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속리산 천왕봉을 떠난 한남금북정맥은 칠장산에 이르러 한남정맥과 금북정맥으로 갈라진다. 칠장산을 떠난 한남정맥은 경기도 안성시 삼죽면 기솔리와 보개면 남풍리 경계 지점에 솟은 국사봉(國師峰, 438m)으로 이어진다.
안골고개에서 바라본 국사봉
안골고개에서 바라본 국사봉
국사봉은 국사신앙으로 유명한 곳이다. 국사봉이라는 이름은 고려 때 도선국사가 미륵사를 세우고 수도한 데에서 유래한다. 옛날에는 국사봉 골짜기마다 사찰도 많고, 승려도 많았다고 한다.
국사암 전경
국사암 전경
국사봉 정상 남쪽 바로 밑에는 국사암(國師庵)이라는 절이 있다. 국사암 극락전 동쪽 바로 곁에는 3구의 아담한 석조여래입상(石造如來立像, 안성시 향토유적 제42호) 일명 궁예미륵(弓裔彌勒)이 남쪽을 바라보고 서 있다. 국사암 서쪽 능선 너머에는 쌍미륵사가 있고, 쌍미륵사 경내에는 2구의 기솔리 석불입상 일명 쌍미륵, 남녀미륵이 있다.
국사암 석조여래입상(궁예미륵)
국사암 석조여래입상(궁예미륵)
국사암 석조여래입상(궁예미륵)
본존미륵
좌협시미륵
우협시미륵
궁예미륵은 궁예 삼부자라는 설이 전해 온다. 911년 국호를 태봉(泰封), 연호를 수덕만세(水德萬歲)라고 정한 궁예는 미륵불을 자칭하고, 큰 아들은 신광보살(神光菩薩), 막내 아들은 청광보살(靑光菩薩)이라고 하였다. 한편 미륵의 화신을 자청한 궁예가 중앙불은 자신, 좌불은 문관, 우불은 무관을 각각 상징하도록 만들었다는 전설도 있다. 기솔리 마을에서는 옛날부터 이 불상들을 궁예미륵이라 불렀고 매우 영험하다고 믿었다. 또 이 불상 아래에서 나오는 약수는 병의 치료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죽산의 옛땅 죽주는 신라 말기에 기훤(箕萱)이 봉기했던 곳이다. 궁예는 죽산의 실질적인 지배자였던 기훤에게 의탁하려고 찾아갔다. 그러나, 기훤은 궁예에게 무례하게 대했다. 궁예는 결국 기훤을 떠나 북원의 양길에게 몸을 의탁했다. 견훤(甄萱)과 자웅을 겨룰 정도로 세력을 키운 궁예는 이후 죽주까지 손에 넣고 미륵을 자처했다.
어쩌면 궁예는 부처의 좌우에 보살을 안치하듯 자신도 좌우보처를 거느리며 국태민안과 천수를 누리려는 염원으로 이같은 미륵불을 조성했거나, 아니면 궁예의 추종자가 이 미륵불을 조성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 미륵불은 자세한 내력은 알 수 없으나 궁예와 인연이 있는 불상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국사봉이란 산 이름도 기훤이나 궁예의 염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한다.
궁예미륵은 작고 아담하며, 매우 소박한 양식으로 조성되었다. 가운데 본존미륵은 좌우협시미륵보다 키가 약간 더 크다. 불상들의 발목 이하는 땅에 매몰되어 있어 전체적인 크기는 알수 없다.
본존미륵의 지상고는 3.2m이고, 3단의 원형보개를 육계에 끼워 놓았다. 얼굴은 타원형이고, 두 귀는 길게 어깨까지 내려와 있다. 오른손은 가슴에서 손가락을 안으로 모으고, 왼손은 배에 댄 채 손가락을 펴고 있다. 법의는 통견이고, 양팔에는 주름을 도식적으로 새겼다. 하반신의 U자형 주름은 군의를 착용했음을 시사하며, U자형 주름 위에는 연화문이 새겨져 있다.
우협시미륵과 좌협시미륵도 원형보개를 쓰고, 본존미륵과 유사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우협시미륵은 보검, 좌협시미륵은 약합을 들고 있다. 보검을 육환장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좌협시미륵의 보개는 파손이 되어 있다. 좌우협시미륵의 옷주름은 본존미륵의 옷주름보다 간략하게 처리하였다. 불상의 후면에는 아무런 조각도 하지 않았다.
궁예미륵은 일반적인 불상과는 많이 다르다. 이 불상들은 문인석이나 무인석에 가깝고, 신체에 비해 보개가 지나치게 크며, 손 모양도 수인이 아니라 선비들이 읍을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목도 지나치게 짧고, 얼굴은 불상이 주는 이미지가 거의 나타나 있지 않다. 궁예미륵은 조각 수법이나 형태로 보아 조선 후기나 근대에 미륵신앙의 유행과 더불어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2016.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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