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멘(Carmen)>은 조르주 비제(Georges Bizet, 1838~1875)가 1873~1874년에 완성한 4막짜리 오페라다. 원작은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카르멘》이다. 초연은 1875년 파리 오페라 코미크 극장에서 있었다. 사실주의 오페라, 베리스모 오페라의 효시라 불릴 만큼 하층민의 어두운 삶을 사실적으로 그렸을 뿐 아니라 이전에 없던 여성 캐릭터로 다른 작곡가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조르주 비제(Georges Bizet)-Carmen(카르멘)
Paris-Bastille Opera, conductor: Frédéric Chaslin. Béatrice Uria-Monzon, Sergei Larin
등장인물은 카르멘(집시, 메조소프라노), 돈 호세(하사, 테너), 에스카미요(투우사, 바리톤 혹은 베이스), 미카엘라(돈 호세의 약혼녀, 소프라노), 주니가(중위, 베이스) 등이다. 배경은 1830년대 스페인의 세비야와 그 주변이다. 대본(리브레토)은 루도빅 알레비 및 앙리 메이약이 썼다.
조르주 비제(Georges Bizet)-Carmen(카르멘)
군대의 하사관인 돈 호세가 마을 광장의 초소 당번병으로 근무하는 날 고향에서 약혼녀인 미카엘라가 찾아와 고향의 어머니 소식을 전해준다. 그녀가 광장을 떠나자마자 광장 옆 담배공장에서 싸움이 일어나 소란스러워지고 중위 주니가는 돈 호세를 시켜 이 소란의 원인인 카르멘을 포박하라고 이른다. 다른 사람들이 다 떠나고 둘만 남게 되자 카르멘은 돈 호세를 유혹하며 자신을 풀어달라고 하고, 처음에는 거절하던 돈 호세도 어쩔 수 없이 그녀의 유혹에 넘어간다. 그 둘은 얼마 후 릴리아스 파스티아라는 술집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돈 호세는 그녀가 이송과정에서 달아날 수 있도록 손을 써준다. 그리고 그는 경비를 느슨하게 한 잘못으로 영창에 갇힌다.
조르주 비제(Georges Bizet)-Carmen(카르멘)
Carmen: Teresa Berganza, Don josé: Plácido Domingo, Escamillo: Ruggero Raimodi
Micaela: Katia Ricciarelli, Conductor: Pierre Dervaux 1980
며칠 후, 그들이 만나기로 한 릴리아스 파스티아는 투우사 에스카미요의 등장으로 매우 시끌벅적하다. 환영의 열기가 가시고 난 후 실내가 조용해진 틈을 타 밀수업자들이 카르멘에게 다가와 그녀를 오늘 밤 자신들의 사업에 끌어들이려 한다. 그러나 카르멘은 오늘은 기다릴 남자가 있어서 안된다고 거절하고, 이내 영창에서 풀려난 돈 호세가 술집으로 찾아온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울리는 귀영 나팔소리에 돈 호세는 돌아가려 하나 카르멘은 군대로 돌아가지 말고 자신과 함께 방랑생활을 하자고 꼬드긴다. 그 때 상관인 수니가가 돈 호세를 발견하고 소리치며 귀대할 것을 명령하고, 돈 호세는 화가나 칼을 빼든다. 밀수업자들의 중재로 일단락되긴 했지만 이 사건으로 호세는 상관에게 칼을 빼든 탈영병 신세가 되어 밀수업자 무리에 가담한다.
조르주 비제(Georges Bizet)-Carmen(카르멘)
그 후 돈 호세와 카르멘은 산 속 밀수업자의 은신처에서 지낸다. 어느 날 밀수업자들이 짐을 운반하러 나가고 호세가 혼자 망을 볼 적에 에스카미요가 그 곳에 찾아온다. 카르멘이 그와 정을 통하고 있는 사실을 눈치 챈 돈 호세는 그에게 달려들어 죽이려 하지만 카르멘이 달려와 에스카미요를 도와 도망치게 한다. 그 때 이미 이곳에 찾아와 바위 뒤에 숨어있던 미카엘라가 나타나 돈 호세에게 고향의 어머니께서 위중하시다는 사실을 알리고, 돈 호세는 질투로 가득한 마음을 안고 산을 내려온다. 시간이 흐르고 세비야의 투우장에서 에스카미요가 출전하는 투우경기가 열리던 날, 돈 호세는 에스카미요와 동행한 카르멘을 찾아간다. 사람들이 모두 경기장에 입장하고 둘만 남게 되자 호세는 그녀의 사랑을 애원하지만 그녀는 에스카미요가 있는 곳으로 가려한다. 불타는 질투심을 이기지 못한 호세는 그녀의 가슴을 단도로 찌르고, 그 단도에 쓰러진 카르멘의 시체를 붙잡고 절규한다.
조르주 비제(Georges Bizet)-Carmen(카르멘).
잘츠부르크(Salisburgo).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Herbert von Karajan)
오페라 〈카르멘〉이 처음으로 상연되었던 파리의 오페라 코미크 극장은 주로 가족단위의 관객들이 많이 찾아 함께 오락을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이 상연되었다. 그런 극장에 갑자기 계급이 낮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대거 등장하여 거친 연애 끝에 서로 죽고 죽이는 극이 걸렸으니 이 작품을 처음 접한 일반 대중들의 반응이 좋았을 리 없다. 하지만 동종업계의 예술가들은 모두 이 작품에 열광하여 이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특히 그의 관현악법과 이야기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앞으로의 지형을 바꿔놓을 정도였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관현악법을 공부하려면 버릴 음이 하나도 없이 정확한 곳에 놓여있는 〈카르멘〉의 악보를 꼭 봐야 한다고 할 정도로 뛰어난 〈카르멘〉의 오케스트레이션은 곧 나타날 인상주의 관현악법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하층민들이 등장하여 환상 없는 어두운 삶 그대로를 보여줬다는 면에서 훗날 사실주의 오페라인 베리스모 오페라의 효시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카르멘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여성 캐릭터는 너무도 강렬한 영향을 끼쳤다.
아마도 이 카르멘만큼 오페라에서 구체적인 강한 이미지로 와 닿는 캐릭터도 없을 것이다. 자기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원하는 대로 사는 이 자연주의적인 여성은 어찌 보면 개개인의 욕망에 비추어보았을 때는 부러울 수도 있지만 당시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여느 여인들의 덕목인 지조와 정숙함 따위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으니 비난을 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치명적인 매력으로 남자를 파멸시키는 여성은 〈카르멘〉이후로 곧 여러 작품에 단골로 등장하는 캐릭터가 되었다.
비제는 이 특유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 오페라의 여주인공으로는 드문 메조소프라노의 음역을 카르멘에게 부여했는데, 아직 이 역에 관해서는 ‘카르멘은 곧 누구다’라고 할 만큼의 적임자가 나타나지 못했다는 평이다. 간혹 소프라노 중에서 더 좋은 외모와 노래와 연기를 보여주는 경우는 있었으나 그래도 역시 이 경우는 비제의 의도에 완전히 부합한다고는 보기 어렵다.
메조소프라노인 카르멘과 커플을 이루는 돈 호세는 테너여서 사실 밸런스 면에서는 그리 좋은 궁합이 아니다. 무슨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싶은 것인지 유독 프랑스 오페라에서는 종종 서로 다른 음역을 가진 두 남녀가 주인공 커플로 등장한다. 그래서인지 〈카르멘〉에서 서로 대립관계인 연적들은 기능적인 측면에서 오히려 서로를 보완하는 성격들을 가진다. 사실 원작에서는 돈 호세의 약혼녀인 미카엘라의 비중이 매우 작지만 정숙하고 순결한(당시 관객들이 원하는) 여인을 좀 더 등장시켜 도덕적인 비난을 좀 덜 받으려 했고, 또 이 캐릭터로 소프라노를 기용해 음향적인 균형을 맞추려 했다. 이는 호세와 에스카미요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카르멘에게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비교적 유약한(오히려 현대적인) 테너 호세와는 반대로 상남자의 매력을 가진 에스카미요는 바리톤(때로는 베이스)으로 캐릭터의 성격 면에서나 음역 면에서 호세와 서로 보완하는 관계를 가진다.
사랑은 한 마리 들새 같아서(L'amour est un oiseau rebelle).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
사랑은 한 마리 들새 같아서(L'amour est un oiseau rebelle). 엘리나 가란차(Elina Garanca)
1막 카르멘의 하바네라 ‘사랑은 한 마리 들새 같아서’(L'amour est un oiseau rebelle). 정오의 광장에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중에 단연 눈에 들어오는 그녀, 카르멘의 첫 등장곡이다. 이미 ‘하바네라’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너무도 잘 알려진 이곡은 본래 ‘아바나(쿠바의 수도)의 노래’라는 뜻으로, 스페인이 아바나 항구를 경유하여 식민지의 물품을 받을 때 쿠바의 음악까지도 받아들였음을 보여주는 쿠바 민요풍의 노래다. 사랑이란 길들일 수가 없는 들의 새 같아서 잡으려 하면 잡히지 않고, 오히려 기다리다 보면 찾아올 수도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 노래 한 곡만으로도 카르멘이 어떤 사람인지, 카르멘이 연애와 인생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는 노래이다.
투우사의 노래 - 축배를 듭시다(Toreador Song - Votre toast). Director: Miguel Roa
Solista 페데리코 갈라(Federico Gallar, con 롤라 카사리에고(Lola Casariego)
투우사의 노래 - 축배를 듭시다(Toreador Song - Votre toast)
Ruggero Raimondi, Paris, 1980.
2막 에스카미요의 아리아 쿠플레 ‘축배를 듭시다’(Votre toast). 2막이 열리고, 술집 안에서 사람들의 노는 모습을 보여준 뒤 밖에서 투우사의 합창이 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사람들의 열렬한 환영 속에 인기절정의 투우사 에스카미요가 술집으로 들어와 노래를 한다. 이 노래 역시 너무나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노래로 ‘투우사의 노래(Toreador Song)’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 노래의 마지막 부분에서 에스카미요는 여자들에 대한 애정을 노래하며 여러 집시 여인들과 추파의 말을 주고받다가 카르멘과 마주치게 된다.
당신이 던져 준 이 꽃은(La fleur que tu m'avais jetée). 플라시도 도밍고(Placido Domingo)
당신이 던져 준 이 꽃은(La fleur que tu m'avais jetée). 로베르토 알라냐(Roberto Alagna)
2막 호세의 아리아 ‘당신이 던져 준 이 꽃은’(La fleur que tu m'avais jetée). 약속대로 영창에서 풀려난 후 술집을 찾았던 돈 호세는 어느 새 복귀시간을 맞이한다. 이에 호세는 카르멘을 만난 날 그녀가 그에게 던졌던 그 꽃 (오래 간직해 시든)을 보여주며 역시 ‘꽃노래’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아리아를 부른다. 옥중에서도 이 꽃을 바라보며 그녀를 애증하며 견디어냈으니 이제 자신의 모든 것은 카르멘의 것이라고 말하는 이 노래 역시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하바네라와 마찬가지로 돈 호세의 캐릭터를 분명히 보여주는 기능을 하는 노래이다. 카르멘 속의 노래 한 곡 한 곡이 얼마나 극과 캐릭터를 엮어가는 데 기능적으로 훌륭한 기여를 하는지 알 수 있다.(클래식 백과)
2017. 8. 16.
'음악 클래식에서 헤비메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미유 생상스(Camille Saint Sans) - Symphony No.1 in Eb Major Op.2(교향곡 1번) (0) | 2017.11.22 |
---|---|
카미유 생상스(Camille Saint Sans)-Symphony in A Major(교향곡 A장조) (0) | 2017.11.22 |
조르주 비제(Georges Bizet) - L'Aresinne Suite('아를의 여인' 모음곡) (0) | 2017.11.21 |
조르주 비제(Georges Bizet) - Les Pêcheurs de Perles(진주조개잡이) (0) | 2017.11.20 |
조르주 비제(Georges Bizet) - Symphony No.2 in C major Roma(교향곡 2번 로마) (0) | 2017.1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