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뒷목골산 약수터 아침 산행을 다시 시작하면서

林 山 2015. 5. 20. 18:55

한동안 발길을 끊었던 뒷목골산(후곡산) 약수터 아침 산행을 다시 시작했다. 며칠 전 모임에 갔다가 지인으로부터 '인격이 많이 느셨네요'라는 말을 들었다. 내 배를 보고 농담을 한 것이다. 내가 봐도 배가 많이 나왔다. 운동 겸 배도 집어 넣을 겸 해서 아침 산행을 다시 시작한 것이다. 어제 비가 내려서 그런지 땅이 축축하고 습기가 많았다.    


뒷목골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충주시


연수동 두진아파트 뒤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탓에 시야는 썩 좋지 않았다. 약수터까지 가려면 다섯 봉우리를 넘어야 했다. 사람들은 보통 네 번째 봉우리를 후곡산이라고 불렀다. 언제부터 뒷복골산이라고 불렀는지는 모르겠다. 뒷목골산 전망대에 올라 충주시가지를 내려다보니 연수동 가까운 곳만 간신히 보였다.   


아카시아꽃


찔레꽃


안개가 자욱하게 낀 산길에는 아카시아꽃과 찔레꽃 향기가 코를 찔렀다. 문득 어릴 때 아카시아꽃을 따먹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당시에는 보릿고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이었다. 아카시아꽃과 수영(싱아)을 불에 달군 평평한 돌에 올려놓고, 그 위에 납작한 돌로 누른 다음 구워서 먹기도 했다. 찔레순을 하나 꺾어서 입에 넣으니 떫은 듯 상큼한 맛이 입안 가득 전해져 왔다. 


백선꽃


때마침 백선꽃도 한창이었다. 한때 백선(白鮮, Dictamnus dasycarpus Turcz)의 뿌리에 봉삼이라는 아주 그럴 듯한 이름을 붙여서 만병통치약으로 비싼 값에 팔아먹는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도 백선 뿌리를 사고파는 사람들이 있는지 모르겠다. 


운향과(芸香科, Rutaceae)에 속한 다년생 초본인 백선의 뿌리 껍질을 한약명 백선피(白鮮皮, Dictamni Radicis Cortex)라고 한다. 백선피는 청열약(淸熱藥) 중 청열조습약(淸熱燥濕藥)에 속한다. 백선피는 성(性)이 차고(寒) 독이 없으며(無毒), 미(味)는 쓰다(苦). 귀경(歸經)은 비경(脾經)과 위경(胃經), 방광경(膀胱經)이다. 


백선피는 청열조습, 거풍해독(祛風解毒)의 효능이 있어 습열창독(濕熱瘡毒), 황수임리(黃水淋漓), 습진(濕疹), 풍진(風疹), 개선창라(疥癬瘡癩), 풍습열비(風濕熱痹), 황달뇨적(黃疸尿赤) 등을 치료한다. 따라서 백선피는 습열로 인한 피부발진, 피부미란, 가려움증, 마른버짐, 알레르기 피부염, 신경성 피부염 등의 치료에 많이 쓴다. 그 외 습열성 사지마비, 해수, 인후건조, 번갈, 두통, 통경(通經), 구충에도 응용할 수 있다. 이처럼 백선피는 한의학에서 피부습진소양(皮膚濕疹搔痒)을 치료하는 중요한 한약재다.


백선피의 약리작용으로 해열작용과 피부진균억제작용이 있음이 보고되었다. 백선피에 들어있는 Dictamnine은 개구리의 심장을 흥분시키고, 토끼의 자궁평활근을 수축시킨다. 백선의 신선한 전초를 짓찧어 피부에 붙이면 염증이 유발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백선피는 성질이 차기 때문에 하부허한증(下部虛寒證)이 있는 사람에게는 사용하지 않는다. 또한 백선피는 간독성(肝毒性)이 있어서 장기간 복용해서는 안되며, 임산부에게는 복용이 금지되어 있다. 간독성이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백선피는 아무나 함부로 복용해서는 안되는 한약재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과 중국에서는 백선이 공정생약으로 수재되어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백선이 FDA Poisonous Plant Database에 Dictamnus dasycarpus Turcz.로 수록되어 있다. 일본에서도 백선은 공정생약으로 수재되지 않았다.    


뱀딸기


길가에는 뱀딸기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다. 뱀딸기는 장미과(薔薇科, Rosaceae)에 속하는 덩굴성 여러해살이풀이다. 뱀딸기의 전초를 사매(蛇苺) 또는 지매(地苺)라고 하는데, 고혈압 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빨간 뱀딸기는 보기에 맛있어 보이지만 실제로 먹어보면 아무 맛도 없다. 


뱀딸기라는 이름의 유래는 무엇일까? 뱀이 아플 때 치료하는 딸기라 하여 뱀딸기라고 했다는 설도 있고, 뱀이 즐겨 먹는 열매라고 해서 뱀딸기라고 했다는 설도 있다. 어느 설이나 신빙성은 없어 보인다.  


때죽나무꽃


때죽나무는 이제 막 하얀 꽃망울들이 터지기 시작했다. 빗물에 젖어 있는 모습이 함초롬했다. 때죽나무의 속명 Styrax는 ‘안식향을 산출한다’는 뜻의 그리스어 Storax에서 유래되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등지에서는 때죽나무 줄기에 상처를 내서 흘러 나오는 수액을 받아 안식향을 얻었다고 한다. 


때죽나무라는 이름의 유래도 재미있다. 가을에 아래를 향해 매달린 수많은 열매의 머리가 회색으로 반질반질해서 마치 스님이 떼로 몰려있는 것 같은 모습에서 처음에는 '떼중나무'로 부르다가 때죽나무가 되었다는 것이다. 열매를 찧은 물로 물고기를 '떼'로 '죽'여 잡거나, 줄기에 때가 많은 것처럼 검게 보이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실제로 때죽나무의 열매나 잎에는 에고사포닌(Egosaponin)이라는 마취 성분이 들어 있어 물고기 잡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열매나 잎을 짓찧어 물 속에 풀면 물고기들이 에고사포닌에 취해 기절해 버린다. 에고사포닌은 기름때를 없애 주는 효능도 있어서 세제가 없던 시절에는 때죽나무 열매를 찧은 물로 빨래를 했다고 한다. 민간에서는 때죽나무의 꽃을 인후통이나 치통, 잎과 열매는 풍습통(風濕痛)의 치료에 쓰기도 했다.


약수터에 설치된 운동 기구


약수터에 설치된 체육시설


약수터 앞 공터에는 각종 운동 기구가 설치되어 있었다. 다섯 개의 봉우리를 넘어서 여기까지 체육시설을 이용하러 오는 충주시민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의아스러웠다. 약수터에 올 때마다 느낀 거지만 체육시설에서 운동하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시민들의 건강과 체력 증진을 위해 체육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혈세를 들여 설치한 체육시설에 대한 시민들의 이용률이 적다면 예산 낭비가 아닐까?


요즘은 대한민국 어디를 가나 공원 운동장, 놀이터, 등산로 등 곳곳에 체육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2013년도 조달청 전자입찰시스템인 ‘나라장터’에서 낙찰된 체육시설의 가격은 트위스트 기구 184만원, 에어워킹 288만원, 바디싯업 184만원, 노르딕머신 335만원, 레그프레스 274만원이었다. 거의 동일한 기능을 갖춘 체육시설을 시중의 체육사에서는 트위스트 기구 60만~70만원, 바디싯업 90만~100만원 등 절반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주시 관내에는 몇 개의 체육시설이 설치되어 있는지, 종류별로 얼마의 가격으로 구매했는지, 설치 과정에서 예산 낭비는 없었는지 궁금하다. 혈세로 이루어진 예산이 충주시민들을 위해서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의 여부를 감시하는 것은 충주시의회 의원들의 몫이다.     


약수터


약수터에서 바가지로 물을 떠서 시원하게 목을 축인 다음 물통에 가득 담았다. 어디선가 뻐꾹새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름 모를 새들도 저마다의 소리로 지저귀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2015. 5.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