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클래식에서 헤비메탈

올리비에 메시앙(Olivier Messiaen) - Quartet for the End of Time(세상의 종말을 위한 4중주)

林 山 2018. 4. 5. 09:24

올리비에 메시앙(Olivier Messiaen, 1908~1992)은 1908년 프랑스 아비뇽에서 태어났다. 메시앙은 급진적이며 전위적인 기법으로 작곡을 한 프랑스 작곡가다. 부친은 셰익스피어의 번역자로서 유명하며, 모친은 시인으로서 알려져 있었다. 11세로 파리 음악원에 들어가 갈롱과 뒤프레, 뒤카 등에게 작곡과 오르간을 사사하고 5개의 상을 탔다. 졸업 후에는 파리의 성 트리니테 교회의 오르가니스트로 취임했다. 1936년에 졸리베, 르쥐르, 보드리에와 함께 ‘살아 있는 음악의 창조’를 선언하고 '젊은 프랑스'를 결성하여 그 지도적 위치에서 활약했다. 1936년에는 파리의 스콜라 칸토룸과 에콜 노르말의 두 음악학교의 교수로 취임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독일군의 포로가 되어 수용소에서 '세상의 종말을 위한 4중주곡'을 작곡했다. 1942년 이후는 파리 음악원의 교수로 들어가 문하에서 불레즈 르 루 등의 수재를 배출시켰다. 메시앙은 가톨리시즘에 입각한 수많은 작품으로 현대 악단의 특이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비역행 리듬, 조옮김이 한정된 선법 등을 사용해서 극히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었다. 1953년 이후 메시앙은 다시 새로운 시기에 들어 갔는데, 이 해의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한 '새들의 눈뜸'은 전곡 중 한 음표도 남김 없이 새의 노래 소리로 가득 차 있다. 그의 독특한 음악 이론을 '나의 음악 어법'(2권)으로 저술했다.


주요 작품에는 '튀랑갈리라 교향곡'(1948), '세상의 종말을 위한 4중주곡'(1941), 피아노곡 '아멘의 환영'(1943), '독생자 그리스도에 기우는 20개의 눈초리'(1944) 등이 있다.


<세상의 종말을 위한 4중주(Quatuor pour la fin du Temps)>는 올리비에 메시앙(Olivier Messiaen, 1908~1992)이 1940년~1941년에 완성한 기악곡이다. 요한묵시록의 신비를 따라 내용이 구성된 점이 특징이다. 초연은 1941년 1월 15일 괴를리치 독일군 포로수용소에서 이뤄졌다. 



올리비에 메시앙(Olivier Messiaen) - Quartet for the End of Time(세상의 종말을 위한 4중주)

Richard Nunemaker, Clarinet. Johnny Chang, Violin

Olive Chen, Cello. I-Ling Chen, Piano(Trio Oriens)

St. Thomas University, Houston, November 15, 2011


이 작품은 클라리넷,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를 위한 4중주다. 구성은 제1곡 수정체의 의식(Liturgie de cristal), 제2곡 시간의 종말을 알리는 천사들을 위한 보칼리즈(Vocalise, pour l'Ange qui annonce la fin du Temps), 제3곡 새들의 심연(Abîme des oiseaux), 제4곡 간주곡(Intermède), 제5곡 예수의 영원함에의 송가(Louange à l'Éternité de Jésus), 제6곡 7개의 나팔을 위한 광란의 춤(Danse de la fureur, pour les sept trompettes), 제7곡 시간의 종말을 알리는 천사들을 위한 무지개의 착란(Fouillis d'arcs-en-ciel, pour l'Ange qui annonce la fin du Temps), 제8곡 예수의 불멸에의 송가(Louange à l'Immortalité de Jésus) 등 총 8곡이다. 



올리비에 메시앙(Olivier Messiaen) - Quartet for the End of Time(세상의 종말을 위한 4중주)

Daniel Hope, violon. Patrick Messina, clarinette

Tatjana Vassiljeva, violoncelle. Nicolas Stavy, piano

5 septembre 2012


20세기 음악사에서 명장면 중 하나로 손꼽히는 장면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의 초연일 것이다. 이 작품은 2차 세계대전의 가장 어두운 날 중에 쓰였고, 이 곡이 초연된 장소는 바로 전쟁의 포로들이 갇혀 있었던 괴를리츠(Goerlitz)의 독일군 포로수용소였다. 꽁꽁 얼어붙을 것만 같은 1941년 1월 15일의 저녁, 이 곡은 5,000명의 수감자들 앞에서 연주되었다. 메시앙은 나중에 회상하기를, “나는 그런 집중력과 이해력을 가진 이들에 대해 본 적이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이 날의 청중들의 규모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있다. 왜냐하면 그렇게 많은 군중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절대 허용되지 않는 일이었고, 음악회는 분명 야외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1월의 매서운 추위 속에 열리는 야외 음악회는 상상조차 힘든 일이다. 하지만 당시 음악회를 지켜보았던 이들의 증언을 모아본 결과는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올리비에 메시앙(Olivier Messiaen) - Quartet for the End of Time(세상의 종말을 위한 4중주)

Enrique Lapaz, piano. Laura Delgado, violin

Laura Szabo, cello. Joan Tormo, clarinet

16. 05. 2015


1939년 전쟁이 발발했을 때, 메시앙은 오르간을 위한 작품, 〈영예로운 몸〉(Les Corps glorieux)을 프랑스 알프스 지역에서 쓰고 있었다. 그러나 전쟁의 발발과 동시에 그는 군에 소집되었고, 동부 전선에 배치되었다. 전쟁터에서 운이 좋게도 메시앙은 그의 동료 중 두 명이 음악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 명은 첼리스트 에티엔느 파스키에, 다른 한 명은 클라리네티스트 앙리 아코카였다. 메시앙은 아코카를 위해 짧은 곡을 하나 써주기도 했다. 



I. Liturgie de cristal(제1곡 수정체의 의식)

Sarah Johnson, violin. Richard vonFoerster, cello.

Brian Ebert, clarinet. Heidi Leathwood, piano.



II. Vocalise, pour l’ange qui annonce la fin du temps

(제2곡 시간의 종말을 알리는 천사들을 위한 보칼리즈)

Sarah Johnson, violin. Richard vonFoerster, cello.

Brian Ebert, clarinet. Heidi Leathwood, piano.


몇 달 후, 메시앙은 전쟁의 포로로 감옥에 수감되어야 했다. 그가 수감된 곳은 프랑스, 벨기에, 폴란드 등에서 잡힌 수많은 포로들이 잡혀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그 곳에서의 생활은 전쟁의 끔찍함을 눈앞에서 겪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고 전해진다. 포로들은 약간의 여가생활이 허용되었고, 도서관과 각국의 언어를 공부할 수 있는 도서관, 축구장, 오두막을 개조해서 만든 극장 등의 시설들이 있었던 것이다. 메시앙은 포로수용소에 파스키에와 아코카 역시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와 더불어 바이올리니스트 쟝 르 불레르를 알게 된다. 파스키에가 그 곳의 동네 음악가게에서 첼로를 얻게 되자, 메시앙은 드디어 이들을 위해 가벼운 성격의 클라리넷, 바이올린, 첼로를 위한 트리오를 작곡하기 시작한다. 1940년이 되어 수용소에 피아노까지 들어오자, 메시앙은 드디어 이들 네 명의 포로 음악가들이 연주할 수 있는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를 작곡하기 시작한다.



III. Abime des oixeau(제3곡 새들의 심연)

Sarah Johnson, violin. Richard vonFoerster, cello.

Brian Ebert, clarinet. Heidi Leathwood, piano.



IV. Intermède(제4곡 간주곡)

Sarah Johnson, violin. Richard vonFoerster, cello.

Brian Ebert, clarinet. Heidi Leathwood, piano.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의 눈에 띄는 특징은 타협할 줄 모르는 악기서법이다. 현악기가 속삭이는 듯 떠다니는 선율을 연주하고 피아노가 종이 울리듯 부드럽게 화음을 연주하는 2악장이 대표적인 예이다. 전체에서 피아노를 제외한 모든 악기들은 현란한 솔로 패시지를 연주하도록 되어있다. 메시앙이 이 곡을 쓸 때 접해야 했던 또 다른 어려움은 바로 첼로가 네 줄이 아니라 세 줄 밖에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당시 이 곡의 초연 후, 전쟁캠프의 신문은 “마지막 음이 울리고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은 이 작품의 위대함을 확립시켰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작품 초연의 성공을 전했다.



V. Louange a l'Eternite de Jesus(제5곡 예수의 영원함에의 송가)

Sarah Johnson, violin. Richard vonFoerster, cello.

Brian Ebert, clarinet. Heidi Leathwood, piano.



VI. Danse de la fureur, pour les sept trompettes(제6곡 7개의 나팔을 위한 광란의 춤)

Sarah Johnson, violin. Richard vonFoerster, cello.

Brian Ebert, clarinet. Heidi Leathwood, piano.


이 곡의 서문에는 “나는 또 큰 능력을 지닌 천사 하나가 구름에 휩싸여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의 머리에는 무지개가 둘려 있고 얼굴은 해와 같고 발은 불기둥 같았습니다. 그는 손에 작은 두루마리를 펴 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른발로는 바다를 디디고 왼발로는 땅을 디디고서, 사자가 포효하듯이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그가 외치자 일곱 천둥도 저마다 소리를 내며 말하였습니다. 그렇게 일곱 천둥이 말하자 나는 그것을 기록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때에 하늘에서 울려오는 어떤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일곱째 천사가 불려고 하는 나팔 소리가 울릴 때, 하느님께서 당신의 종 예언자들에게 선포하신 대로 그분의 신비가 완전히 이루어질 것이다."라는 성경의 요한묵시록(10:1-7)의 한 구절이 인용되어 있다.



VII. Fouillis d'arcs-en-ciel, pour l'Ange qui annonce la fin du Temps

( 제7곡 시간의 종말을 알리는 천사들을 위한 무지개의 착란)

Sarah Johnson, violin. Richard vonFoerster, cello.

Brian Ebert, clarinet. Heidi Leathwood, piano.



VIII. Louange a l'Immortalite de Jesus( 제8곡 예수의 불멸에의 송가)

Sarah Johnson, violin. Richard vonFoerster, cello.

Brian Ebert, clarinet. Heidi Leathwood, piano.


네 악기가 모두 등장하는 악장, 즉 1, 2, 6, 7악장은 완전히 새로 작곡된 것이지만, 그렇지 않은 나머지 악장은 이전에 작곡된 것들을 모아놓은 것이었다. 아코카가 클라리넷 솔로로 3악장 ‘새들의 심연’을 연주하면, 4악장의 ‘간주곡’이 이어진다. 5악장과 8악장의 위대한 느린 악장들은 모두 예전 작품에서 가져온 것이다.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5악장은 1937년 파리 엑스포를 위해 작곡한 〈아름다운 물의 축제〉의 한 부분을 편곡한 것이다. 또한 하늘로 비상하는 듯한 바이올린 선율을 가진 8악장은 1929년 작곡한 오르간곡, 〈딥티크〉(Diptyque, 두 폭으로 접을 수 있는 제단화)의 후반부를 개작한 것이다.


2018. 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