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토르 베를리오즈(Hector Berlioz) - Roméo et Juliette Op.17(로미오와 줄리엣)
엑토르 베를리오즈(Hector Berlioz) - Roméo et Juliette Op.17(로미오와 줄리엣)
엑토르 베를리오즈(Hector Berlioz) - Roméo et Juliette Op.17(로미오와 줄리엣)
<로미오와 줄리엣(Roméo et Juliette Op. 17)>은 엑토르 베를리오즈(Hector Berlioz, 1803~1869)가 37세 때인 1839년에 작곡해서 니콜로 파가니니에게 헌정한 작품이다. 초연은 1839년 11월 24일 파리의 살레 두 콘서바토리에서 베를리오즈의 지휘로 이뤄졌다. 등장인물은 줄리엣(Juliette, alto), 로미오(Roméo, tenor), 로렌스 신부(Le Père Laurence, bass) 등이다. ‘극적 교향곡’ 〈로미오와 줄리엣〉은 방대한 규모의 합창 교향곡이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그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형식과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노련하게 활용한 섬세한 색채감이 빛나는 베를리오즈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힌다.
구성은 3부, 총 7개 파트로 되어 있다. 악기 편성은 피콜로, 플루트2, 오보에2, 클라리넷2(A, B♭), 바순4, 호른4(G, F, E, E♭, D, D♭, C, B♭ alto), 코르넷2(A, B♭), 트럼펫2(E♭, D, B♭), 트롬본3, 베이스 튜바, 팀파니2(연주자 2명 필요), 탬버린2, 트라이앵글2, 베이스 드럼, 심벌즈, 크로탈(연주자 4명), 하프2, 현 5부편성, 혼성 합창(작은 합창단 1개-알토, 테너, 베이스로 구성), 대규모 합창단 2개-소프라노, 테너, 베이스로 구성)으로 되어 있다.
베를리오즈가 처음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접하게 된 것은 25세인 1827년이었다. 파리 오베론 극장에서 상연된 연극을 관람한 그는, 무대에서 펼쳐지는 이탈리아의 풍경과 그 순수한 사랑의 열정에 한껏 매료되었다. 그는 특히 3막에서 ‘숨이 멎을 듯한’ 전율을 느꼈으며, 스스로 로미오가 된 듯 그 절박한 사랑의 열정에 사로잡혔다.
특히 그는 줄리엣을 연기한 해리엣 스미드슨에게 한순간에 빠져들었다. 그는 공연을 본 뒤 일기장에 “반드시 줄리엣과 결혼하여 이 연극에 관한 교향곡을 쓰겠다”고 다짐하였다. 그녀에 대한 이 사랑의 열병은 결국 〈환상교향곡〉을 탄생시키기에 이른다.
이렇게 25세의 청년시절에 착상했던 이 작품은, 1838년에야 본격적으로 작곡되기 시작했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작곡에만 매진할 수 없었던 베를리오즈는, 파가니니가 〈이탈리아의 해럴드〉에 대해 2만 프랑의 사례금을 지불한 뒤에야 그토록 소망했던 셰익스피어의 세계를 자신의 음악으로 구현할 수 있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에는 청년 베를리오즈가 셰익스피어의 무대에서 발견했던 다채로운 감정과 분위기가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으며, 셰익스피어가 시도했던 시적, 형식적 혁신은 파격적인 음악적 형식으로 재창조되었다. 베를리오즈는 셰익스피어의 서사를 그대로 따라가기보다는, 특정한 장면들을 펼쳐 보임으로써 셰익스피어가 전달하고자 했던 열정과 비극의 정서를 구현해냈다. 베를리오즈는 1931년에 이탈리아를 여행하던 중, 피렌체에서 상연된 벨리니의 〈캐퓰릿과 몬테규 가〉(I Capuleti e I Montecchi)를 보고 이 작품의 서사적 틀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결투장면과 사랑의 장면, 머큐시오의 풍자적인 연설, 비극적인 재앙과 장엄한 저주 등 그가 음악으로 재창조하고자 했던 장면들을 착안할 수 있었던 것이다.
베를리오즈는 직접 안무와 연기를 지시할 만큼 작품의 초연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렇게 무대에 올려진 1839년의 초연은 100명의 연주자와 101명의 합창단이 참가한 방대한 규모로 이루어졌다. 이 혁신적인 작품에 대한 반응은 다양했지만, 베를리오즈의 작품 중 초연에서 호의적인 평가를 받은 몇 안 되는 예 중 하나로 남아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 음악적 구조에 있어 베토벤의 교향곡 9번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교향곡에서 독창과 합창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뿐 아니라, 피날레 악장을 성악이 이끌도록 한 것이나, 서주를 트롬본의 주제로 시작하는 것 등 여러 가지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표제를 음악적으로 구현하는 방식 역시 베토벤과 유사하다. 특히 베토벤의 〈교향곡 6번〉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단순한 자연의 묘사를 넘어서는 고도의 음악적 상징들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그러하다.
또한 〈로미오와 줄리엣〉은 젊은 바그너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특히 작품 전반에 걸쳐 서사와 주제선율이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제시되는 서법은 바그너의 라이트모티브에 영감을 주었다.
바그너는 1839년에 이 작품을 처음으로 접하고 베를리오즈에게 경외감을 느꼈으며,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쓸 때 이 작품을 모범으로 삼았다. 특히 베를리오즈의 유려한 선율과 절묘한 오케스트레이션은 그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실제로 〈트리스탄과 이졸데〉 전주곡의 시작부분은 〈로미오와 줄리엣〉 2악장의 오프닝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이다. 심지어 바그너는 1860년에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악보를 베를리오즈에게 보내면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위대한 창조자에게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작곡가가 감사함을 담아”라는 헌사를 붙이기도 했다.
이처럼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 음색의 다채로움과 표제적 표현력, 각 악기들의 기교 등 다양한 방면에서 오케스트라의 지평을 넓힌 작품이다. 특히 여느 오페라를 훨씬 능가하는 생생한 장면묘사와 감정표현은 베를리오즈의 섬세함과 혁신적인 음악세계가 빛을 발하는 부분이라 할 것이다.
1. Introduction: Combats - Tumulte - Intervention du prince - Prologue - Strophes - Scherzetto
1악장: 서곡 - 결투 - 소동 - 영주의 중재 - 프롤로그 - 스트로프스 - 스케르체토(Introduction - Combats - Tumulte - Intervention du prince - Prologue-Strophes - Scherzetto)
오랫동안 반목해온 캐퓰릿 가와 몬테규 가의 하인들이 서로 싸우게 된다. 이를 빌미로 양가의 주인들이 칼을 들고 결투를 벌이게 되고, 결국 영주의 중재로 싸움이 중단된다. 빠른 리듬의 현악성부가 서곡을 시작하여 점차 긴장감이 고조된다. 금관이 가세하면서 음악이 절정에 이른 후 묵직한 팡파르로 서곡이 마무리된 후, 곧이어 금관성부가 불안감을 야기하는 아르페지오를 반복하면서 임박한 결투의 긴장된 분위기를 절묘하게 그려낸다.
2. Roméo seul: Tristesse - Bruits lointains de concert et de bal - Grande fête chez Capulet - Fête PAUZE
2악장: 홀로 있는 로미오 - 우울 - 무도회 - 캐퓰릿 가의 대연회(Roméo seul - Tristesse - Bruits lointains de concert et de bal - Grande fête chez Capulet)
캐퓰릿 가에서 주최한 가면무도회에 몰래 참석한 로미오는 줄리엣을 보고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무도회가 진행되는 동안 결국 그 정체가 발각되고, 무도회는 불길한 기운에 휩싸인다.
반음계로 느리게 하행하는 선율이 홀로 있는 로미오의 고독함과 다가올 비극을 암시하듯 불길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악장을 시작한다. 뒤이어 현악을 중심으로 풍성하고 서정적인 선율이 젊은 로미오의 고뇌를 묘사한다. 이윽고 타악기가 무도회의 시작을 알리고 감미로운 춤곡이 흐른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경쾌하고 빠른 춤곡이 이어지다가, 점차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로미오의 정체가 밝혀지는 장면을 묘사한다.
3. Nuit serène - Le jardin de Capulet silencieux et déserte - Scène d'amour
4. Scherzo: La reine Mab, ou la Fée des songes
3악장: 사랑의 장면 - 조용한 밤 - 캐퓰릿 가의 정원 - 연회장을 떠나는 캐퓰릿 가 청년들 - 스케르초: 꿈의 여왕 매브(Scène d'amour - Nuit serène - Le jardin de Capulet silencieux et déserte - Les jeunes Capulets sortant de la fête en chantant des réminiscences de la musique du bal - Scherzo: La reine Mab, reine des songes)
사랑에 빠진 두 연인은 열정이 넘치는 밀어를 나누고, 머큐시오는 사랑에 빠진 로미오를 풍자하며 꿈의 여왕 매브의 노래를 부른다. 3악장을 시작하는 아다지오의 “사랑의 장면”은 베를리오즈가 특히 애착을 가졌던 곡이다. 격렬한 무도회의 음악이 짧게 반복된 후, 현악의 잔잔한 반주 위에서 목관이 더없이 감미로운 선율을 연주한다. 점차 악기들이 가세하면서 음악은 사랑의 기쁨에 가득한 연인들의 모습을 아름답게 그린다. 뒤이어 다시 한 번 무도회의 음악이 연주되면서 연회가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알린다.
‘스케르초 꿈의 여왕 매브’는 〈로미오와 줄리엣〉 중 가장 유명한 곡이다. 매브는 꿈속에 나타나 그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는 꿈의 여왕으로, 베를리오즈는 탁월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마법과 환상의 세계를 눈부시게 그려낸다. 피아니시모로 가볍게 움직이는 현악성부와 목관성부가 요정의 움직임을 묘사하고, 고요하게 이어지는 몽환적인 음악은 꿈속의 세계를 환상적으로 그려낸다. 청명한 트라이앵글의 음색이 신비로움을 더하는 가운데 템포가 느려졌다가 다시 처음의 음악이 반복되면서 꿈의 세계가 끝난다.
5. Convoi funèbre de Juliette: 'Jetez des fl eurs pour la vierge expirée'
6. Roméo au tombeau des Capulets - Invocation: Réveil de Juliette - Joie délirante, désespoir - Dernières angoisses et mort des deux amants
7. Finale: La foule accourt au cimetière - Des Capulets et des Montagus - Récitatif et Air du Père Laurence 'Pauvres enfants que je pleure' - Serment de réconciliation 'Jurez donc par l'auguste symbole'
4악장: 줄리엣의 장송행렬 - 캐퓰릿 가의 묘지에 간 로미오 - 줄리엣의 깨어남 - 환희의 기쁨과 절망 - 연인의 죽음 - 피날레: 묘지로 가는 사람들 - 양가의 싸움 - 로렌스의 아리아 - 화해의 서약(Convoi funèbre de Juliette: ‘Jetez des fleurs pour la vierge expirée’ - Roméo au tombeau des Capulets - Réveil de Juliette - Joie délirante, désespoir - Dernières angoisses et mort des deux amants - Finale: La foule accourt au cimetière - Des Capulets et des Montagus - Récitatif et Air du Père Laurence: ‘Pauvres enfants que je pleure’ - Serment de réconciliation-Oath: ‘Jurez donc par l’auguste symbole’)
줄리엣은 신부의 도움을 얻어 죽음을 가장한다. 슬픔 속에 장송행렬이 이어지고, 로미오는 슬픔 속에서 사랑을 절규한다. 그의 절규에 줄리엣은 가사상태에서 깨어나지만, 이를 모르는 로미오는 독약을 마시고 죽음에 이르고 줄리엣 역시 절망 속에 죽음을 택한다. 묘지에 모인 사람들이 두 사람의 죽음을 발견하고 두 가문은 다시 격렬히 싸운다. 신부가 사건의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자신들의 어리석음을 깨달은 두 가문은 화해를 맹세한다.
이 마지막 악장은 합창과 독창이 중심을 이루면서 음악이 진행된다. 합창과 현성부가 비통함에 가득한 선율을 연주하면서 장송행렬이 시작된다. 이 음악은 줄리엣이 로미오의 죽음을 알고 자살하는 장면에서도 반복된다. 독주 오보에가 장송행진곡의 선율을 반복하면서 줄리엣의 죽음을 절망적으로 그려낸다.
로렌스 신부는 성악성부 중 유일하게 이름이 주어진 등장인물로, 두 연인의 비극적인 사랑을 애통해하며 아리아를 부른다. 로렌스 신부의 베이스 음색은 테너와 알토 독창자들의 노래와 합창단의 음색과 어우러지면서 사건을 설명하고 화해를 촉구한다. 이 노래의 가사는 에밀 데샹이 특별히 붙인 것이다.(클래식 백과)
2017. 10.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