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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정자기행] 정철의 송강정을 찾아서 6

林 山 2017. 7. 12. 11:02

강원도 관찰사로 나간 정철 내외금강, 해금강, 관동팔경을 유람하고 '관동별곡(關東別曲)'을 짓다. 또, 백성들을 계몽하고 교화하기 위해 '훈민가(訓民歌)'를 쓰다. 


1580년(선조 13) 1월 45살의 정철은 강원도 관찰사를 제수받고 다시 벼슬길에 올랐다. 강원도 관찰사로서 그는 영월 땅에 표석도 없이 버려진 단종(端宗)의 묘를 수축하여 제사를 올리게 하였으며, 고을의 관리들을 깨우쳐 인도하는 글인 '유읍재문(諭邑宰文)'을 지어 강원도내 수령들에게 보내 정사의 근본이 풍화에 있음을 강조했다. 


담양 죽록정(송강정)


강원도 관찰사로 제수되어 원주에 부임한 정철은 3월 관동팔경(關東八景)과 내외금강(內外金剛), 해금강(海金剛)을 유람하러 떠났다. 금강산으로 들어가던 중 그는 창도역(昌道驛) 벽에 걸려 있는 정유일(鄭惟一)의 시를 보고 반가움과 그리움에 눈물을 흘리면서 '창도역벽상견정자중시(昌道驛壁上見鄭子中詩)'를 지어 읊었다. 자중(子中)은 정유일(鄭惟一)의 자다. 


창도역벽상견정자중시(昌道驛壁上見鄭子中詩)-창도역 벽에서 정자중의 시를 보고(정철)


 飇輪去此欲何之(표륜거차욕하지) 바람 수레 여길 떠나 어디로 가려하는가

 獨立蒼茫結遠思(독립창망결원사) 홀로 서서 아스라이 먼 생각에 잠기었네

 千里秦城病司馬(천리진성병사마) 사마상여는 천 리 밖 진성에서 병들었고

 三年楚郡老樊遲(삼년초군노번지) 번지는 초군에서 삼 년 동안 늙어갔구나

 已經離別同弦矢(이경리별동현시) 활줄과 화살 같은 이별은 이미 겪었지만

可耐幽明異路岐(가내유명이로기) 유명의 길 달라졌으니 이를 어찌 견디랴

靑鶴峯頭望仙裏(청학봉두망선리) 청학봉 꼭대기 까마득한 망선대 위에서

 月明中夜倘相期(월명중야당상기) 달밝은 밤에 서성이다 만날 수 있으려나

이 시에는 '攬涕之餘, 遂步其韻(눈물을 흘린 나머지 그 운에 따라 짓다.)'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이황의 문인인 정유일은 대사간, 승지까지 지냈으며, 시부(詩賦)에도 뛰어나 선비들 사이에 명망이 높았다. 그는 성리학에 있어서도 주자학의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을 발전시켜 이기호발설(理氣互發說)을 사상의 핵심으로 삼았다. 그는 이가 발하여 기가 이에 따르는 것이 사단(四端), 기가 발하여 이가 이것을 타는 것이 칠정(七情)이라 주장한 퇴계설을 더욱 발전시켰다.

'표륜(飇輪)'은 풍륜(風輪)과 같은 말이다. 회오리바람으로 가는 수레, 태양(太陽)을 뜻한다. 우거표륜(羽車飇輪)은 신선이 타는 수레다. '창망(蒼茫)'은 '넓고 멀어서 아득하다, 창망하다, 망망하다'의 뜻이다. '진성(秦城)'은 혼란했던 진(秦)나라의 궁중처럼 치열한 권력투쟁이 끊임없이 벌어지는 당시의 조정을 비유할 때 쓰는 표현이다. 사마상여(司馬相如)가 죽은 곳이 무릉(茂陵)인데, 지금의 산시성(陝西省) 싱핑현(興平縣) 북동쪽이다. 무릉이 옛 진나라 땅이어서 진성이라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한다. '병사마(病司馬)'는 한(漢)나라 사마상여가 소갈병(消渴病, 당뇨병)을 앓고 있었음을 말한다. 사마상여는 '자허부(子虛賦)', '상림부(上林賦)'를 지은 유명한 부(賦) 작가다. 그는 한나라 재벌 딸 탁문군(卓文君)과의 로맨스로도 유명하다. '초군(楚郡)'은 진나라 회양군(淮陽郡), 한나라 이후 팽성군(彭城郡)의 별명이다. 지금의 후난(湖南), 후베이(湖北)를 통털어 초(楚)라고 하였다. 남쪽 지방을 비유한 말이다. '번지(樊遲)'는 공자의 제자다. 사마상여와 번지는 정유일을 비유한 것이다. '현시(弦矢)'는 당기자마자 활줄을 떠나는 화살처럼 빠른 이별을 비유한 말이다. 

정철은 또 금강산 가는 길에 산문을 나서는 스님을 만났다. 스님을 만난 정철은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을까 기대하면서 '풍악도중우승(楓嶽道中遇僧)'을 읊었다. 

풍악도중우승(楓嶽道中遇僧)-풍악 가는 길에 중을 만나서(정철)

前途有好事(전도유호사) 앞 길엔 좋은 일이 있는가
僧出白雲間(승출백운간) 스님 흰 구름 새로 나오네
 萬二千峯樹(만이천봉수) 일만이천 봉우리 나무들이
 秋來葉葉丹(추래엽엽단) 가을엔 잎마다 붉어지나니


관동팔경과 내외금강, 해금강을 유람하고 돌아온 정철은 그 뛰어난 경치와 감흥을 담은 '관동별곡(關東別曲)'을 지었다. 


관동별곡(關東別曲)-정철 


江강湖호애 病병이 깁퍼 竹듁林님의 누엇더니, 關관東동 八팔百ᄇᆡᆨ 里니에 方방面면을 맛디시니, 어와 聖셩恩은이야 가디록 罔망極극ᄒᆞ다. 延연秋츄門문 드리ᄃᆞ라 慶경會회南남門문 ᄇᆞ라보며, 下하直직고 믈너나니 玉옥節졀이 알ᄑᆡ 셧다. 平평丘구驛역 ᄆᆞᆯ을 ᄀᆞ라 黑흑水슈로 도라드니, 蟾셤江강은 어듸메오, 雉티岳악이 여긔로다.(강호에 병이 깊어 대숲에 누웠는데 관동 8백 리 방면을 맡기시니, 아, 임금의 은혜는 끝이 없구나. 경복궁 연추문으로 달려들어가 경회루 남문을 바라보며 하직인사하고 물러나니 옥부절이 앞에 서 있구나. 평구역에서 말을 갈아타고 흑수로 돌아 들어가니, 섬강이 어디인가 여기가 치악이로구나.)

昭쇼陽양江강 ᄂᆞ린 믈이 어드러로 든단 말고. 孤고臣신 去거國국에 白ᄇᆡᆨ髮발도 하도 할샤. 東동州ᄌᆔ 밤 계오 새와 北븍寬관亭뎡의 올나ᄒᆞ니, 三삼角각山산 第뎨一일峯봉이 ᄒᆞ마면 뵈리로다. 弓궁王왕 大대闕궐 터희 烏오鵲쟉이 지지괴니, 千쳔古고 興흥亡망을 아ᄂᆞᆫ다, 몰ᄋᆞᄂᆞᆫ다. 淮회陽양 녜 일홈이 마초아 ᄀᆞᄐᆞᆯ시고. 汲급長孺유 風풍彩ᄎᆡ를 고텨 아니 볼 게이고.(소양강 흐르는 물은 어디로 가는가? 한양 떠난 외로운 신하는 흰 머리만 늘어가누나. 동주에서 밤을 겨우 지새고 북관정에 오르니, 삼각산 제일봉이 거의 보일 것만 같구나. 궁예왕의 대궐터에서 까막까치 지저귀니 나라의 흥망을 아는가 모르는가? 옛날 중국 한나라의 회양 땅과 마침 같으니, 급장유의 풍채를 이 곳에서 다시 볼 것인가.)

營영中듕이 無무事ᄉᆞᄒᆞ고 時시節졀이 三삼月월인 제, 花화川쳔 시내길히 風풍岳악으로 버더 잇다. 行ᄒᆡᆼ裝장을 다 ᄯᅥᆯ티고 石셕逕경의 막대 디퍼, 百ᄇᆡᆨ川쳔洞동 겨ᄐᆡ 두고 萬만瀑폭洞동 드러가니, 銀은 ᄀᆞᄐᆞᆫ 무지개, 玉옥 ᄀᆞᄐᆞᆫ 龍룡의 초리, 섯돌며 ᄲᅮᆷᄂᆞᆫ 소ᄅᆡ 十십里리의 ᄌᆞ자시니, 들을 제ᄂᆞᆫ 우레러니 보니ᄂᆞᆫ 눈이로다.(영중이 무사하고 시절은 삼월인데, 화천 시내길은 풍악으로 뻗어 있다. 여장을 간편히 꾸리고 좁은 산길에 지팡이 짚고, 백천동 지나서 만폭동 들어가니, 은 같은 무지개, 옥 같은 용 꼬리가 섞여 떨어지는 폭포 소리가 십 리 밖까지 울려 퍼지니, 들을 때는 천둥소리 같더니, 바라보니 눈처럼 흩날리는구나.)

金금剛강臺ᄃᆡ ᄆᆡᆫ 우層층의 仙션鶴학이 삿기 치니, 春츈風풍 玉옥笛聲셩의 첫ᄌᆞᆷ을 ᄭᆡ돗던디, 縞호衣의玄현裳샹이 半반空공의 소소 ᄯᅳ니, 西셔湖호  主쥬人인을 반겨셔 넘노ᄂᆞᆫ ᄃᆞᆺ.(금강대 꼭대기에 학이 새끼를 치니, 옥피리 소리 같은 봄바람에 선잠을 깨었던지, 흰 저고리, 검은 치마를 입은 듯 학이 공중에 높이 솟아오르니, 서호의 옛 주인인을 반기는 듯, 나를 반겨서 노는 듯하구나.) 

小쇼香향爐노 大대香향爐노 눈 아래 구버보고, 正졍陽양寺ᄉᆞ 眞진歇헐臺ᄃᆡ 고텨 올나 안ᄌᆞᆫ마리, 廬녀山산 眞진面면目목이 여긔야 다 뵈ᄂᆞ다. 어와, 造조化화翁옹이 헌ᄉᆞ토 헌ᄉᆞ할샤. ᄂᆞᆯ거든 ᄯᅱ디 마나, 셧거든 솟디 마나. 芙부蓉용을 고잣ᄂᆞᆫ ᄃᆞᆺ, 白ᄇᆡᆨ玉옥을 믓것ᄂᆞᆫ ᄃᆞᆺ, 東동溟명을 박ᄎᆞᄂᆞᆫ ᄃᆞᆺ, 北북極극을 괴왓ᄂᆞᆫ ᄃᆞᆺ. 놉흘시고 望망高고臺ᄃᆡ, 외로올샤 穴혈望망峰봉이 하ᄂᆞᆯ의 추미러 무ᄉᆞ 일을 ᄉᆞ로리라 千쳔萬만劫겁 디나ᄃᆞ록 구필 줄 모ᄅᆞᄂᆞᆫ다. 어와 너여이고, 너 ᄀᆞᄐᆞ니 ᄯᅩ 잇ᄂᆞᆫ가.(소향로봉, 대향로봉을 눈 아래 굽어보고, 정양사, 진헐대에 올라 앉아 보니, 중국 여산의 참모습이 여기서 다 보이는 듯하구나. 아아, 조물주의 재주가 대단하구나. 나는 듯 뛰는 듯, 우뚝 서 있는 듯 솟아 오르는 듯하구나. 연꽃을 꽃아 놓은 듯, 백옥을 묶어 놓은 듯, 동해 바다를 박차고 일어나는 듯, 북극을 받치고 있는 듯하다. 높이 솟은 망고대, 외로운 혈망봉은 하늘에 치밀어 무슨 일을 아뢰려고 수많은 세월이 지나도록 굽힐 줄을 모르느냐? 아, 너로구나. 너 같은 것이 또 있겠는가?)

開ᄀᆡ心심臺ᄃᆡ 고텨 올나 衆듕香향城셩 ᄇᆞ라보며, 萬만二이千쳔峯봉을 歷녁歷녁히 혀여ᄒᆞ니 峰봉마다 ᄆᆡᆺ쳐 잇고 긋마다 서린 긔운, ᄆᆞᆰ거든 조티 마나, 조커든 ᄆᆞᆰ디 마나. 뎌 긔운 흐터 내야 人인傑걸을 ᄆᆞᆫᄃᆞᆯ고쟈. 形형容용도 그지업고 體톄勢세도 하도 할샤. 天텬地디 삼기실 제 自ᄌᆞ然연이 되연마ᄂᆞᆫ, 이제 와 보게 되니 有유情졍도 有유情졍ᄒᆞᆯ샤. 毗비盧로峰봉 上샹上샹頭두의 올나 보니 긔 뉘신고. 東동山산 泰태山산이 어ᄂᆞ야 놉돗던고. 魯노國국 조븐 줄도 우리ᄂᆞᆫ 모ᄅᆞ거든, 넙거나 넙은 天텬下하 엇ᄯᅵᄒᆞ야 적닷 말고. 어와, 뎌 디위ᄅᆞᆯ 어이ᄒᆞ면 알 거이고. 오ᄅᆞ디 못ᄒᆞ거니 ᄂᆞ려가미 고이ᄒᆞᆯ가.(개심대에 다시 올라 중향성봉 바라보며, 만이천 봉을 똑똑히 헤아려 보니, 봉마다 맺혀 있고 끝마다 서린 기운, 맑거든 깨끗하지나, 깨끗하거든 맑지나 말 것이지. 저 기운 흩어 내어 뛰어난 인재를 만들고 싶어라. 형상이 다양하기도 하구나. 천지가 생길 때 저절로 된 것이지만, 이제 와서 보니 조물주의 뜻이 깃들어 있구나. 비로봉 정상에 올라 본 사람이 누구던가? 동산과 태산 어느 것이 높단 말인가? 노나라가 좁은 줄도 우리는 모르는데, 넓고 넓은 천하를 어찌하여 작다고 했단 말인가? 아! 저 경지를 어찌하면 알 수 있을까? 오르지 못해 내려가는 것이 무엇이 이상할까?)

圓원通통골 ᄀᆞᄂᆞᆫ 길로 獅ᄉᆞ子ᄌᆞ峰봉을 ᄎᆞ자가니, 그 알ᄑᆡ 너러바회 化화龍룡쇠 되어셰라. 千쳔年년 老노龍룡이 구ᄇᆡ구ᄇᆡ 서려 이셔, 晝듀夜야의 흘녀 내여 滄창海ᄒᆡ예 니어시니, 風풍雲운을 언제 어더 三삼日일雨우ᄅᆞᆯ 디련ᄂᆞᆫ다. 陰음崖애예 이온 플을 다 살와 내여ᄉᆞ라.(원통골의 좁은 길로 사자봉을 찾아가니, 그 앞의 넓은 바위가 화룡소가 되었구나. 천 년 묵은 늙은 용이 구비구비 서려 있는 듯 화룡소 물이 밤낮으로 흘러내려 넓은 바다에 이었으니, 비구름을 언제 얻어 흡족한 비를 내리려느냐? 그늘진 낭떠러지에 시든 풀을 다 살려 내려무나.)

磨마訶하衍연 妙묘吉길祥샹 雁안門문재 너머 디여, 외나모 ᄡᅥ근 ᄃᆞ리 佛블頂뎡臺ᄃᆡ 올라ᄒᆞ니, 千쳔尋심絶졀壁벽을 半반空공애 셰여 두고, 銀은河하水슈 한 구ᄇᆡᄅᆞᆯ 촌촌이 버혀 내여, 실ᄀᆞ티 플텨이셔 뵈ᄀᆞ티 거러시니, 圖도經경 열두 구ᄇᆡ, 내 보매ᄂᆞᆫ 여러히라. 李니謫뎍仙션 이제 이셔 고텨 의논ᄒᆞ게 되면, 廬녀山산이 여긔도곤 낫단 말 못 ᄒᆞ려니.(마하연, 묘길상, 안문재를 넘어 내려가 썩은 외나무다리 건너 불정대에 오르니, 천길이나 되는 절벽을 하늘에 세워 두고, 은하수 큰 굽이를 마디마디 잘라내어 실처럼 풀어서 베처럼 걸어 놓았으니, 도경에는 열두 굽이로 그려졌지만, 내 보기에 그보다 더 많더라. 이태백이 지금 있어서 다시 의논하게 되면, 중국의 여산폭포가 십이폭포보다 아름답다는 말은 못 할 것이다.)

山산中듕을 ᄆᆡ양 보랴, 東동海ᄒᆡ로 가쟈ᄉᆞ라. 藍남輿여 緩완步보ᄒᆞ야 山산映영樓누의 올나ᄒᆞ니, 玲녕瓏농 碧벽溪계와 數수聲셩啼뎨鳥됴ᄂᆞᆫ 離니別별을 怨원ᄒᆞᄂᆞᆫ ᄃᆞᆺ, 旌졍旗기를 ᄯᅥᆯ티니 五오色색이 넘노ᄂᆞᆫ ᄃᆞᆺ, 鼓고角각을 섯부니 海ᄒᆡ雲운이 다 것ᄂᆞᆫ ᄃᆞᆺ. 鳴명沙사길 니근 ᄆᆞᆯ이 醉취仙션을 빗기 시러, 바다ᄒᆞᆯ 겻ᄐᆡ 두고 海ᄒᆡ棠당花화로 드러가니, 白ᄇᆡᆨ鷗구야 ᄂᆞ디 마라, 네 버딘 줄 엇디 아ᄂᆞᆫ.(산 경치만 보랴? 이제는 동해 바다로 가자꾸나. 남여를 타고 천천히 걸어서 산영루에 오르니, 영롱한 푸른 시냇물과 아름다운 소리로 우는 새는 나와 이별을 원망하는 듯하다. 깃발을 휘날리니 오색 빛깔 넘나들며 노니는 듯하고, 북과 나팔을 섞어 부니 바닷구름이 다 걷히는 것 같구나. 백사장 길에 익숙한 말이 취선을 비스듬히 태우고, 바다를 옆에 끼고 해당화 핀 해변으로 들어가니, 갈매기야 날지 말아라, 내가 너의 벗인 줄 어찌 알겠느냐?)

金금蘭난窟굴 도라드러 叢총石셕亭뎡 올나ᄒᆞ니, 白ᄇᆡᆨ玉옥樓누 남은 기동 다만 네히 셔 잇고야. 工공垂슈의 셩녕인가, 鬼귀斧부로 다ᄃᆞᄆᆞᆫ가. 구ᄐᆞ야 六뉵面면은 므어슬 象샹톳던고.(금난굴을 돌아들어 총석정 올라가니, 백옥루 기둥이 네 개만 서 있구나. 공수가 만든 작품인가? 귀신의 도끼로 다듬었는가? 구태여 육면으로 된 것은 무엇을 본떴는가?)

高고城셩을란 뎌만 두고 三삼日일浦포랄 ᄎᆞ자가니, 丹단書셔ᄂᆞᆫ 宛완然연ᄒᆞ되 四ᄉᆞ仙션은 어ᄃᆡ 가니, 예 사흘 머믄 後후의 어ᄃᆡ 가 ᄯᅩ 머믈고. 仙션遊유潭담 永영郞낭湖호 거긔나 가 잇ᄂᆞᆫ가. 澗간亭뎡 萬만景경臺ᄃᆡ 몃 고ᄃᆡ 안돗던고.(고성을 저만큼 두고 삼일포를 찾아가니, 붉은 글씨는 뚜렷하게 남아 있는데, 사선은 어디로 갔는가? 여기서 사흘을 머문 뒤에 어디 가서 또 머물렀는가? 선유담, 영랑호 거기에 가 있는가? 청간정, 만경대 등 몇 군데에 앉아서 놀았던가?)

梨니花화ᄂᆞᆫ ᄇᆞᆯ셔 디고 졉동새 슬피 울 제, 洛낙山산 東동畔반으로 義의相샹臺ᄃᆡ예 올라 안자, 日일出출을 보리라 밤듕만 니러ᄒᆞ니, 祥샹雲운이 집ᄂᆞᆫ 동, 六뉵龍뇽이 바퇴ᄂᆞᆫ 동, 바다ᄒᆡ ᄯᅥ날 제ᄂᆞᆫ 萬만國국이 일위더니, 天텬中듕의 티ᄯᅳ니 毫호髮발을 혜리로다. 아마도 녈구름 근쳐의 머믈셰라. 詩시仙션은 어ᄃᆡ 가고 咳ᄒᆞ唾타만 나맛ᄂᆞ니, 天텬地디間간 壯장ᄒᆞᆫ 긔별 ᄌᆞ셔히도 ᄒᆞᆯ셔이고.(배꽃은 벌써 지고 접동새 슬피 울 때, 낙산사 동쪽 언덕길을 따라 의상대에 올라 앉아, 일출을 보려고 한밤중에 일어나니, 상서로운 구름이 피어나는 듯, 여섯 마리의 용이 해를 떠받치는 듯, 바다에서 해가 솟아오를 때에는 온 세상이 흔들리는 듯하더니, 하늘에 치솟아 뜨니 터럭도 셀 수 있을 만큼 밝구나. 아마도 지나가는 구름 근처에 머무를까 근심스럽구나. 시선은 어디가고 침 튀긴 것만 남았느냐? 천지간 굉장한 기별이 자세하기도 하구나.)

斜샤陽양 峴현山산의 躑을 므니ᄇᆞᆯ와 羽우蓋개芝지輪륜이 鏡경浦포로 ᄂᆞ려가니, 十십里리 氷빙紈환을 다리고 고텨 다려, 松숑 울흔 소개 슬ᄏᆞ장 펴뎌시니, 믈결도 자도 잘샤 모래ᄅᆞᆯ 혜리로다. 孤고舟쥬 解ᄒᆡ纜람ᄒᆞ야 亭뎡子ᄌᆞ 우ᄒᆡ 올나가니, 江강門문橋교 너믄 겨ᄐᆡ 大대洋양이 거긔로다. 容용ᄒᆞᆫ댜 이 氣긔像샹, 闊활遠원ᄒᆞᆫ댜 뎌 境경界계, 이도곤 ᄀᆞᄌᆞᆫ ᄃᆡ ᄯᅩ 어듸 잇단 말고. 紅홍粧장 古고事ᄉᆞᄅᆞᆯ 헌ᄉᆞ타 ᄒᆞ리로다. 江강陵능 大대都도護호 風풍俗쇽이 됴흘시고, 節졀孝효旌졍門문이 골골이 버러시니, 比비屋옥可가封봉이 이제도 잇다 ᄒᆞᆯ다.(저녁놀이 비껴드는 현산의 철쭉꽃을 즈려 밟으면서, 신선이 타는 수레를 타고 경포로 내려가니, 십 리나 펼쳐진 흰 비단을 다리고 또 다린 것처럼 낙락장송 숲 속에 둘러싸여 펼쳐진 호수의 물결이 잔잔하여 모래알까지도 헤아릴 수 있겠구나. 배를 띄워 정자 위에 을라가니, 강문교 넘은 곁에 큰 바다로구나. 조용하구나 이 기상, 드넓고 아득하구나 저 경계여. 이보다 아름다운 경치를 갖춘 곳이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홍장의 옛 일이 야단스럽다고 하겠구나. 강릉 대도호부의 풍속이 좋구나. 효자, 충신, 열녀를 표창하는 정문이 동네마다 널렸으니, 즐비하게 늘어선 집마다 벼슬을 줄 만하다는 태평성대가 지금도 있다고 하겠구나.)

眞진珠쥬館관 竹西셔樓루 五오十십川쳔 ᄂᆞ린 믈이 太태白ᄇᆡᆨ山산 그림재ᄅᆞᆯ 東동海ᄒᆡ로 다마 가니, ᄎᆞᆯ하리 漢한江강의 木목覓멱의 다히고져. 王왕程뎡이 有유限ᄒᆞᆫᄒᆞ고 風풍景경이 못 슬니, 幽유懷회도 하도 할샤, 客ᄀᆡᆨ愁수도 둘 듸 업다. 仙션사ᄉᆞᄅᆞᆯ ᄯᅴ워 내여 斗두牛우로 向향ᄒᆞ살가, 仙션人인을 ᄎᆞᄌᆞ려 丹단穴혈의 머므살가.(진주관 죽서루 오십천에 흘러내린 물이 태백산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가니, 차라리 그 물줄기를 한강으로 돌려 목멱산(남산)에 대고 싶구나. 관리의 여정은 유한하고, 풍경은 싫지 않으니, 그윽한 회포는 많기도 많고, 나그네의 시름은 달랠 길이 없구나. 신선이 타는 뗏목을 띄워 북두성, 견우성으로 갈까? 신선을 찾으러 단혈에 머무를까?)

天텬根근을 못내 보와 望망洋양亭뎡의 올은 말이, 바다 밧근 하ᄂᆞᆯ이니 하ᄂᆞᆯ 밧근 무서신고. ᄀᆞᆺ득 노ᄒᆞᆫ 고래, 뉘라셔 놀내관ᄃᆡ, 블거니 ᄲᅳᆷ거니 어즈러이 구ᄂᆞᆫ디고. 銀은山산을 것거 내여 六뉵合합의 ᄂᆞ리ᄂᆞᆫ ᄃᆞᆺ, 五오月월 長天텬의 白ᄇᆡᆨ雪셜은 므ᄉᆞ 일고.(하늘 끝을 끝내 보지 못하여 망양정에 오르니, 바다 밖은 하늘인데, 하늘 밖은 무엇인가? 가뜩이나 성난 고래를 누가 놀라게 하기에, 불거니 뿜거니 어지럽게 구는 것인가? 은산을 꺾어내어 온 세상에 흩뿌려 내리는 듯, 오월의 드높은 하늘에 백설은 무슨 일인가?)

져근덧 밤이 드러 風풍浪낭이 定뎡ᄒᆞ거ᄂᆞᆯ, 扶부桑상 咫지尺의 明명月월을 기ᄃᆞ리니, 瑞셔光광 千쳔丈이 뵈ᄂᆞᆫ ᄃᆞᆺ 숨ᄂᆞᆫ고야. 珠쥬簾렴을 고텨 것고, 玉옥階계ᄅᆞᆯ 다시 쓸며, 啓계明명星셩 돗도록 곳초 안자 ᄇᆞ라보니, 白ᄇᆡᆨ蓮년花화 ᄒᆞᆫ 가지ᄅᆞᆯ 뉘라셔 보내신고. 일이 됴흔 世세界계 ᄂᆞᆷ대되 다 뵈고져. 流뉴霞하酒쥬 ᄀᆞ득 부어 ᄃᆞᆯᄃᆞ려 무론 말이, 英영雄웅은 어ᄃᆡ 가며, 四ᄉᆞ仙션은 긔 뉘러니, 아ᄆᆡ나 맛나 보아  긔별 뭇쟈 ᄒᆞ니, 仙션山산 東동海ᄒᆡ예 갈 길히 머도 멀샤.(어느덧 밤이 되어 풍랑이 잠잠해지거늘, 해 뜨는 곳 가까이에서 밝은 달을 기다리니, 상서로운 달빛이 구름 사이로 보이는 듯 숨는구나. 구슬로 만든 발을 다시 걷고, 옥섬돌을 다시 쓸며, 샛별이 돋아오를 때까지 꼿꼿이 앉아서 밝은 달을 바라 보니, 흰 연꽃 같은 달을 누가 보내셨는가? 이리도 아름다운 세상을 다른 사람 다 보이고 싶구나. 신선주를 가득 부어 달에게 묻는 말이, '영웅은 어디 갔으며, 사선은 그 누구인가.' 아무나 만나 보아 옛 기별을 묻고자 하니, 선산이 있는 동해로 가는 길이 멀기도 멀구나.)

松숑根근을 볘여 누어 픗ᄌᆞᆷ을 얼픗 드니, ᄭᅮᆷ애 ᄒᆞᆫ 사ᄅᆞᆷ이 날ᄃᆞ려 닐온 말이, 그ᄃᆡᄅᆞᆯ 내 모ᄅᆞ랴, 上샹界계예 眞진仙션이라. 黃황庭뎡經경 一일字ᄌᆞᄅᆞᆯ 엇디 그ᄅᆞᆺ 닐거 두고, 人인間간의 내려와셔 우리ᄅᆞᆯ ᄯᆞᆯ오ᄂᆞᆫ다. 져근덧 가디 마오 이 술 ᄒᆞᆫ 잔 머거 보오. 北븍斗두星셩 기우려 滄챵海ᄒᆡ水슈 부어 내여 저 먹고 날 머겨ᄂᆞᆯ 서너 잔 거후로니, 和화風풍이 習습習습ᄒᆞ야 兩냥腋ᄋᆡᆨ을 추혀 드니, 九구萬만里리 長댱空공애 져기면 ᄂᆞᆯ리로다. 이 술 가져다가 四ᄉᆞ海ᄒᆡ예 고로 ᄂᆞᆫ화, 億억萬만 蒼창生ᄉᆡᆼ을 다 醉ᄎᆔ케 ᄆᆡᆼ근 후의, 그제야 고텨 맛나 ᄯᅩ ᄒᆞᆫ 잔 ᄒᆞ고야. 말 디쟈 鶴학을 ᄐᆞ고 九구空공의 올나가니, 空공中듕 玉옥簫쇼 소ᄅᆡ 어제런가 그제런가. 나도 ᄌᆞᆷ을 ᄭᆡ여 바다ᄒᆞᆯ 구버보니, ᄅᆞᆯ 모ᄅᆞ거니 ᄀᆞ인들 엇디 알리. 明명月월이 千쳔山산萬만落낙의 아니 비쵠 ᄃᆡ 업다.(소나무 뿌리를 베고 누워 선잠이 얼핏 드니, 꿈에 한 사람이 나에게 이르는 말이, '그대를 내가 모르겠는가? 그대는 상계의 진선이다. 황정경 한 글자를 어찌하여 잘못 읽고 인간 세상에 내려와서 우리를 따르는가? 잠깐만 가지 마오. 이 술 한 잔 마셔 보오.' 북두칠성을 기울여 넓고 푸른 바닷물을 부어 내여, 저 한 잔 먹고 나에게도 먹이거늘, 서너 잔 기울이니, 봄바람이 산들산들하여 양 겨드랑이를 추켜올리니, 구만 리 먼 하늘도 날 수 있을 것만 같구나. '이 술 가져다가 온 세상에 고루 나누어, 온 백성을 다 취케 만든 후에 다시 만나 또 한 잔 합시다.' 말이 끝나자 학을 타고 아득한 하늘로 올라가니, 공중에서 들려오던 옥피리 소리가 어제던가 그제던가? 나도 잠을 깨어 바다를 굽어보니, 깊이를 모르는데, 바다 끝인들 어찌 알겠는가? 밝은 달이 온 세상에 비치지 않는 곳이 없다.)

정철의 가사(歌辭) '관동별곡'은 내용상 4부로 나눌 수 있다. 1부는 관찰사로 부임하여 원주로 가는 길, 2부는 폭동(萬瀑洞), 금강대(金剛臺), 진헐대(眞歇臺), 개심대(開心臺), 화룡연(火龍淵), 십이폭포(十二瀑布) 등 내금강(內金剛)의 풍경, 3부는 총석정(叢石亭), 삼일포(三日浦), 의상대(義湘臺) 일출(日出), 망양정(望洋亭), 경포대(鏡浦臺), 죽서루(竹西樓) 등 외금강(外金剛), 해금강(海金剛)과 동해안의 관동팔경, 4부는 시적 화자가 자신을 신선에 비겨 그 풍류를 읊었다. 정철은 대구법과 영탄법, 생략법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여 화려한 문체로 내외금강, 해금강, 관동팔경의 아름다운 풍치와 임금에 대한 사랑과 은혜를 표현했다.

정철은 관동팔경 중 하나인 삼척의 죽서루(竹西樓)에도 올랐다. 오십천(五十川)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죽서루에서 정철은 '차죽서루운(次竹西樓韻)'이란 시를 읊었다. 죽서루에 걸려 있는 한시 편액에서 차운한 시다.  

차죽서루운(次竹西樓韻)-죽서루 운에 차하다(정철) 


關東仙界陟州樓(관동선계척주루) 관동의 경치 좋기로 소문난 척주의 누각

虛檻憑危夏亦秋(허함빙위하역추) 난간에 아슬히 기대니 여름도 가을일세

天上玉京隣北戶(천상옥경린북호) 옥황상제의 궁전은 북호에 이웃하여 있고

夢中銀漢聽西流(몽중은한청서류) 꿈에 은하 서쪽으로 흐르는 소리 들리네

疏簾欲捲露華濕(소렴욕권로화습) 성긴 발 걷으려니 이슬 함초롬히 젖는데

一鳥不飛江色愁(일조불비강색수) 새 한 마리 날지 않아 강물빛도 쓸쓸하네

欄下孤舟將入海(난하고주장입해) 난간 아래 외로운 배 문득 바다로 드는데

釣竿應拂鬱陵鷗(조간응불울능구) 울릉도 가는 갈매기 좇아 낚싯대 던지네


欲窮千里更登樓(욕궁천리갱등루) 천 리를 다 보고자 다시 누각으로 오르니

雲海茫茫兩鬢秋(운해망망양빈추) 구름바다 아득하고 양 귀밑머린 시들하네

何處蓬萊常五色(하처봉래상오색) 봉래가 어디인가 늘 오색운을 둘렀으리니

此歸江漢定同流(차귀강한정동류) 여기서 돌아간다면 강한과 함께 흐르리라

浮生有別佳人遠(부생유별가인원) 뜬구름 같은 인생 이별 있어 가인은 멀고

往事無蹤落日愁(왕사무종낙일수) 지난 일은 종적 없어 지는 해 쓸쓸하구나

安得淸樽永今夕(안득청준영금석) 어쩌면 맑은 술 얻어다 이 저녁 오래도록

 綠蘋洲渚對輕鷗(록빈주저대경구) 푸른 마름 갯가에 날아가는 갈매기 대할

정철은 또 백성들을 계몽하고 교화하기 위해 '훈민가(訓民歌)'를 지었다. '훈민가'는 중국 송나라 신종(神宗) 때 진고령(陳古靈)이 백성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조목별로 쓴 '선거권유문(仙居勸誘文)' 13조목에다 군신(君臣), 장유(長幼), 붕우(朋友) 등 3조목을 추가하여 모두 16수의 평시조로 쓴 연시조다. 연시조지만 각 수는 완전히 독립된 작품이다. 


송강정 노송


훈민가(訓民歌) - 정철

 
아버님 날 나흐시고 어마님 날 기르시니
두 분 곳 아니시면 이 몸이 사라실가
하늘같은 가 업슨 은덕을 어데 다혀 갑사오리. 
 
제1수는 부의모자(父義母慈) 곧 부모님의 은덕을 예찬한 노래다. 훈민가 중에서 가장 유명한 시조다. 초장에는 부생모육(父生母育)이라는 가부장적 유교 정신이 드러나 있다. '부모님이 나를 낳으시고 정성스레 길러 주셨으니, 끝없는 은혜를 언제 어느 곳에 모두 갚아야 할까?' 노래하고 있다. 효(孝)의 가르침을 주고 있는 시조다.  
 
님금과 백성과 사이 하늘과 땅이로다.
내의 셜운 일을 다 아로려 하시거든
우린들 살 진 미나리 홈자 엇디 머그리.

제2수는 '(부모님이) 내 서러운 것을 다 알려고 하시거늘 우린들 살진 미나리를 혼자 어찌 먹으리!' 하고 부모님의 보살핌을 노래하고 있다. 주제는 군신(君臣), 즉 임금과 백성의 관계와 부모님의 배려이다.
 
형아 아이야 네 살할 만져 보와
뉘손데 타나관데 양재조차 같아산다.
한 젖 먹고 길러 나이셔 닷 마음을 먹디 마라.

제3수는 '형아, 아우야, 네 살들을 만져 보아라. 누구에게서 태어났기에 얼굴의 생김새까지도 닮았단 말이냐? 같은 젖을 먹고 자라났으니, 딴 마음을 먹지 마라.'고 노래하고 있다. 주제는 형제 간에 우애 있게 지내기를 권하는 형우제공(兄友弟恭)이다. 
 
어버이 사라진 제 셤길 일란 다 하여라.
디나간 후면 애닯다 엇디 하리
평생에 곳텨 못할 일이 잇뿐인가 하노라.
 
제4수도 널리 알려진 시조다. '부모님 살아 계실 동안에 섬기는 일을 정성껏 다하여라. 세월이 지나 돌아가시고 나면 아무리 뉘우치고 애달파 해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평생에 고쳐서 다시 못할 일은 부모님 섬기는 일이 아닌가 생각하노라.'고 읊고 있다. 서한(西漢) 한영(韓嬰)의 '한시외전(韓詩外傳)' 권9 공자와 주(周)나라 고어(皐魚)의 고사에 나오는 풍수지탄(風樹之嘆)을 연상케 하는 노래다. 주제는 부모님에 대한 효도(孝道)를 권유하는 자효(子孝)다.    
 
한 몸 둘헤 나누어 부부를 삼기실샤.
이신 제 함께 늙고 주그면 한데 간다.
어디셔 망녕의 것이 눈 흘긔려 하난고

제5수는 '부부는 일심동체, 한 몸을 둘로 나누어 부부로 생겨나게 하시사. 있는 동안 함께 늙고 죽으면 같은 곳에 간다. 어디서 망령의 것이 눈을 흘기려고 하느냐?'고 노래하고 있다.부부는 일심동체로 서로 존경해야 한다는 부부유은(夫婦有恩)이 주제다.  
 
간나희 가는 길흘 사나희 에도다시
사나희 녜는 길을 계집이 츼도다시
제 남진 제 계집 하니어든 일홈 뭇디 마오려.

제6수는 '여자가 가는 길을 남자가 멀찌감치 돌아가듯이, 남자가 가는 길을 여자가 비켜서 가듯이, 제 남편, 제 아내가 아니거든 이름도 묻지 마시오.'라고 읊고 있다. 주제는 남녀유별(男女有別)이다. 남녀관계가 문란해짐을 경계하는 시조다. 
 
네 아들 효경 읽더니 어도록 배왔나니.
내 아들 소학은 모레면 마칠로다.
어네 제 이 두 글 배화 어딜거든 보려뇨

제7수는 '네 아들 효경 읽더니 얼마쯤 배웠느냐? 내 아들 소학은 모래면 마칠 것이로다. 어느 때 이 두 글을 배워 어질 것을 볼 것인가'라고 노래하고 있다. 주제는 자녀들에게 학문을 권장하는 자제유학(子弟有學)이다.
 
마을 사람들아 올흔 일 하쟈스라.
사람이 되여 나셔 올치 옷 못하면
마소를 갓곳갈 씌워 밥 먹이나 다르랴

제8수는 '마을 사람들아 옳은 일 하자꾸나. 사람이 되어서 옳지를 못하면 짐승에게 갓이나 고깔을 씌워서 밥을 먹이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라는 노래이다. 주제는 올바른 행동과 예의를 권유하는 향려유례(鄕閭有禮)다.  
 
팔목 쥐시거든 두 손으로 바티리라.
나갈 데 계시거든 막대 들고 좇으리라.
향음주(鄕飮酒) 다 파한 후에 뫼셔 가려 하노라.

제9수는 '(어른이 기거할 때) 만일 팔목을 쥐시는 일이 있거든 두 손으로 바치리다. 나갈 곳이 계시다면 지팡이를 들고 따라 모시리라. 마을에서 어른들을 모신 주연(酒宴)이 다 끝난 후에 뫼셔 가려 하노라.'고 읊고 있다. 주제는 장유유서(長幼有序), 곧 어른을 공경하라는 것이다. 
 
남으로 삼긴 듕의 벗갓티 유신(有信)하야
내의 왼 일을 다 닐오려 하노매라.
이 몸이 벗님 곳 아니면 사람되미 쉬울가

제10수는 '남남으로 생긴 중에 친구만큼 신의가 있으랴. 나의 모든 일을 다 말하려 하는구나. 이 몸이 벗이 아니면 사람됨이 그렇게 쉬울까?' 노래하고 있다. 주제는 붕우유신(朋友有信), 벗은 서로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여 뎌 족하야 밥 업시 엇디할고
어와 뎌 아자바 옷 업시 엇디할고
머흔 일 다 닐러사라 돌보고져 하노라.

제11수는 '아, 저 조카여, 밥 없이 어찌하겠는가? 아, 저 아저씨여, 옷 없이 어찌하겠는가? 어려운 일 다 말하려무나. 도와주고자 하노라.'고 읊고 있다. 주제는 상부상조의 정신을 강조한 빈궁우환 친척상구(貧窮憂患 親戚相救)다.
 
네 집 상사달흔 어도록 찰호산다
네 딸 서방은 언제나 마치나산다
내게도 업다커니와 돌보고져 하노라.

제12수는 '네 집 상사(喪事)들은 어떻게 차리는가? 네 딸 서방은 언제나 맞이하게 되는가? 내게도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돌보고자 하노라.'고 읊고 있다. 주제는 애경사가 있을 때 서로 도우라는 혼인사상 인리상조(婚姻死喪 隣里相助)다.
 
오늘도 다 새거나 호미메고 가쟈스라.
내 논 다 메여든 네 논 졈 메어 주마.
올 길헤 뽕 따다가 누에 먹켜 보쟈스라.

제13수도 많이 알려진 시조다. '오늘도 날이 밝았다. 호미 메고 가자꾸나 내 논 다 매거든, 네 논도 매어주마. 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뽕을 따다가 누에 길러 보자꾸나.'라고 노래하고 있다. 주제는 농사일에 부지런하고 서로 도우라는 무타농상 상부상조(無惰農桑 相扶相助)다. 
 
비록 못 니버도 남의 옷을 앗디 마라.
비록 못 먹어도 남의 밥을 비디 마라.
한적 곳 때 시른 후면 고텨 씻기 어려우리.

제14수는 '비록 못 입어도 남의 옷을 빼앗지 마라. 비록 못 먹어도 남의 밥을 빌지 마라. 한 번 때가 묻은(죄를 짓는다는 말) 후면 다시 그 죄를 씻기 어려우리.'라고 읊고 있다. 주제는 남의 물건을 탐내지 말라는 무작도적(無作盜賊)이다. 
 
쌍육(雙六) 장기(將碁) 하지 마라 송사(訟事) 글월 하지 마라.
 집 배야 무슴 하며 남의 원수 될 줄 엇지,
나라히 법을 세오샤 죄 잇난 줄 모로난다.

제15수는 '노름이나 장기를 하지 마라. 고소문(告訴文) 쓰지 마라. 집안을 탕진하여 무엇하며, 남의 원수 될 것을 어찌하랴. 나라가 법을 세우시는데 죄 있는 줄을 모르느냐.'고 경고하는 시조다. 주제는 도박과 송사를 하지 말라는 무학도박(無學賭博), 무호쟁송(無好爭訟)이다. 또, 행자양로 경자양반(行者讓路 耕者讓畔)이다. 길을 갈 때도 양보하고 밭을 갈 때도 양보한다면 송사할 일이 없을 거라는 말이다.
 
이고 진 뎌 늘그니 짐 프러 나를 주오.
나는 졈엇거니 돌히라 무거울가.
늘거도 셜웨라커든 짐을 조차 지실가.
 
제16수도 많이 알려진 시조다. '머리에 이고 등에 짐을 진 저 늙은이, 짐을 풀어서 나에게 주오. 나는 젊었거늘 돌이라도 무겁겠소? 늙는 것도 서럽다고 하는데 무거운 짐조차 지셔야 하겠습니까?'라고 노래하고 있다. 주제는 노인을 공경하라는 반백자불부대(班白者不負戴)다. 경로사상을 설파한 시조다. 
 
'훈민가'는 설의법(設疑法)과 청유법(請誘法)을 사용하여 친근한 어조로 유교 윤리를 권장하는 내용이다. 또, 우리 고유어를 사용하여 백성들이 쉽게 이해하고 따라 부를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정철은 강원도 백성들을 가혹하게 다루었고 일처리가 공평하지 못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강원도 지역에는 정철이 어느 마을에 갔다가 주민들이 바위를 섬기는 것을 보고 그 바위를 쪼개버렸다는 이야기도 전해 온다. 성질이 급하고 사소한 것도 트집을 잡는 등 강원도 백성들에게 그는 탐관오리였던 모양이다. '정철 같은 놈'이라는 말은 한때 탐관오리를 상징하는 말이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