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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8 상영작 '샤먼 로드(Shaman Road)'

林 山 2018. 8. 27. 18:48

2018년 최상진 감독이 만든 '샤먼 로드(Shaman Road)'는 서로 다른 나라에 태어났지만, 똑같은 삶의 행로를 걸어온 두 여성이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샤머니즘축제에서 처음 만난 뒤, 서로 위로하고 교감을 나누면서 마치 자매처럼 끈끈한 관계로 발전해 나가는 과정을 담은 다큐 영화다. 


'샤먼 로드' 포스터


프랑스 주라의 작은 시골 마을에 태어난 꼴레뜨 그랑종-로조뜨(Colette Granjon-Rozotte), 한국의 서울 변두리 마을에 태어난 박성미는 어렸을 때부터 신내림으로 인해 남들과 다른 삶을 살 수 밖에 없었고, 이를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2014년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샤머니즘축제에서 서로를 만나고 나서야 꼴레뜨와 성미는 자신들의 특별한 능력이 세상 사람들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신의 선물이라 생각한다.


두 사람은 서로를 전혀 모르고 살아왔지만 도플갱어처럼 닮은 구석이 많다. 조상으로부터 신내림을 받아 샤먼으로 선택 받은 두 사람은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평범한 삶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샤먼은 천형처럼 거스를 수 없었다.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진정한 샤먼으로서 자각한 두 사람은 병이 든 사람들의 치유를 위해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고 있다. 꼴레뜨는 한국까지 찾아와서 성미에게 신내림을 받고, 성미는 프랑스에 가서 퇴마의식을 치르기도 한다. 샤먼 로드를 통해서 두 사람은 신모와 신딸로 거듭나게 된다. 


영화 저널리스트 송순진은 '<샤먼 로드>는 평범한 사람들이 언뜻 이해하지 못할 샤먼들의 세계를 조망한다. 그러면서도 영화의 시선은 샤먼들도 쉬이 감내하지 못하는 인간의 삶에 닿아있다. 특히 성미의 딸 송이와 꼴레뜨의 딸 마리가 나누는 후반부의 대화는 그들의 유대가 어떤 의미인지를 다시금 확인시킨다. 신은 누구인가, 샤먼들은 무엇을 보고 느끼는가, 왜 꼭 샤먼으로 살아가야 하는가 등 평범한 사람들이 호기심처럼 품고 지나갔을 의문을 평생 껴안고 살아왔을 그들이 서로의 손을 맞잡는 순간 전해지는 위로는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다.'라고 말한다. 


한국에서는 무당으로 살아가기가 결코 쉽지 않다. 나는 무당과 승려, 목사, 신부를 같은 레벨로 본다. 하지만 한국에서 무당의 사회적 지위는 다른 종교인들보다 훨씬 열악하다. 무당이 대접을 받으려면 무당대학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신교나 카톨릭은 신학대학, 불교는 승가대학이 있다. 승려, 목사, 신부를 무시하는 사람들은 없다. 왜냐하면 대학이 있기 때문이다. 무당은 왜 무시를 당하는가? 무당대학이 없기 때문이다.


프랑스 샤먼 꼴레뜨는 떳떳하고 당당하다. 꼴레뜨는 자신의 득별한 능력에 대한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다. 자긍심이 없는 사람을 누가 존중하겠는가! '신이 내렸으니까, 팔자니까 어쩔 수 없이 무당 노릇을 할 수밖에 없다.'라고 해서는 안된다. 한국의 무당도 꼴레뜨처럼 자긍심과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한국의 무당들이여 영원하라! 성미와 꼴레뜨의 우정이여 영원하라!


2018. 8.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