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의 마지막 밤을 맞았다. 후쿠오카 현(福岡県) 기타큐슈 시(北九州市) 고쿠라기타 구(小倉北区) 아사노(浅野)의 리가 로얄 호텔 고쿠라(リーガロイヤルホテル小倉)에 여장을 풀었다. 창립 7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리가 로얄 호텔 그룹은 일본의 민간 영빈관 중 하나라고 불린다. 3성급 리가 로얄 호텔 고쿠라는 지상 30층의 고층 시티 호텔로 규슈의 랜드마크이다. 이 호텔은 간몬 해협(関門海峡)이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매우 좋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리가 로얄 호텔 고쿠라(リーガロイヤルホテル小倉)
리가 로얄 호텔 남서쪽 바로 앞에는 고쿠라 역(小倉駅)이 자리잡고 있다. 고쿠라 역에서 걸어서 3분 정도 걸리는 아주 가까운 거리다. 고쿠라 역은 오사카(大阪)와 후쿠오카를 잇는 산요신칸센(山陽新幹線)과 기타큐슈 고소쿠테쓰도(北九州高速鉄道) 코쿠라 선(小倉線)이 연결되는 거대한 역이다. 느낌으로는 서울역보다 훨씬 더 큰 것 같다. 역 구내에는 스테이션 호텔 고쿠라(ステーションホテル小倉)를 비롯해서 편의점 세븐일레븐 고쿠라점(セブン-イレブン九州恵みの玉手箱小倉店), 쇼핑몰 아뮤플라자 고쿠라(アミュプラザ小倉), 레스토랑, 제과점, 초콜릿 전문점 등이 들어서 있다.
리가 로얄 호텔 고쿠라(リーガロイヤルホテル小倉)
리가 로얄 호텔 바로 북서쪽 근처에는 니시니혼 종합전시장(西日本総合展示場)이 있다. 니시니혼 종합전시장에서는 각종 박람회나 국제회의, 콘서트 등이 열린다. 고쿠라 역 주변에는 리가 로얄 호텔 말고도 유타카 호텔(ユタカホテル), 아파 호텔 고쿠라 역전(アパホテル小倉駅前), 야나기 호텔(ビジネスホテル ヤナギ), 아사노 호텔(あさのホテル), 콤포트 호텔 고쿠라(コンフォートホテル小倉), 리코 호텔 고쿠라(リコホテル小倉), 수파 호텔 고쿠라 에키미나미구치(スーパーホテル小倉駅南口) 등이 밀집해 있다. 고쿠라 역을 중심으로 한 이 지역이 기타큐슈의 중심지임을 알 수 있다.
리가 로얄 호텔 고쿠라의 총 객실 수는 295실이다. 모든 객실이 30평 이상으로 널찍해서 안락한 숙박을 할 수 있다. 객실마다 무선 인터넷도 완비되어 있다. 또, 초고층 호텔이기 때문에 객실에서 기타큐슈의 야경을 즐길 수 있다. 호텔 최상층인 29층의 레스토랑과 라운지에서는 기타큐슈의 전망을 바라보면서 큐슈의 풍부한 식재료를 이용한 일본 요리나 중국 요리, 철판구이 등을 즐길 수 있다. 호텔에서 머무는 동안 실내 수영장, 휘트니스 센터, 사우나 등의 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
숙성회
저녁은 29층 전망 좋은 레스토랑이 아니라 2층의 와쇼쿠(和食) 전문 레스토랑에서 먹었다. 처음에 나온 요리는 절여서 숙성시킨 생선회와 야채 샐러드였다. 절인 생선회는 상큼하면서도 짭조름한 맛이었다.
고기를 먹을 때는 꼭 야채 샐러드를 함께 먹는 것이 좋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구울 때 불완전 연소된 지방과 단백질에서는 벤조피렌(benzopyrene)이라는 발암물질(發癌物質)이 생성된다. 벤조피렌이 우리 몸에 흡수되면 DNA을 변형시켜 각종 악성종양(惡性腫瘍, malignancy), 즉 암(癌)을 발생시킨다. 곰취나 참취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Polyphenol), 마늘에 들어 있는 알리신(Allicin), 양파에 들어 있는 퀘르세틴(Quercetin) 등의 성분은 세포의 돌연변이를 억제한다. 따라서 곰취나 참취, 양파 등으로 만든 샐러드를 섭취하면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또, 배는 벤조피렌을 몸 밖으로 배출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구운 고기를 먹은 뒤에는 배를 먹는 것이 좋다.
어묵탕
이어서 달걀처럼 생긴 어린아이 주먹만한 어묵에 대두를 꼬투리채 넣고 끓인 탕이 나왔다. 어묵탕의 국물이 참 시원하고 구수했다. 어묵탕은 사케(さけ) 안주로도 좋고, 해장국으로도 좋을 듯했다.
생선회
드디어 생선회가 나왔다. 사케를 주문했더니 예쁜 호리병에 담아 내왔다. 생선회의 살결을 보고 방어(魴魚) 같아서 물어보니 맞다고 한다. 방어는 부시리(평방어, 나분대)와 함께 전갱이과에 속한다. 일반인들은 방어와 부시리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방어는 배지느러미와 가슴지느러미 끝단이 나란히 일자인데, 부시리는 배지느러미와 가슴지느러미 끝단의 차이가 많이 난다.
일본에서는 방어를 부리(ブリ), 부시리를 히라마사(ヒラマサ)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시리를 히라스라고 부른다. 히라마사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히라스로 바꼈을 것으로 추정된다.
생선구이
생선회에 이어 생선구이도 한 접시 나왔다. 이 생선의 이름이 무엇인지는 미처 물어보지 못 했다. 하지만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꽤 괜찮은 생선이었다. 사케 안주로도 안성맞춤이었다.
완자탕
완자탕도 나왔다. 꽤 큰 완자 하나에 달걀을 풀어서 맑게 끓인 탕이었다. 토란을 넣어서 만들었는지 약간 알싸한 맛이 나는 것도 같았다. 완자탕도 역시 사케 안주로 그만이었다.
밥과 된장국
마지막으로 나물밥과 된장국이 나왔다. 한국의 전통 된장국은 진하고 깊은 맛이 나는데, 일본의 된장국은 다소 맑고 얕은 맛이 난다. 사케를 곁들인 와쇼쿠 만찬이었다.
고쿠라 역 광장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서 고쿠라 역 구내에 있는 편의점 세븐일레븐 고쿠라 점으로 맥주와 안주를 사러 나갔다. 고쿠라 역은 오가는 사람들로 붐볐다. 세븐일레븐 고쿠라 점에서 아사히(Asahi) '생(生)' 캔 맥주와 오징어, 멸치, 육포 등 마른 안주를 산 뒤 호텔로 돌아왔다.
리가 로얄 호텔 고쿠라에서 바라본 기타큐슈 시 고쿠라기타 구 야경
리가 로얄 호텔 고쿠라에서 바라본 기타큐슈 고쿠라기타 구 야경
깊어가는 밤 호텔 객실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기타큐슈의 야경을 바라보았다. 여행이란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험이자 나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정인 것이다. 일본은 후쿠시마(福島) 원자력 발전소 폭발 이후 방사능 위험만 아니라면 여행하기에 참 좋은 나라다. 산과 바다 경치도 수려하고, 문화 유적도 매우 잘 보존되어 있다. 호텔의 수돗물을 식수로 마셔도 될 만큼 환경도 매우 좋다. 무엇보다 일본 음식이 내 취향에 아주 잘 맞는다.
리가 로얄 호텔 고쿠라에서 바라본 기타큐슈 고쿠라기타 구 아침 풍경
아침에 일어나니 동녘 다무케야마(手向山) 산마루에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다무케야마 산마루에서는 간몬 해협(関門海峡)과 기타큐슈 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다무케야마에는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다무케야마 뒤로는 오타니야마(大谷山)에서 자리야마(砂利山), 가자시야마(風師山), 야하즈야마(矢筈山), 도노우에야마(戸ノ上山, 518m), 스키자키야마(鋤崎山), 아다치야마(足立山, 598m)를 지나 아베야마(安部山)로 이어지는 산맥이 병풍처럼 솟아 있다.
대욕탕으로 내려가 샤워를 한 뒤 레스토랑에서 뷔페식으로 아침을 먹었다. 일본에 또 언제 다시 올까 싶어서 밥은 적게 먹고 낫또와 우유, 요거트를 실컷 먹었다. 짐을 꾸려 호텔 로비로 내려와 체크 아웃한 뒤 24인승 중형 전세버스에 올랐다. 전세버스는 운 좋게도 최고급 사양이어서 여행 내내 안락하고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기타큐슈 공항
한참을 달려 고쿠라미나미 구(小倉南区) 구코 기타마치(空港北町) 세토나이카이(瀨戶內海)의 인공섬 기타큐슈 공항(北九州空港, KKJ)에 도착했다. 그동안 우리를 태우고 다닌 버스 기사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공항으로 들어가니 인천국제공항행 진에어 여객기가 들어와 있었다. 출국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가 곧 출발한다는 기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비행기는 기타큐슈 공항 활주로를 달리다가 하늘 높이 날아을랐다.
사요나라(さようなら) 니혼(日本)~! 사요나라 기타큐슈~!
2018.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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