표의 아들이라고 했다. 청년은 내가 근무했던 특전사 천마부대 출신이었다. 결혼을 했느냐고 물어보자 그는 아직 아직 미혼이라면서 쑥스러워 해다. 내가 볼 때 청년은 일등 신랑감인데, 시골에 있다 보니 신부감을 만날 기회가 없었던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 길을 떠날 채비를 갖추자 라병선 대표가 출출할 때 먹으라고 떡을 한 봉지 싸 주었다. 다음에 지나갈 기회가 있으면 다시 들르겠다는 인사를 남기고 내덕리를 떠났다.   


태백산에서 바라본 함백산


화방재 너머 유일사 매표소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눈길을 하염없이 오르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니 백두대간 함백산(咸白山, 1573m)이 장엄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함백산 정상의 중계탑과 태백선수촌이 아스라이 바라다보였다.  


망경사


망경사 용정


천제단에 오르기 전 망경사(望鏡寺)에 들렀다.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본사인 월정사(月精寺)의 말사인 망경사는 652년(진덕여왕 6) 자장(慈藏)이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정암사(淨巖寺)에서 말년을 보내던 자장은 이곳에 문수보살(文殊菩薩)의 석상이 나타났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와 절을 짓고 석상을 봉안했다고 한다. 현존 당우로는 대웅전(大雄殿)과 용정각(龍井閣), 삼성각(三聖閣), 종각(鐘閣), 요사채, 객사 등이 있다. 


해발 1,470m에 자리잡은 용정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샘이며, 여기서 흘러나오는 물은 낙동강의 원천이 된다고 한다. 용정은 공꽁 얼어붙은 채 눈속에 파묻혀 있었다.   


단종비각


망경사 바로 위에는 단종비각(端宗碑閣)이 있다. 전설에 의하면 영월에서 삼촌인 세조에 의해 죽임을 당한 단종의 혼이 백마를 타고 이곳에 이르러 태백산 산신이 되었다고 한다. 산신이 되었으면 뭐하나? 세조의 코털 하나도 건드리지 못한것을..... 승리한 자가 쓴 역사에서 패배자의 자리는 없다. 그래서 단종애사(端宗哀史)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백두대간 태백산 영봉


영봉 천왕단


천왕단 한배검 신석


태백산 영봉에서 필자


드디어 백두대간 태백산 영봉(靈峰, 1560.6m)에 올랐다. 정상에는 태풍 수준의 강풍이 불고 있었다. 한배검 제단인 천왕단(天王壇)에서 세계의 평화와 인류의 행복을 기원하는 합장반배를 올렸다. 나와 인연을 맺은 모든 사람들의 수복강녕(壽福康寧)을 빌었다. 바라는 바 모든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기를.....


백두대간 부쇠봉


태백산 영봉-부쇠봉-문수봉 능선


태백산 영봉에 서서 장엄하게 치달려가는 백두대간을 바라보았다. 백두대간은 태백산 영봉에서 동남쪽의 부쇠봉(1546.5m)에서 남서쪽으로 방향을 튼 다음 깃대배기봉(1370m)-구룡산(1345.7m)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부쇠봉 동쪽 능선에는 문수봉(1517m)과 소문수봉(1435m), 두리봉(1379m)이 솟아 있었다.  


영봉에서 바라본 장군봉


백두대간은 태백산 영봉에서 북쪽으로 장군봉(將軍峰, 1566.7m)을 지나 사길치(1130m)-화방재(어평재, 936m)로 내려선 다음 수리봉(1214m)-창옥봉(1238m)을 치올라 함백산에서 다시 한번 우뚝 솟아올랐다. 영봉에서 장군봉까지는 엎어지면 배꼽 닿을 거리였다. 


장군봉 표지석


장군봉 장군단


장군봉에서 바라본 영봉


장군단과 천왕단


태백산 최고봉 장군봉에도 칼바람이 불고 있었다. 천왕단(天王壇)에서 합장반배를 올리며 길 잃은 양들이 바른 길로 돌아오도록 축원했다. 젊은이들의 소망이 이루어지는 을미년이 되기를.....  


주목나무 고사목 지대


주목나무 고사목


주목나무 고사목에서 필자


태백산을 떠날 때가 되었다. 이제 가면 내년 이맘때쯤이나 다시 태백산을 만날 수 있을 것이었다. 하산하는 길에 주목 고사목 지대를 만났다. 주목을 흔히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을 사는 나무라고 했다. 천 년의 세월을 견뎠을 주목 앞에 서니 나도 모르게 경건한 마음이 들었다. 


을미년에는 우리나라에 좋은 일들만 일어나기를 마음속으로 빌면서 태백산을 떠나다.

    

2015.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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