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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日本) 규슈(九州) 여행 - 오고리 시(小郡市) '개구리 절' 뇨이린지(如意輪寺)

林 山 2018. 3. 21. 12:38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세이에이잔(清影山)의 뇨이린지(如意輪寺)를 찾았다. 밀교(密敎) 신곤슈(眞言宗)의 오무로 파(御室派) 사찰인 뇨이린지는 규슈(九州) 후쿠오카 현(福岡県) 오고리 시(小郡市) 요코구마(横隈)에 있다. 오무로 파의 대본산은 히로시마 현(廣島県) 이쓰쿠시마(嚴島)의 영봉 미센(弥山, 530m) 기슭에 있는 다이쇼인(大聖院)이다. 일본 주코쿠(中国) 지방 33관음성지(三十三觀音聖地) 중 제14번 사찰인 다이쇼인의 정식 명칭은 다키야마 스이쇼지 다이쇼인(多喜山水精寺大聖院)이다. 


신라 문무왕(文武王, ?~681) 때의 승려 혜통(惠通)은 해동 진언종(海東眞言宗)을 개창했고, 632년(진덕여왕 1) 신라 왕족이자 자장율사(慈藏律師)의 외조카인 명랑(明朗)은 해동 진언종의 별파인 해동 신인종(海東神印宗)을 창시했다. 당나라 때 장안(長安)의 청룡사(靑龍寺)에 주석하던 혜과(惠果, 746~805)는 중국 진언종을 창시했다. 헤이안 시대(平安時代, 794~1185)인 9세기 초 일본의 승려 고보다이시(弘法大師) 구카이(空海, 774~835)는 일본 신곤슈를 개창했다.    


어려서부터 한문과 유학(儒學)을 깊이 공부한 구카이는 798년 22세의 나이로 출가하여 나라(奈良) 다이안지(大安寺)에서 산론슈(三論宗)를 배웠다.그는 한시에도 능했다. 804년 사이초(最澄, 767~822)와 함께 당나라에 건너간 구카이는 혜과의 수제자가 되어 진언 밀교(眞言密敎)와 태장계만다라(胎藏界曼陀羅)를 배웠다. 혜과는 구카이의 재능을 높이 평가하고 그에게 밀교의 이대 법문(二大法門)인 태장계(胎藏界)와 금강계(金剛界)를 전수하였으며, 헨죠콘고(遍照金剛)라는 밀호(密號)를 내렸다. 


일본의 입당 팔대가 가운데 정통 밀결(密訣)을 전수받은 사람은 구카이뿐이었다. 806년에 귀국해서 일본 신곤슈를 창시한 구카이는 다른 밀교 승려들과는 달리 밀교를 위해 교상판석(敎相判釋)을 행하고, 불교와 밀교의 관계를 설명하였으며, 불교의 궁극적 진리가 밀교에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신곤슈는 즉신성불(卽身成佛)과 국태민안(國泰民安)을 강조함으로써 귀족들의 환영을 받았다. 


구카이는 일본인 최초로 산스크리트어를 알았던 인물이며, 한자의 편방(偏旁)을 참조하여 일본 자모인 가타가나를 만든 사람이다. 그는 또 일본 최초의 사립학교인 슈게이슈치인(綜藝種智院, 綜智大學의 전신)을 세워 불교와 유교를 가르쳤다. 835년에 입적한 구카이는 고보다이시라는 시호를 받았다. 구카이의 저서 가운데 '쥬쥬신론(十住心論)'은 일본 최초의 사상사라고 할 수 있다.


오층석탑


뇨이린지 입구에는 날씬하고 호리호리한 느낌을 주는 오층석탑이 세워져 있다. 일본의 석탑은 우리나라의 석탑과는 그 양식이 상당히 다르다. 오층석탑의 기단부(基壇部) 갑석(甲石) 위에는 작은 개구리 상이 사방에 하나씩 놓여 있다. 뇨이린지 경내에는 주지 스님이 모아놓은 수많은 개구리 장식물 때문에 일명 '가에루지(カエル寺, 개구리 절)'라고도 불린다. 매년 6월 6일 뇨이린지에서는 개구리 축제도 열리고 있다.  


일본어 가에루(かえる, 返る, カエル)는 '(원상으로) 되돌아가다. (본디 장소, 임자에게) 되돌아오다, (반응을 일으켜) 되돌아오다, (알이) 깨다, 개구리' 등의 뜻이 있다. '(무사하게) 돌아가(오)다'는 뜻의 '가에루(かえる)'가 '개구리'를 가리키는 '가에루(蛙, カエル)'의 발음과 같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개구리가 행운을 가져온다는 속설이 있다. 일본인들은 자동차를 새로 샀을 때 운전대 곁에 개구리를 부적으로 걸어두기도 한다. 재운(財運)을 돌아오게 하는 것도, 관운(官運)을 돌아오게 하는 것도, 명예를 돌아오게 하는 것도 개구리와 연결된다. 모두 다 '가에루'이기 때문이다.      


동음이의어에 착안해서 뇨이린지를 행운의 개구리 절로 유명세를 타게 한 주지 스님은 머리가 비상하게 좋은 사람임이 틀림없다. 뇨이린지에는 약 3,000여 종의 개구리 상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7묘상(七猫像)


십삼층석탑


오층석탑을 지나면 십삼층석탑이 나타난다. 십삼층석탑 앞에는 자세와 표정이 서로 다른 고양이 상 7개가 놓여 있다. 뇨이린지에 칠묘상(七猫像)을 모셔 놓은 연유는 모르겠다. 오른손에 잉어를 들고 있는 고양이 상 옆에는 3마리의 개구리 상이 놓여 있다.    


몬쥬보사츠(文殊菩薩)


십삼층석탑에서 계단을 내려가면 오른쪽에 몬쥬보사츠(文殊菩薩)가 봉안된 불전(佛殿)이 있다. 몬쥬보사츠는 오른손에 무명(無明)의 구름을 잘라버리는 지혜의 칼을 치켜들고, 왼손에 패엽(貝葉)으로 된 한냐하라미츠쿄(般若波羅蜜經)를 들고 있다. 머리에는 화려한 보관을 쓰고 있다. 몬쥬보사츠는 샤카무니부츠(釋迦牟尼佛)의 지덕(智德)과 체덕(體德)을 맡아 교화를 돕기 위해 나타난 지혜의 보살이다. 몬쥬보사츠 옆의 불상은 비가 내리는 바람에 확인하지 못했다. 


다이유덴(大雄殿)


다이유덴(大雄殿)의 본존 뇨이린칸논(如意輪觀音)


뇨이린지 다이유덴(大雄殿) 법당에는 화려하게 장식한 본존 뇨이린칸논(如意輪觀音)이 봉안되어 있다. 뇨이린칸논은 칸제온보사츠(觀世音菩薩)가 바뀌어 나타난 6관음(六觀音) 중 하나로 여의보주(如意寶珠)와 법륜(法輪)을 지니고 자비와 지혜를 베푸는 보살이다. 6관음의 본신은 쇼칸논(聖觀音), 나머지 센쥬칸논(千手觀音)과 메주칸논(馬頭觀音), 쥬이치멘칸논(十一面觀音), 쥰테이칸논(准提觀音), 뇨이린칸논(如意輪觀音) 등 다섯 가지 모습은 보문시현(普門示現)의 변화신이다. 쇼칸논은 아귀도, 센쥬칸논은 지옥, 메주칸논은 축생, 쥬이치멘칸논은 아수라, 쥰테이칸논은 인간, 뇨이린칸논은 천상을 구제한다.


뇨이린칸논은 후쿠오카 현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불단(佛壇)의 앞에도 개구리 상이 놓여 있다. 다이유덴 앞 석등에는 수많은 소원 쪽지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저 소원들을 다 들어주려면 뇨이린칸논도 골치 꽤나 아프겠다.


다이유덴(大雄殿)의 후도묘오(不動明王)


뇨이린지 다이유덴 후도묘오(不動明王) 상 앞에도 앙증맞고 귀여운 꼬마 개구리 상들이 놓여 있다. 묘오(明王)는 번뇌에 사로잡혀 있는 중생을 지혜의 광명으로 굴복시켜 구제한다는 존격(尊格)이다. 묘오는 교화하기 어려운 중생에게 두려움을 주어 굴복시키기 위해 대부분 성난 모습을 하고 있다. 


고다이묘오(五大明王)와 하치다이묘오(八大明王)의 주존인 후도묘오는 모든 번뇌와 악마를 굴복시킨다. 밀교의 절대적 중심의 본존인 다이니치뇨라이(大日如來)가 일체의 악마와 번뇌를 굴복시키기 위해 분노한 모습으로 화현하여 나타난 존격이 후도묘오다. 고잔제묘오(降三世明王)는 탐진치(貪瞋癡) 삼독(三毒), 군다리묘오(軍荼利明王)와 다이이토쿠묘오(大威德明王)는 악마를 굴복시킨다. 쿠자쿠묘오(孔雀明王)는 온갖 재난과 질병을 물리치고, 콘고야샤묘오(金剛夜叉明王)는 악한 짓을 저지른 중생을 마구 집어삼킨다고 한다.


다이유덴(大雄殿)의 탱화


다이유덴(大雄殿) 닫집


다이유덴 한쪽 벽에 걸린 탱화에는 경문의 한가운데에 뇨이린칸논이 그려져 있다. 뇨이린칸논을 모신 불단의 천정에는 화려한 닫집을 만들어 달았다. 뇨이린지 다이유덴의 닫집은 우리나라 사찰의 닫집과는 그 형태가 다소 다르다.  


지조우덴(地藏殿)


간논소(觀音像)


다이유덴 앞에는 지조보사츠(地藏菩薩)를 모신 지조우덴(地藏殿)이 있다. 지조보사츠는 샤카무니부츠 입멸(入滅) 후부터 미로쿠부츠(彌勒佛)가 하생(下生)할 때까지 부처 없는 세상에서 육도(六道) 중생을 구원한다는 대비보살(大悲菩薩)이다. 이른바 억압받는 자, 죽어가는 자들의 구원자다. 지조보사츠는 지옥에 떨어지는 사자(死者)들을 모두 구원할 때까지 성불(成佛)하지 않겠다는 서원을 세웠다. 지조우덴을 세우는 것은 제 명에 죽지 못하고 비명횡사하여 구천을 떠도는 사자를 구원하기 위해서다.


지조우덴 앞에는 간논소(觀音像)가 세워져 있다. 간논소 옆에는 '다키우키칸논(抱きうき觀音)'이라고 쓴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안아봐도 되는 간논소일까?    


미즈카케후도묘오덴(水掛不動明王殿)


미즈카케후도묘오덴(水掛不動明王殿)은 후도묘오에게 물을 끼얹고 소원을 비는 불전이다. 사람들이 소원을 빌면서 끼얹은 물 때문에 불상과 불단에는 이끼가 파랗게 끼어 있다. 미즈카케후도묘오덴 앞 아름드리 나무 받침대 위에는 보살을 등에 태운 개구리 상이 놓여 있다.  


간키리후도묘오덴(癌切不動明王殿)


다이유덴 바로 옆 골목에는 간키리후도묘오덴(癌切不動明王殿)이 있다. 간키리후도묘오(癌切不動明王)는 명호 그대로 암을 없애 준다는 후도묘오다. 암을 없애 준다니 얼마나 고마우신 후도묘오인가!


묘오덴(明王殿)


언덕 위에는 묘오덴(明王殿)이 있다. 묘오덴에는 후도묘오(不動明王)를 주존으로 고다이묘오(五大明王) 또는 하치다이묘오(八大明王)를 모시는 불전이다. 후도묘오는 한국에서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존격이다. 후도묘오에 대한 신앙과 수행법은 티벳과 한국에서는 거의 다 사라졌고, 오직 일본에서만 성행하고 있다. 이것이 한국 불교와 일본 불교의 차이점이다. 


야쿠시도(藥師堂)


묘오덴과 오솔길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는 야쿠시뇨라이(藥師如來)를 모신 야쿠시도(藥師堂)가 있다. 야쿠시뇨라이는 병에 걸린 사람이 그 상을 만지거나 명호를 소리내어 부르기만 해도 깨끗이 낫게 해준다는 부처다. 역시 고마우신 야큐시뇨라이다.  


지코우칸논소(慈光觀音像)


소시조(祖師像)


언덕 위에는 야쿠시도를 사이에 두고 지코우칸논소(慈光觀音像)와 소시조(祖師像)가 세워져 있다. 지코우(慈光)는 자애로운 빛이니 지코우칸논(慈光觀音)은 한없이 자비로운 칸논이란 뜻이다. 소시조(祖師像)는 신곤슈의 소시(祖師) 고보다이시 구카이의 상이 아닌가 생각된다.     


구요토(供養塔)


두 기의 구요토(供養塔)와 커다란 석조 개구리 상을 마지막으로 뇨이린지를 대충 둘러보았다. 부도(浮屠)의 일종인 구요토는 부처에게 공양하기 위한 탑인데, 죽은 사람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위령비(慰靈碑)로 세워지기도 한다.  


일본인들 사이에 태어날 때는 진쟈(神社), 죽어서는 사찰로 간다는 말이 있다. 일본인들은 부처가 변신하여 현세에 신토의 신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믿는다. 일본 고유의 종교인 신토(神道)와 외래 불교 사이에 신불습합(神佛習合)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신토는 또 일왕을 신적 존재로 만들었다. 그래서 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인 미국의 요구로 '인간선언'을 하기 전까지 일왕은 일본인들에게 반신반인(半神半人)으로 받아들여졌다. '인간선언'과는 상관없이 지금도 여전히 일왕을 반신반인으로 여기는 일본인들이 상당히 많다. 


한국에서도 어느 지방의 지자체 시장이 희대의 강간범이자 독재자로 악명을 떨쳤던 전직 대통령에 대해 '반신반인으로 하늘이 내렸다.'는 정신 나간 발언을 한 적이 있다. 그 시장은 아마도 일본 신토의 영향을 받은 사람이 아닌가 한다. 일왕을 위해 충성을 맹세하는 혈서를 쓰고 일본군 초급 장교가 되어 독립군을 토벌하던 인간, 군사반란으로 정권을 잡은 뒤 공포정치로 인권을 유린하면서 철권을 휘두르던 인간에게 '반신반인으로 하늘이 내렸다.'고 한 발언은 뼛속까지 친일 민족반역자가 아니면 도저히 할 수 없는 발언이다.    


2018. 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