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여행할 때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고속도로를 피해서 국도를 이용하는 편이다. 국도변으로 펼쳐지는 산천경개 (山川景槪)를 느긋하게 즐기기 위해서다. 2월 들어 세 번째 주말 국도를 이용해서 백두대간(白頭大幹) 대관령(大關嶺, 832m)에 올랐다.
백두대간 대관령
대관령은 영서(嶺西)와 영동(嶺東)을 연결하는 영동고속도로의 동쪽 마지막 고개로 대굴령, 또는 대령(大嶺)이라고도 한다. 예로부터 고개가 험해서 오르내릴 때 ‘대굴대굴 구르는 고개’라는 뜻의 대굴령에서 음을 빌려 대관령이 되었다. 영동지방으로 오는 ‘큰 관문 고개’라는 이름에서 대관령이 유래했다고도 한다.
대관령 동쪽에서 발원하는 하천은 보광천(普光川)이 되어 흐르다가 강릉남대천(江陵南大川)으로 합류하여 강릉을 지나 동해로 빠지고, 서쪽에서 발원하는 하천은 송천(松川)-골지천(骨只川)-조양강(朝陽江)-동강(東江)이 되어 흐르다가 남한강(南漢江)으로 흘러들어간다.
대관령에서 바라본 백두대간 능경봉
대관령 북쪽의 백두대간
대관령 바로 남쪽 마룻금에는 영동고속도로 준공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영동고속도로는 인천광역시 남동구에서 강원도 강릉시 성산면까지 서해안과 동해안을 횡단하는 고속도로 제50호선으로 총 연장은 234.4㎞이다. 신갈∼새말 구간은 1971년 12월, 새말∼강릉간 97㎞와 강릉∼동해간 30㎞는 1975년 10월에 개통되었다.
대관령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백두대간 능경봉(陵京峰, 1,123m)이 보인다. 백두대간은 닭목령(700m), 고루포기산(1,238m), 능경봉, 대관령을 넘어서 북쪽으로 선자령(仙子嶺, 1,157m), 곤신봉(坤申峰, 1,131m), 매봉(1,173m), 소황병산(小黃柄山, 1,328m), 노인봉(老人峰, 1,338m)을 지나 진고개(泥峴, 960m)로 이어진다.
대관령 지역은 황병산(黃柄山, 1,407m)과 노인봉, 선자령, 능경봉, 고루포기산, 발왕산(發旺山, 1,458m) 등 높은 산들로 둘러싸인 해발고도 700m 이상의 구릉성 산지로 이루어져 있다. 1972년부터 시작된 초지조성(草地造成)으로 삼양축산, 한일목장, 병지목장 등 대규모 목장들이 들어서 대관령 지역은 목축 중심지로 떠올랐다.
조선시대에는 대관령 정상에 대령원(大嶺院), 횡계리에 횡계역이 있었다. 영동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지금은 교통량이 크게 감소하였다. 대관령 정상에는 대관령휴게소가 있다.
대관령 풍력발전기
대관령에는 2기의 풍력발전기가 세워져 있다. 높이 60m의 하얀 기둥 위에 설치된 직경 90m짜리 풍력발전기의 하얀색 날개가 강풍을 받아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다. 평창군 도암면 횡계리 삼양축산과 한일목장 초지 내에는 2006년 조성된 대관령 풍력발전단지가 있다. 대관령 지역에는 2MW급 풍력발전기가 총 49기 설치되어 있다. 대관령에서 선자령에 이르는 백두대간에 세워진 풍력발전기들은 다소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대관령에서 바라본 강릉 시내
대관령에 서서 동쪽을 바라보면 강릉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그 뒤로 드넓은 동해바다가 펼쳐져 있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수평선은 그 경계가 모호하다. 어디까지가 바다이고 어디까지가 하늘인지 모르겠다. 바다가 그대로 하늘로 이어진 것 같다.
서울에서 왔다는 단체산행객 3명이 선자령에서 초막골로 내려가야 되는데 대관령으로 내려왔다고 약속 장소인 초막교까지 태워달라고 부탁했다. 일행을 초막교까지 태워주니 일행 중 한 사람이 고맙다고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주었다. 몇 번을 사양해도 중년 남성은 반강제로 만 원짜리를 내 손에 쥐어주고는 도망치듯이 내렸다. 내가 지폐를 도로 창밖으로 던지니 그는 기어이 차안으로 다시 던져 넣어 주었다.
나도 산행을 하다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은 적이 많다. 산길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서슴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곤 한다.
서울에서 온 산행객들 덕분에 강릉 염전해변에서 가자미 세꼬시 회덮밥 맛있게 잘 먹었다. 회덮밥 한 그릇 값이 만 원이었다. 기분이 좋은 하루였다.
2016.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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