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유적 명산 명승지

충주호 종댕이길을 걷다

林 山 2016. 10. 24. 10:12

충주호반을 따라 심항산(心項山, 385m)을 한 바퀴 돌아오는 종댕이길을 걷기로 했다. '종댕이'는 종민동 상종, 하종 마을의 옛이름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충청도 사투리가 섞인 어원이다. 산발치를 따라 종댕이길이 빙 돌아가는 심항산을 종댕이산이라고도 불렀다. 종댕이길은 드넓은 충주호와 자연 그대로의 숲을 완상할 수 있는 오솔길이다. 종댕이길 나들목에서 심항산을 한 바퀴 돌아오는데 2~3시간이면 충분하다. 경사도 완만하여 힘도 별로 들지 않는다.  


충주호 종댕이길 나들목


종댕이길 초입


생태연못


종댕이길 나들목에는 '충주호 종댕이길 안내소'가 있다. 이곳에는 숲해설가들이 상주하여 계명산과 심항산, 충주호 종댕이길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안내소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종댕이길이 시작된다. 종댕이길에는 생태연못도 조성해 놓았다. 전망대 겸 쉼터인 원터정에 오르면 목벌동 일대와 충주호를 감상할 수 있다.   


삼형제나무


삼형제나무다. 참나무 세 그루가 형제처럼 가까이 붙어 있어서 그런 이름을 붙였을 게다. 하지만 이런 나무에까지 삼형제나무란 이름을 붙인 것은 솔직히 좀 지나친 것이 아닌가 싶다. 삼형제에 걸맞는 무슨 전설 같은 것이 서려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충주호


심항산 남쪽 종댕이길에서는 목벌동 일대와 충주호가 한눈에 바라보인다. 남산(南山, 636m)도 볼 수 있다. 호수에 비친 하늘과 구름, 산 그림자가 잔물결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풍경이 참 평화로와 보인다. 이런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세파에 찌든 몸과 마음이 어찌 저절로 치유되지 않으리요!  


종댕이고개


모자나무(종댕이나무)


밍계정


종댕이고개 입구에는 천하대장군(天下大將軍)과 지하여장군(地下大將軍) 장승을 세워 놓았다. 장승은 악귀를 쫓는 벽사(辟邪)의 의미가 있다. 종댕이고개를 넘으면 수명이 한 달씩 늘어난다는 이야기도 있다. 믿거나 말거나다.


종댕이고개를 넘으면 팔각정자인 밍계정과 모자나무(母子木, 종댕이나무)가 나온다. 밍계정은 종민동 밍계 마을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무자나무는 자라면서 서로 붙어버린 참나무에 붙인 이름이다. 그런데 하필 모자나무란 이름을 붙였는지 모르겠다. 서로 붙은 모자라니! 좀 이상하지 않은가? 부부목, 연인목이란 이름이 훨씬 더 좋지 않을까! 사물의 명명에도 문학적 또는 미학적 상상력이 필요한 법이다.


충주호


필자


심항산 동쪽 종댕이길에서는 충주호와 호수를 둘러싼 산들이 한폭의 진경산수화로 다가온다. 드넓은 호수와 가없는 하늘, 푸르른 숲은 사람의 마음을 저절로 탁 트이게 만든다. 하늘과 땅 사이에 나도 하나의 자연물로 서다.  


충주호


소원바위


출렁다리


출렁다리에서 바라본 충주호


심항산의 복쪽을 돌아 북동쪽에 이르면 또 다른 충주호의 풍경이 펼쳐진다. 동량면 조동리와 화암리 일대는 물론 지등산(地登山, 534.6m)과 부대산(富大山, 626.9m), 주봉산(珠峰山, 643m)도 보인다. 지등산은 충주의 천지인(天地人) 삼등산(三登山) 중 하나이다. 


소원바위를 만나면 소원을 한번 빌어보는 것도 좋겠다. 뭐 밑져야 본전 아니겠는가! 이 바위도 애초에 이름이 없던 것을 종댕이길을 조성하면서 갖다 붙였을 것이다. 


출렁다리는 현수교라서 사람이 건널 때마다 다리의 상판이 출렁거려 약간의 긴장감을 준다. 짜릿함을 즐기는 사람들은 재미삼아서 출렁다리를 한번 건너갔다가 돌아오는 것도 좋겠다. 다만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무서울 수도 있다.


종댕이길을 한 바퀴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힐링이 필요한 사람들은 종댕이길을 걸어 보라.   


2016. 9.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