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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日本) 규슈(九州) 여행 - 일본의 베니스 야나가와 뱃놀이(柳川川下り)

林 山 2018. 3. 26. 19:01

아침부터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일본의 베니스로 알려진 야나가와 시(柳川市)로 향했다. 뱃놀이를 하기 위해서였다. 야나가와 뱃놀이(柳川川下り)는 한국인들에게도 꽤나 알려져 있다. 패키지 여행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정을 진행할 수 밖에 없다.  


야나가와 시는 규슈(九州) 후쿠오카 현(福岡쓰쿠시 평야(筑紫平野) 남부에 있는 도시다. 야나가와 시 서쪽은 아리아케 해(有明海)에 면해 있고, 북서쪽은 지쿠고 강(筑後川) 하구에 접해 있으며, 북동쪽에서 남서쪽으로 야베 강(矢部川)이 흐른다. 또 북쪽은 오카와 시(大川市), 동쪽은 지쿠고 시(筑後市), 남쪽은 야베 강을 경계로 미야마 시(みやま市)에 둘러싸여 있다. 야나가와 성(柳川城)이 있는 야나가와 시 중심가 북쪽과 서쪽으로는 오키노하타 강(沖端川), 남동쪽으로는 시오쓰카 천(塩塚川)이 흐른다. 


야나가와 시는 옛날부터 야나가와 성의 성하촌(城下村)으로 운하가 발달하여 수곽(水廓)으로 유명하다. 야나가와 시내에는 총연장 약 930km에 이르는 크고 작은 수로가 그물코처럼 얽혀 둘러싸고 있다. 야나가와에는 야나가와 성지(柳川城址)를 비롯해서 일본정원으로 유명한 쇼토엔(松涛園), 일본을 대표하는 시인인 기타하라 하쿠슈의 생가(北原白秋生家), 야나가와 온천(柳川温泉) 등이 있다.


야나가와 뱃놀이(柳川川下り)는 거룻배를 타고 야나가와 성의 방어를 위해 판 해자(垓字)의 수로를 한 바퀴 돌면서 유람하는 것이다. 야나가와 성 해자를 한 바퀴 도는데는 약 3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야나가와 뱃놀이는 엄밀하게 말하면 '강을 따라 내려가다'의 '가와쿠다리(川下り)'가 아니라 '해자를 돌아보다'의 '오호리메리(お堀めぐり)'가 더 정확한 표현이 되겠다. 패키지 여행객들은 대부분 이 코스를 돈다. 


뱃놀이다운 유람을 하려면 미츠하시마치(三橋町) 타카하타케(高畑)의 쇼게츠(松月)승선장에서 죠보리(城堀) 수문을 지나 종점인 오키노하타(沖端)까지 약 4.5km의 수로를 따라 내려가는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소요 시간은 약 70분 정도 걸린다. 이 코스는 편도 운항이다.  


민물장어 요리 전문식당 うなぎの大東(우나기노다이토)


うなぎの大東(우나기노다이토)의 장어덮밥


야나가와 시 조구마치(城隅町) 18-9 뱃놀이와 민물장어(うなぎ) 요리 전문식당 겸업 회사 다이토 엔터프라이즈(大東エンタープライズ) 주차장에 도착하니 점심 때가 거의 다 되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다. 민물장어 요리 전문식당 なぎの大東(우나기노다이토)에서 장어덮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장어덮밥은 사각의 나무통 안에 대발을 깔고 다시마 우린 물로 지어 소스로 간을 맞춘 밥을 깔고 그 위에 장어 두 쪽을 달랑 올려 놓았다. 오뎅(おでん, 어묵) 한 쪽과 면 몇 가락이 담긴 우동(うどん, 가락국수), 다꽝(たくあん, 단무지) 두 쪽, 녹차도 함께 나왔다.  


우나기노다이토 장어덮밥은 장어로 가득 덮힌 충주 마즈막재에 새로 생긴 화식(和食, 일본식) 레스토랑 장어덮밥과 너무나 비교가 되었다. 우나기노다이토 장어덮밥은 '아니 이게 뭐야?' 할 정도로 일본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자 가이드가 장어를 가득 덮은 장어덮밥은 가격이 매우 비싸다고 했다.  


감칠맛이 나는 밥은 짭조름하게 간이 되어 있어 따로 반찬이 없어도 먹을 만했다. 다꽝과 우동 국물을 안주로 사케(さけ, 淸酒)도 한 잔 곁들여 마셨다. 뱃놀이에 주흥이 빠져서야 되겠는가!  


야나가와 성(柳川城) 해자의 선착장


점심 식사를 마치고 우나기노다이토 바로 옆에 있는 야나가와 뱃놀이 선착장으로 나갔다. 비가 여전히 오락가락하고 있어 레스토랑에서 나눠준 비닐 우비를 입었다. 선착장에는 여러 척의 거룻배가 보였다. 야나가와라는 이름에 걸맞게 수양버들이 수로변을 따라 줄을 지어 늘어서 있었다. 야나가와에는 버들잎이 막 피어날 무렵에 오는 것이 좋겠다. 가이드 설명으로는 우나기노다이토에서 내놓는 장어를 이 수로에서 잡는다고 했다. 수로변에는 활짝 핀 노란 수선화가 비를 맞고 있었다.    


선착장의 왜가리


선착장 건너편 목제 계단에는 왜가리(靑鷺, あおさぎ) 한 마리가 서성이고 있었다. 수로에 산다는 장어를 잡아먹으려는 것일까? 황새목 백로과에 속하는 대형 조류인 왜가리는 전체적으로 회색을 띠며, 머리꼭대기는 흰색, 눈 위에서 뒷머리까지는 검은색이며, 2~3개의 댕기가 있다. 앞 목에는 검은색의 세로 줄무늬가 있고, 어깨 깃도 검은색이다.


백로류에는 왜가리, 중대백로, 중백로, 쇠백로, 황로, 해오라기 등이 있다. 왜가리는 전반적으로 잿빛(회색)을 띠므로 두루미목 두루미과의 재두루미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재두루미는 덩치가 더 크고, 댕기가 없으며, 눈 주변의 나출부(裸出部)가 붉은색으로 왜가리와 구별된다.


뱃사공


우비를 입은 채 늙수구레한 뱃사공이 모는 거룻배에 올랐다. 삿갓을 쓴 뱃사공은 자기 소개를 한 뒤 길다란 장대로 만든 삿대로 수로 바닥을 밀면서 거룻배를 몰았다. 뱃사공은 배를 몰면서 엔카(演歌) 풍의 일본 노래를 구성지게 불렀다. 뱃사공은 야나가와 성의 슬픈 사연을 알고 있을까?


일본 센고쿠 시대(戦国時代, 15세기 중반~16세기 후반) 야나가와 성주는 가마치 시게나미(蒲池鎮漣)였다. 센고쿠다이묘(戦国大名) 류조지 다카노부(龍造寺隆信, 1529~1584)의 딸 다마쯔루히메(玉鶴姫)를 시게나미에게 시집보냈다. 정략 결혼을 통해 규슈의 실력지 시게나미를 회유하기 위해서였다. 두 개의 태양은 있을 수 없듯이 두 영웅은 양립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다카노부는 히고(肥後), 치쿠고(筑後) 등지로 세력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사위 가마치 시게나미가 12~19세기 규슈 남단을 지배한 시마즈씨(島津氏)와 내통했다고 몰아 가마치 일족을 몰살시켰다. 다마쯔루히메도 결국 자결하고 말았다. 권력욕이란 이처럼 피도 눈물도 없는 것이다.   


수로에 놓인 다리가 나타날 때마다 뱃사공은 '수그리!'를 외쳐 유람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그는 간단한 한국말도 구사했다. 그만큼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온다는 증거였다. 


어떤 다리에는 '야나가와(柳城)'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수로에는 꽤 여러 개의 다리가 놓여 있었는데, 수면과 다리 사이가 너무 낮아서 허리와 머리를 숙여서 납작 엎드려야만 지나갈 수 있었다. 이때는 뱃사공도 삿대를 쓸 수 없어 다리의 상판 밑에 매어 놓은 밧줄을 잡고 배를 끌어야만 했다. 


야나가와 성(柳川城) 해자


다리를 만날 때 뿐만 아니라 때때로 녹나무 가지들이 수로에 늘어져 있는 곳에서도 몸을 수그려야만 했다. 일본에는 어디를 가든지 아름드리 녹나무(樟腦木, 樟樹)가 참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 


녹나무는 한국의 제주도와 중국의 남부 지방, 대만, 일본 등지에 많이 분포하는 상록 활엽 교목이다. 높이는 20m, 지름은 2m 이상까지 자란다. 녹나무에는 장뇌향(樟腦香, Camphor)이라는 방충제가 들어 있어 좀이 슬지 않기 때문에 예로부터 고급 가구재로 쓰였다. 또, 목재가 단단하고, 물속에서도 잘 썩지 않아 배를 만드는 데도 많이 쓰였다. 일본의 역사책 '니혼쇼키(日本書紀)'에 보면 '시조(始祖) 신은 신체 각 부위의 털을 뽑아 여러 가지 나무를 만들었는데, 그중에서 눈썹 털로 녹나무를 만들고 배를 만드는 데 쓰라.'고 했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선박은 물론 그들이 자랑하는 구다라칸논(百濟観音) 등 많은 불상도 녹나무로 만들었다.


한의학에서 장뇌(樟腦)는 개규약(開竅藥)으로 분류된다. 성질은 뜨겁고 독이 있으며, 맛은 맵다. 수소음심경(手少陰心經)으로 들어간다. 소종지통(消腫止痛, 소염진통)개규(開竅), 벽예(僻穢), 살충(殺蟲) 등의 효능이 있어 타박상(打撲傷), 어체종통(瘀滯腫痛), 토사복통(吐瀉腹痛), 완복창통(脘腹脹痛), 중풍담궐(中風痰厥), 졸연혼도(卒然昏倒), 열병신식혼미(熱病神識昏迷), 신지혼미(神志昏迷), 구규병(九竅病) 등을 치료한다. 외용(外用)하면 개선창양(疥癬瘡瘍) 등의 피부병을 치료한다. 신경쇠약, 간질, 방광염, 신우신염 등을 치료한다고도 알려져 있다. 또, 흥분제나 강심제로도 쓰인다. 일본에서는 예로부터 장뇌를 우리나라의 인삼처럼 매우 귀중한 약재로 여겼다.   


야나가와 성(柳川城) 해자


야나가와 성 해자의 수로는 오키노하타 강으로 통한다. 오키토하타 강은 후쿠오카 현과 구마모토 현(熊本県), 사가 현(佐賀県), 나가사키 현(長崎県)으로 둘러싸인 시마바라 만(島原灣)의 아리아케 해로 흘러들고, 아리아케 해는 하야사키세토(早崎瀬戸)와 아마쿠사나다(天草灘)를 지나 히가시시나카이(東シナ海, 동중국해, 동지나해)와 만난다.


야나가와 성(柳川城) 해자에서 필자


야나가와에는 화창한 봄날 능수버들이 바람에 휘날릴 때 자유 여행으로 와서 며칠 머물며 뱃놀이를 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야나가와 봄바람이 치마폭을 스치면 고요한 처녀 가슴 물결이 이네...... 뱃노래를 부르면서 말이다. 


2018. 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