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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日本) 규슈(九州) 여행 - 무나카타 시(宗像市) 다노(田野) 겐카이 로얄 호텔(玄海ロイヤルホテル)

林 山 2018. 3. 27. 16:51

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저녁 늦게 겐카이 로얄 호텔(玄海ロイヤルホテル)에 도착해서 여장을 풀었다.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바로 레스토랑으로 내려가 와쇼쿠(和食), 즉 일식(日食)으로 저녁을 먹었다. 일본 소주(燒酎)도 한 잔 곁들였다. 나는 한국의 희석식 소주보다 일본의 증류식 소주를 훨씬 더 좋아한다. 일본의 증류식 소주는 마시고 난 뒤의 느낌이 깨끗하다. 


겐카이 로얄 호텔은 후쿠오카 현(福岡県) 무나카타 시(宗像市) 다노(田野)에 있는 4성급 호텔이다. 무나카타 시는 동쪽의 온가 군(遠賀郡)과 서쪽의 후쿠쓰 시(福津市) 사이에 있다. 다노는 규슈(九州) 북단 무나카타 시 외곽의 한적한 바닷가에 자리잡고 있다. 


다노 북서쪽 해변에는 일본의 '하쿠샤세이쇼(白砂青松) 100선'으로 선정된 겐카이 국정공원(玄海國定公園) 사츠키 마쓰바라(さつき松原, 솔밭)와 사츠키 마쓰바라 해수욕장(さつき松原海水浴場)이 있다. 무나가타 시 고노미나토 반도(神湊半島)와 가네자키 반도(半島) 사이의 만을 고노미나토우라(神湊浦)라고 한다. 고노미나토우라 앞 바다에는 오시마(大島)와 지노시마(地島), 가츠시마(勝島)가 떠 있다. 이 들 섬 앞에는 드넓은 대한 해협(大韓海峽, Korea Strait)이 펼쳐져 있다. 일본에서는 대한 해협을 겐카이나다(玄界灘)라고 부른다.          


겐카이 로얄 호텔


후쿠오카 공항에서 겐카이 로얄 호텔까지는 차로 약 1시간 정도 걸린다. JR 하카타 역(博多駅)을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도 있다. 셔틀버스도 1시간 정도 소요된다. 겐카이 로얄 호텔은 한국으로 말하자면 리조트 비스무리한 곳이다. 산기슭에 이 호텔만 달랑 하나 세워져 있다. 로비나 편의점 여기저기서 한국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한국인 패키지 관광객들이 많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유여행객들은 아마 여기 올 일이 거의 없을 것이다. 로비에는 한글로 쓴 '한국인 ㅇㅇㅇ이 운영하는 횟집' 입간판까지 세워져 있다. 


겐카이 로얄 호텔의 교회 건물과 야외 풀장


겐카이 로얄 호텔은 T자형 건물이다. 산으로 둘러싸인 호텔 건물 남서쪽 마당에는 십자가가 걸려 있는 건물과 야외 풀장이 있다. 십자가 건물은 기독교 신자들이 예배를 보는 교회가 아니라 결혼식을 위한 예식장용 건물이다. 능선 너머는 바로 사츠키 솔밭과 해수욕장으로 이어진다.  


겐카이 로얄 호텔에서 바라본 다노 마을과 유가와야마(湯川山)


호텔 북동쪽으로는 다노가 자리잡고 있고, 그 뒤로 유가와야마(湯川山)가 솟아 있다. 호텔 바로 뒤에는 태양광 발전소가 있고, 그 뒤로 겐카이히가시 소학교(玄海東小学校) 건물이 보인다. '일본에서 조선소국의 형성과 발전'이란 책에서 조희승은 유가와야마(湯川山)에서 조선식 산성(한식 산성)이 발견되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노 마을


저녁을 먹고 객실로 돌아와 TV를 켰다. 일본에서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김여정(金與正, 1987~)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1954~) 일본 수상의 방한이 탑 뉴스다. 북한은 외교 정책에 있어서 강온 양면작전을 적절하게 구사하여 소기의 성과를 올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핵 보유국임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남북대화에 나서는 등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평창 올림픽을 통해서 전세계에 보여준 것이다.


아베는 일본군에게 강제로 끌려간 조선인 성노예 문제 때문에 사실 한국에 가지 않으려고 했다. 자민당 의원들의 권고에 못 이기는 척하고 한국에 간 것은 다른 속셈이 있어서다. 그 속셈은 뭘까? 아베의 속셈은 동계 올림픽은 한국에서 하되 관광은 일본에서 하라는 것이다. 아베의 속셈은 상당 부분 성공한 것으로 일본 매스컴이 평가하고 있다. 평창 동계 올림픽의 특수는 일본이 누리고 있다는 평가다.


일본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익에 관해서는 의견이 일치하는 나라다. 을사오적(乙巳五賊)처럼 자기 일신 또는 일당의 이익을 위해 나라를 팔아먹거나 이권을 내주는 그런 나라가 아니란 말이다. 일본에 바다를 팔아먹은 매국노들이 있음에도 내 편이면 무조건 용서가 되는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다. 이게 일본과 한국의 차이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아이디어를 낸 것은 사실 남한도 북한도 아니다. 바로 올림픽 위원회가 낸 아이디어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은 세계 평화라는 아젠다를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구현해 보라는 올림픽 위원회의 적극적인 제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남북 단일팀 구성안을 낸 것이 남한도 북한도 아니라는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김여정이 오든, 김영남이 오든, 누가 오든 남북 간 상호불가침협정을 체결하고 대사를 교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특권층 뿐만 아니라 민간인도 자유왕래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게 민족사의 명령이다.


동계 올림픽 경기를 심야에 하는 것은 순전히 미국 시청자들을 위해서다. 스키점프 경기 생방송을 자정이 넘어서까지 하는 것을 일본 테레비로 보았다. 결국 경기 결과도 못보고 잠이 들었다.


뷔페식 아침 식사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대욕탕으로 내려가 뜨거운 온천물에 몸을 담근 뒤 레스토랑으로 아침을 먹으러 갔다. 아침밥은 야채와 과일, 생선, 어묵 위주로 먹었다. 또, 낫또와 우유, 요거트도 먹었다. 와쇼쿠가 내게는 체질에 맞는 것 같다. 


일행 중 한 사람이 목욕탕에서 속옷과 숙소 카드키를 도난당하는 일이 일어났다. 일본에서는 숙소 카드키를 분실하면 상당한 액수의 돈을 물어내야 한다. 하지만 도난을 인정받았기에 배상은 하지 않았다. 


호텔을 떠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을 때 호텔 측에서 카드키와 속옷을 찾았다고 연락이 왔다. 누군가 카드키와 속옷을 목욕탕 구석 자리에 슬며시 도로 갖다 놓았더란다. 하지만 속옷을 찾으러 다시 돌아갈 수도 없지 않은가! 일본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다. 공공장소에서는 중요한 물품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2018. 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