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장거리 로켓 발사 장면(출처 뉴시스)
설 명절을 하루 앞두고 방송을 보니 금방 난리라도 터질 것 같은 분위기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에서 장거리 로켓 광명성 4호를 쏘아 올렸는가 보다. 궤도 진입 추정 이야기도 나오는 것을 보면 인공위성으로도 보인다.
단호한 조치, 철저한 대책, 한미동맹, 한미일 공조, 유엔 안보리 소집 요구 등등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군사작전권도 없는 나라가 무슨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결국 자국민용 이불 속 활개짓이 아닌가 한다.
미국 대통령 오바마와 케리는 조선이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면서 강력한 대북 제재를 주장하고 있고, 일본 수상 아베도 단호한 대처를 운운하고 있다. 중국은 '한반도의 혼란이 국제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국제사회의 반대여론을 무릅쓰고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한 것은 유감이다'라고 밝혔다.
같은 날, 같은 시간대에 러시아도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고 한다. 러시아 로켓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못하면서 조선의 로켓 발사만 가지고 호들갑을 떠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설 명절을 하루 앞두고 조선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의도는 무엇일까? 남북간 긴장을 촉발시켜서 4.13 총선에 영향이라도 주려는 것일까? 장거리 로켓 발사 능력을 과시하려는 것일까?
김정은 정권도 설날을 맞아 조선이 장거리 로켓 발사 능력을 보유한 강성대국임이 인민들 사이에 회자되기를 바란 것일지도 모른다. 세계 최빈국이라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인민들의 자아도취, 자기최면용으로도 안성맞춤이다. 장거리 로켓 개발할 돈으로 굶주리는 조선 인민들 밥 한 끼라도 배불리 먹이라고 김정은 정권에게 말하고 싶다.
설날 차례를 지내려고 모인 기족들 사이에 으뜸 화제는 단연 조선의 장거리 로켓 발사일 것이다. 수구보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차례상 앞에서 로켓풍에 대해 입에 거품을 물고 떠들어대는 광경이 눈에 선하다. 남이나 북이나 조선발 장거리 로켓풍을 일으키기에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조선발 로켓풍은 현정권의 무능한 정치, 경제 불황, 노동법 개악, 세월호 침몰 사건 등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기에 충본한 위력을 가지고 있다. 타이밍이 참으로 절묘하다.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판을 보고 있는 듯한 생각마저 든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입금'이 되었을 거란 차마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도 들려 온다. 지난 총선인가 대선 때 현 집권 여당 새누리당의 전신인 모당이 조선에 돈을 주고 총풍을 일으켜서 선거에 큰 영향을 끼치게 한 전력이 실제로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민족이면서도 남북간 반목과 대결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이 참 한심하다. 제 민족끼리는 헐뜯고 싸우면서도 다른 나라와는 혈맹 어쩌고 운운하는 지구상에서 가장 못난 남과 북이다.
조선발 장거리 로켓풍으로 난리를 치는 것은 결국 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 배치를 위한 공포분위기 조성으로 보인다. 한국과 미국, 일본이 울고 싶은 찰나에 조선이 뺨을 때려준 격이다.
사드는 미국의 대중국, 대러시아 미사일 방어망 구축을 위한 것이다. 그럼에도 사드 배치 비용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피같은 혈세로 충당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사드는 중국과 러시아에 우리의 안보를 담보잡히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미일과 중러의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질 수도 있는 것이다.
총풍이든 로켓풍이든 악풍(惡風)을 잠재울 수 있는 것은 국민들의 성숙한 정치의식 뿐이다.
2016.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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