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게버트(Jan Gebert) 감독의 '전쟁전야(When the War Comes)'는 슬로바키아의 불법 준군사조직 '슬로바키아 의용대'를 다룬 다큐 영화다. 감독은 이 단체를 통해서 유럽에 만연하고 있는 극우 파시즘의 징후에 대해 경고하고자 한다.
'슬로바키아 의용대'는 슬라브 민족주의에 입각한 극우파 무장단체다. 대원들의 평균 연령은 22세다. 불법 무장단체의 리더 페테르는 20살이다. 그는 부모와 함께 살고 여자친구도 있으며 대학에도 합격한 전형적인 유럽 청소년이다. 그는 슬로바키아 정부의 묵인 아래 청소년들을 '슬로바키아 의용대' 대원으로 모집하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 공간을 통해서 선전, 선동을 하고 대원들을 모집하고 있다.
'전쟁전야'의 한 장면(출처 다음 영화)
군복을 입고 무장한 '슬로바키아 의용대'의 멤버들이 숲에서 총검술, 화생방 훈련 등을 하고 있다. 이 단체의 깃발은 일본 우익의 욱일기(旭日旗)를 닮았다. 슬라브 민족주의에 도취된 청소년 국수주의자들은 병든 사회에 대처하고 국가를 보호하기 위해 타인종이나 타종교를 배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거리에서 무슬림을 보고 '망할 자식들! 역겹다!'는 등의 욕설을 거침없이 퍼붓는다. 이들의 증오심과 적개심은 아프리카, 중동 난민들 같은 외국인이나 집시(Gypsy) 같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향하고 있다.
누가, 무엇이 이들을 극우 파시즘으로 내모는가? 바로 기성세대들이다. '슬로바키아 의용대'는 국회의원 같은 정치인, 러시아 정교회 종교인, 독점자본 기업인들로 이루어진 '슬로바키아 재단'의 지원을 받으면서 그 세력이 점점 더 팽창하고 있다. 저들의 군복과 무기를 사는 자금은 재단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순진한 청소년들을 세뇌시켜 권력의 유지와 확대에 이용하는 자들이 더 사악한 자들이다. 이들은 입만 열면 '조국을 위하여!'라고 외친다. 그 조국은 과연 누구를 위한 조국인가? 국수주의 파시스트들? 인종차별주의자들? 독점 자본가들? 독재 권력자들? 배타적 종교인들?
'슬로바키아 재단'의 지원을 받고 있음에도 '슬로바키아 의용대'의 운영은 비민주적이고 저열하기 짝이 없다. 페테르는 총을 걸친 채 초등학교, 중학교에 다니는 어린 학생들 앞에서 슬라브 민족, 슬라브 종교 외에는 다 적이라는 국수주의적 강연을 펼치면서 선전 선동을 펼친다. 그는 훈련과 복종의 규율을 내세우면서 이 단체의 종신 지도자가 되고자 한다. 그는 선거를 없애도 이 단체의 지도자를 종신직으로 해야 한다고 서슴없이 주장한다. 그는 이 단체의 히틀러 같은 총통, 스탈린 같은 독재자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페트로의 인상은 우연의 일치일까? 히틀러와 아주 닮았다. 콧수염만 기르면 히틀러라고 해도 되겠다. 그는 스탈린의 사진이 멋지다고 생각한다. 사진도 스탈린처럼 보이도록 찍어달라고 한다.
이용철은 '마침내 정치적 활동의 의사를 숨기지 않는 리더 페테르는 권력에 사로잡힌 인간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동시에 무서운 존재인지를 스스로 드러낸다. 전체주의에 관한 우화처럼 보이는 이 영화는 비민주적인 경향을 띠고 있는 서구 사회 일각을 거울처럼 비춘다. 그래서 무섭다.'고 말한다.
페트로는 국수주의 정당의 건설을 꿈꾸고 있다. 당명은 우리의 '조국-우리의 미래'로 하고, 당대표는 '슬로바키아 의용대' 대장이 맡아야 한단다. '슬로바키아 의용대'가 정권을 잡으면 슬로바키아에서 민주주의가 사라질 것은 명약관화하다. 민주사회라고 해서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국수주의 파시즘 세력을 용인해야만 하는가? 슬로바키아는 신나치 조직을 불법화한 독일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슬로바키아 재단'의 행사에는 '슬로바키아 의용대' 뿐만 아니라 러시아, 벨라루스에서 온 오토바이 부대도 참석했다. 이 중에는 슬라브운동, 범슬라브연대 대표도 있다. 이들은 슬라브족을 아우르는 범슬라브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언론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세기에 인류에게 큰 비극을 안겨준 극우 파시즘의 망령이 슬로바키아 나아가 유럽에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국수주의를 신봉하는 극우세력은 필연적으로 히틀러의 나치당, 무솔리니의 파시스트당 같은 파시스트가 될 수밖에 없다.
감독이 이 다큐 영화에 '전쟁전야'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슬로바키아 나아가 유럽의 미래가 걱정된다. 이 다큐 영화를 보고 있으려니 슬로바키아가 마치 전쟁전야에 처해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2018.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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