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立春大吉', '建陽多慶' 붓글씨 입춘축
오늘 아침 중학교 동창 친구가 자필로 '立春大吉(입춘대길)', '建陽多慶(건양다경)'이라고 쓴 입춘축(立春祝)을 보내왔다. '立春大吉'은 입춘에는 크게 좋은 일이 생기기 바랍니다', '建陽多慶'은 '새해에는 기쁜 일이 많이 생기기를 바랍니다'라는 뜻이다. 입동(立冬)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입춘이라니 세월이 참 빠르다는 느낌이다.
입춘(立春)은 24절기의 시작으로 봄이 옴을 알리는 절기(節氣)이다. 입춘은 음력으로 섣달에 들기도 하고, 정월에 들기도 한다. 입춘이 섣달과 정월에 거듭 들 때도 있는데, 이를 재봉춘(再逢春)이라고 한다. 양력으로는 2월 4일경이다.
건양(建陽)은 조선 말기 고종(高宗)의 연호(年號)이다. 1895년 민비(閔妃)를 암살한 을미사변(乙未事變) 이후 관제개혁을 추진한 김홍집(金弘集) 내각은 칙명으로 조선 개국 505년(고종 33)인 음력 1895년 11월 17일을 양력 1896년 1월 1일로 정하고, 태양력 사용과 함께 건양 연호를 사용하기로 결정하였다.
민비 폐위를 기도했던 대원군(大院君)과 김홍집 내각의 각료들은 '건양 연호를 맞아 경사스런 일이 많이 생겨라'라는 뜻을 담은 '건양다경' 입춘첩을 일제히 대문에 내걸었다. 이들의 '건양다경' 입춘축을 백성들이 따라 하면서 지금까지 내려온 것이다. 여흥민씨(麗興閔氏) 후손도 대문에 '건양다경' 입춘첩을 붙이는지 어떤지 궁금하다.
입춘축에는 '입춘대길', '건양다경' 외에도 '수여산(壽如山), 부여해(富如海)', '소지황금출(掃地黃金出), 개문백복래(開門百福來)' 같은 것이 있다. '수여산, 부여해'는 '산처럼 장수하고, 바다처럼 부유해지기를 바랍니다', '소지황금출, 개문백복래'는 '땅을 쓸면 황금이 나오고, 문을 열면 온갖 복이 들어오기를 바랍니다'라는 뜻의 입춘축이다. 전라남도 구례에서는 '잡귀야 달아나라'라는 입춘축을 써 붙이기도 한다. 한지를 마름모꼴로 세워 '용(龍)'자와 '호(虎)'자를 써서 대문에 붙이는 경우도 있다.
입춘에 남모르게 적선공덕행(積善功德行)을 하면 한 해 동안 복을 받고, 액(厄)을 면한다고 한다. 장례식 때 상여꾼들이 부르는 상여소리에도 '입춘날 절기 좋은 철에 헐벗은 이 옷을 주어 구난공덕(救難功德) 하였는가?'라고 묻는 가사가 있다. 옛사람들은 적선공덕행을 하지 않으면 그해의 액을 면하지 못하고, 죽어서도 명부시왕(冥府十王)에게 심판을 받는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일 년 중 새롭게 시작하는 24절기의 첫 번째 날인 입춘이다. 입춘을 맞이하여 그늘지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적선공덕을 행하는 것은 어떨까!
2016.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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