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범상치가 않은 마르코 윌름스(Marco Wims) 감독의 '헤비메탈 정치인(Metal Politics Taiwan)'은 중화민국(中華民國)의 유명한 헤비메탈 밴드 '쏘닉(Chthonic)'의 리더로 2016년 총선에서 입법원 의원(국회의원)에 당선된 프레디 림(林昶佐, 린창줘)의 인생 역정을 다룬 다큐 영화다. 감독은 특별한 이력을 지닌 프레디 림의 활동과 내면의 이야기를 기록하면서 동시에 타이완(臺灣, Taiwan)의 현실을 들여다 본다.
장발의 프레디 림은 록밴드 공연을 할 때 미국의 록 그룹 키스(Kiss) 멤버들처럼 얼굴 검은 칠을 하고 무대에 올라가 열정적인 퍼포먼스를 펼친다. 음악에 대한 열정 못지 않게 그는 정치적인 열정과 포부도 대단하다. 그는 2014년 3월 18일 타이완의 대학생과 사회운동 세력이 민주화를 요구하며 중화민국 입법원에서 점거 농성한 태양화 학생운동(太陽花學生運動, 해바라기운동)에도 참여했다. 이를 계기로 그는 민간사법개혁기금회 전 집행장 린펑정(林峯正), 공민조합(公民組合) 발기인 린스위(林世煜), 인권변호사 츄셴즈(邱顯智) 등과 함께 2015년 시대역량(時代力量)이라는 정당을 만들어 입법원 선거에 출마해서 국회의원에도 당선되었다.
'헤비메탈 정치인'의 한 장면(출처 다음 영화)
프레디 림은 현재 타이완 입법원에서 외교 국방 위원회 위원장으로 활약하고 있고, 시대역량은 타이완을 37년 동안이나 장기 통치한 국민당(國民黨) 독재정권을 끌어내리고 집권당이 된 민주진보당(民主進歩党)과 경쟁하고 있다. 중국(중화인민공화국)에서 완전한 분리 독립을 원하는 프레디 림은 국명을 중화민국 대신 타이완이라고 부른다. 중국과는 다른 차별되는 국명이기 때문이다.
해바라기운동 이후 타이완은 역동적인 변화의 과정을 겪고 있는 중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오랜 시간에 걸친 국민당 독재정권의 탄압으로 침묵해왔던 젊은 세대가 분출하는 새로운 정치적 에너지가 자리잡고 있다. 프레디 림은 타이완의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변화와 그 변화를 추동하는 에너지의 상징으로 떠오른 인물이다. 프레디 림은 록 정신과 정치는 본질적으로 같다고 역설한다. 그는 중국 본토가 아니라 타이완 고유의 전통적인 신화와 고난의 역사에서 가져온 이야기를 현대적이고 폭발적인 헤비메탈의 감성으로 노래한다. 그래서 그는 록 뮤지션의 작업과 직업 정치인의 일이 결국은 서로 다르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다. 과연 록 스타다운 발상이다. 록 정신은 저항정신이 아니던가!
프레디 림은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타이완과 티벳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와 시대역량은 티벳의 독립을 지지한다. 그 일환으로 그는 달라이 라마(Dalai Lama)의 타이완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달라이 라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달라이 라마는 그의 우상이다. 그는 세 번째 달라이 라마를 만나 타이완 방문을 요청한다. 하지만 달라이 라마는 전세계 인권문제를 언급하면서 동문서답이다.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달라이 라마의 고뇌가 느껴진다.
프레디 림은 또 타이완의 유엔 가입을 위해 싸우고 있다. 타이완의 독립과 유엔 가입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이를 두고 변성찬은 "그는 (인종주의자의 혐의가 짙은) 트럼프의 취임식에도 (전략적인) 참여를 마다하지 않는다. '헤비메탈 정치인'은 프레디 림의 그 역동적이고 전개 방향을 예측하기 힘든 대만의 '메탈 정치학'을 잘 포착하고 있다."고 말한다.
타이완은 민주화가 어느 정도 실현되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독재자 장제스(蔣介石)의 동상과 기념관이 건재하고 있다. 장제스와 국민당 독재정권이 남긴 악영향이 아직도 사회 곳곳에 뿌리깊게 남아 있다. 그건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다. 프레디 림은 장제스가 타이완 원주민 수백만 명을 죽인 학살자라고 말한다. 그는 장제스와 국민당 독재정권이 박탈한 타이완어(臺灣語)가 공용어가 되기를 바란다. 그는 솔직하고 직설적이다. 그게 록 정신이다. 한국에도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저항정신이 투철한 록 스타가 한 명쯤 있었으면 좋겠다.
타이완에는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반대하는 세력이 상당히 많다. 이들은 대놓고 프레디 림을 쓰레기라고 욕을 한다. 37년 간 독재를 한 국민당 지지자들이다. 한국에도 친일독재정당 지지자들이 있듯이 이 나라도 비슷하다.
정난룽(鄭南榕)은 타이완 민주화운동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그는 장제스와 국민당 독재정권의 민주화운동 탄압에 저항하면서 분신자살했다. 프레디 림은 그를 기리는 노래를 만들고, 그를 위해 노래를 부른다. 프레디 림과 시대역량이 꿈꾸는 타이완은 음악이건 정치건 국민당의 지배를 받지 않는 것, 중국의 간섭을 받지 않는 것이다.
프레디 림은 타이완 입법원 의원으로 권력자가 되었다. 타이완에는 그가 기득권층이 되었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초심을 잃어버렸다는 비판이다. 그건 한국도 마찬가지다. 프레디 림의 향후 행보가 궁금해진다.
2018.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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