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Opera 'Fidelio' Op.72(오페라 '피델리오')
<피델리오(Fidelio Op.72)>는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이 쓴 오페라로 1804~1805년에 초판, 1805~1806년에 2판, 1814년에 최종판이 나왔다. 베토벤은 이 오페라를 루돌프 대공에게 헌정했다. 원작은 장 니콜라 부이의 《레오노레, 혹은 부부의 사랑》이다. 초연은 1805년 11월 20일 테아터 안 데어 빈에서 초판 공연이 이루어졌다. 2판은 1806년 3월 29일 테아터 안 데어 빈, 최종판은 1814년 3월 23일 케른트너노르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피델리오〉는 베토벤의 하나뿐인 오페라이다. 한국에서는 1962년, 제 1회 서울국제음악제에서 초연됐다.
등장인물은 플로레스탄(죄수, 테너), 레오노레(플로레스탄의 부인이자 피델리오라는 가명을 쓴 보조 간수, 소프라노), 로코(간수장, 베이스), 마르첼리네(로코의 딸, 소프라노), 자퀴노(로코의 보조, 테너), 돈 피차로(형무소장, 베이스-바리톤), 돈 페르난도(플로레스탄의 친구이자 법무대신, 베이스) 등이다. 그 밖에 군인들, 죄수들, 도시 거주민들도 등장한다. 배경은 18세기 중엽 스페인 세비야 근교 국립 형무소 안이다. 대본(리브레토)은 요제프 폰 존라이트너(1805), 스테판 폰 브로이닝(1806), 게오르그 프리드리히 트라이치케(1814) 등이 썼다. 구성은 2막(원래는 3막이었음)으로 되어 있다.
베토벤은 교향곡과 현악 4중주, 소나타 등의 장르에서 수많은 걸작을 탄생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오페라에서는 단 한 편의 작품 〈피델리오〉만을 남겼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베토벤이 당시에 유행했던 오페라 부파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오페라 부파는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통속적인 내용, 즉 남녀 간의 사랑을 소재로 한 익살스럽고 희극적인 줄거리가 대부분이었는데, 베토벤은 대중의 취향에 맞춘 오락물을 만드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대신 교훈적인 메시지로 대중들을 선도할 수 있는 소재를 찾고자 했는데 바로 그러한 영감을 준 작품이 1789년에 공연된 〈레오노레, 혹은 부부의 사랑(Leonore, ou l'amour conjugal)〉이라는 프랑스 연극이었다. 이 작품은 프랑스 혁명 당시에 유행했던 일명 ‘구출극’으로, 폭군은 패배하고 위험에 처한 주인공은 마지막 장면에서 구출되는 것이 특징이다. 베토벤의 〈피델리오〉는 1805년 초연 당시 길고 지루한 작품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수정할 의사가 없었던 베토벤은 주변의 간곡한 권유에 따라 1806년에 대대적인 수정을 가했고, 1814년에는 대사와 음악의 조화를 최종적으로 다듬어 2차 수정본을 완성했다.
〈피델리오〉는 프랑스 혁명 중 파리에서 있었던 실화를 소재로 한 것이었다. 당시 한 귀족 부인이 감옥에 갇힌 남편을 구하기 위해서 남자 간수로 변장해 감옥에 잠입한 사건이 있었는데, 공무원으로서 사건의 내막을 알고 있었던 장 니콜라 부이가 이를 대본으로 완성했다. 그리고 이 실화에 영감을 받은 프랑스의 작곡가 피에르 가보, 이탈리아의 작곡가 페르니단도 파에르 등이 베토벤보다 앞섰거나 비슷한 시기에 오페라를 작곡해 무대에 올렸다. 하지만 그 중 베토벤의 〈피델리오〉만이 오늘날 청중들에게 기억되고 있는데, 정적으로 몰려 억울하게 지하 감옥에 갇힌 남편 플로레스탄을 구하기 위해서 아내인 레오노레가 피델리오라는 남자 간수로 변장해 감옥에 잠입하고 두 사람 모두 극적으로 구출된다는 줄거리로 돼 있다. 베토벤의 〈피델리오〉는 존 라이트너와 트라이치케가 각색했다.
간수장 로코의 딸 마르첼리네를 사랑하는 젊은 간수 자퀴노는 결혼을 서두른다. 하지만 마르첼리네는 새로 들어온 보조 간수 피델리오에게 마음이 있다. 간수장 로코 역시 성실한 피델리오를 사위로 삼고 싶어 하지만 피델리오는 당황한다. 사실 피델리오는 레오노레라는 이름의 여자로, 2년 전 체포된 남편 플로레스탄을 구출하기 위해서 남장을 하고 간수로 잠입해 있다. 간수장의 신임을 얻은 피델리오는 지하 감방에 자기도 데리고 가달라며 간청한다. 한편 플로레스탄을 당장 죽이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플로레스탄은 쇠사슬에 묶인 채 자신의 운명을 탄식하다가 아내 레오노레를 떠올린다. 이때 플로레스탄을 죽이라는 명령을 받은 간수장 로코와 피델리오로 분장한 레오노레가 지하 감옥으로 내려오고, 레오노레는 남편 플로레스탄을 알아보고는 빵 한 조각을 건넨다. 그때 소장 피차로가 내려와 플로레스탄을 죽이려 하고, 레오노레는 피차로에게 권총을 겨눈다. 하지만 법무대신이 교도소에 도착했다는 팡파르가 울리면서 플로레스탄과 레오노레는 간신히 죽음의 위기를 넘긴다. 법무대신은 억울하게 감옥에 갇혀 있던 수감자들을 풀어주면서 실종된 줄 알았던 친구 플로레스탄을 발견하고는 놀란다. 군중들은 용감하게 남편을 구해낸 여인 레오노레의 용기와 사랑을 기리고,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와 대합창이 울려 퍼지는 피날레 장면을 끝으로 막이 내린다.
서곡(Overture)
서곡(Overture)
베토벤은 1814년, 최종본으로 다시 무대에 올릴 때도 서곡을 완성하지 못해 부수음악인 〈아테네의 폐허〉 서곡을 사용했을 정도로 유난히 서곡 선택에 신중을 기했다. 결국 베토벤은 〈피델리오〉의 최종본을 완성하기까지 총 네 편의 서곡을 작곡했고, 이들 서곡은 레오노레 서곡 2번, 3번, 1번, 피델리오 서곡 순으로 작곡돼 각각 〈피델리오 서곡〉 Op.72, 〈레오노레 서곡 1번〉 Op.138, 〈2번〉 Op.72a, 〈3번〉 Op.72b로 출판됐다. 그 중 〈레오노레 서곡 3번〉이 연주회용 서곡으로 독립돼 가장 자주 연주되고 있다. 또 베토벤 사후의 공연 관습에 따라서 1막의 마지막, 혹은 2막의 중간이나 마지막에 〈레오노레 서곡 3번〉을 연주하기도 하지만, 오페라 〈피델리오〉를 상연할 때는 주로 〈피델리오 서곡〉 Op.72가 연주된다.
오 자유의 공기를 호흡하는 이 기쁨이여(O welche Lust)
오 자유의 공기를 호흡하는 이 기쁨이여(O welche Lust)
1막에 나오는 죄수들의 합창. 오케스트라의 평화로운 전주와 함께 하나 둘 감옥의 마당으로 등장한 죄수들은 태양을 바라보며 한시적이나마 자유의 기쁨을 노래한다.
오! 자유의 공기를 호흡하는 이 기쁨이여. 풀려나다니 얼마나 기쁜지.
오 기쁨이여! 여기, 여기에서만이 살아있는 것을 느끼네.
감방은 무덤이야, 무덤이지! 오! 이 기쁨이여!(생략)
신이여, 이곳은 어찌 이리도 어두운지요(Gott! welch', Dunkel hier!)
인생의 봄날에(In des Lebens Frühlingstagen)
신이여, 이곳은 어찌 이리도 어두운지요(Gott! welch', Dunkel hier!)
인생의 봄날에(In des Lebens Frühlingstagen)
2막은 플로레스탄의 절규에 찬 아리아로 시작된다. 무거운 오케스트라 전주에 이어서 어둠 속에서 쇠사슬에 묶인 채 돌바닥에 엎드린 플로레스탄이 지나간 과거를 회상하며 비통한 심정을 노래한다. 하지만 곧 신에 대한 믿음과 사랑하는 사람에게 위로받고 싶은 마음으로 인생의 봄날을 꿈꾼다. 이때 그의 눈앞에 천사의 환영이 나타나는데 바로 사랑하는 여인 레오노레의 모습이다.
형언할 수 없는 이 기쁨(O namenlose Freude!)
형언할 수 없는 이 기쁨(O namenlose Freude!)
2막의 후반에 플로레스탄과 레오노레가 부르는 재회의 2중창. 둘만 남은 플로레스탄과 레오노레가 포옹하며 기적같은 재회의 기쁨을 노래한다. 플로레스탄은 아내의 용기와 사랑 덕분에 석방된 것을 기뻐하며 환희에 차 있고, 레오노레는 누구도 해내기 어려운 일을 해낸 감격에 벅차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사랑의 힘으로 극복하고야 말겠다는 신념(fidelity)에 찬 영웅 ‘피델리오(Fidelio)’가 관객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완성되는 순간이다.(클래식 백과)
2017. 8.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