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최초의 립싱크 댄스 그룹’을 표방했다는 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 고혜현은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이하 술탄)'가 '한번도 못 들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들은 사람은 없다는 홍대 전설의 밴드'라고 극찬했지만 나는 한번도 못 들어본 사람 축에 속한다. EIDF 2018 상영작 '수퍼 디스코(Super Disco)'는 결성 10주년을 넘긴 '술탄' 멤버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 영화다. '술탄' 소속사는 장기하의 음반을 만들어 대성공을 한 붕가붕가레코드다. 멤버는 나잠수, JJ핫산, 김간지, 지, 홍기 등 다섯 명이다.
'수퍼 디스코'의 한 장면(출처 다음 영화)
다큐 감독은 '술탄'의 매니저였던 이주호다. 이주호는 '술탄'이 2014년 밴드들의 성지 영국의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Glastonbury Festival)에 공식 초청된 것을 계기로 이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이후 4년 동안 감독은 이들이 2집 앨범 '수퍼 디스코'를 만드는 과정을 찍어 나가면서 신나고 흥겨운 음악이 만들어지는 동안에 벌어질 여러 에피소드들을 기록하려고 기대했던 것 같다.
고혜현은 '중국 삼합회나 입을 법한 현란한 가운, 혹은 의사 수술복에 삼색 슬리퍼, 테니스 헤어 밴드까지 이들의 무대의상과 음악은 시종일관 폭소를 자아낸다. 즐기기 위해 뭉친 이들의 고뇌는 세월이 갈수록 해외진출과 솔로앨범, 진부함으로 점철돼 점차 깊어진다.'면서 '다섯 멤버 나잠수, JJ핫산, 김간지, 지, 홍기의 일거수일투족을 찍은 이주호 감독은 실제 이들의 매니저 출신이다. 문화와 언어, 인종을 뛰어넘어 음악으로 하나가 되어 가는 거창한 화합을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가끔 육두문자와 멤버들의 거침없는 충돌, 소속사 대표의 고뇌까지 음악 다큐멘터리로서 솔직함을 무기로 치자면 거의 핵폭탄급이다.'라고 말한다.
'수퍼 디스코'는 앞으로 나올 앨범의 이름이다. 그런데 왠 철도 한참 지난 디스코 이야기? 비지스(Bee Gees)나 아바(ABBA)를 능가하지 못한다면 이들의 디스코 음악 작업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이들은 한국에서 디스코 음악을 완성하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디스코는 이미 수십 년도 더 전에 아바와 비지스가 완성하지 않았던가. 디스코가 왜 나오게 되었는지 그 역사저 배경에 대해서 고찰을 해봤는지 모르겠다.
다른 여러 문화들처럼 디스코도 수입 문화다. 수입 문화의 문제점이 그럴 듯하면 무조건 따라서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맥락도 없고 피상적이기 쉽다. 미국에서 디스코는 한때 비주류 저질 음악으로 대접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아바, 비지스가 나오면서 비로소 제대로 대접받은 음악이 디스코다. 그럼에도 디스코는 잠깐 유행하다가 사라졌다.
'술탄' 드디어 미국에 진출하다. 공연이 시작되자 우스꽝스런 의상에 겅렬한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관객들도 신나는 디스코 음악에 맞춰서 춤을 춘다. 무한 반족되는 단순한 멜로디가 좀 특이하다. 한 멤버가 미국인들은 힙돌이라서 자신들의 디스코를 안 좋아할 것 같다고 말한다.
힙합에 대해서 한마디 하자면..... 힙합은 인종차별과 빈부격차에 대한 훅인들의 불만과 저항의식에서 나온 음악이다. 그저 라임이나 맞추고 소리를 질러댄다고 해서 힙합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저항정신이 담겨 있지 않은 힙합은 힙합이 아니다. 우리나라처럼 자체 검열과 무슨 위원회인가 뭔가의 검열을 거친 힙합은 진정한 힙합 음악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진정한 힙돌이들은 디스코 음악을 좋아하지 않을 것도 같다.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 공연에서도 관객들의 반응이 괜찮았다. 앵콜도 쏟아졌다. 도쿄에서도 공연했다. 이후 밴드 '술탄'은 일본에서 음반 '오리엔탈 디스코 특급(Oriental Disco Express, オリエンタルディスコ特急)'으로 데뷔했다. 음반 발매를 시작으로 '술탄'은 일본 전국 투어를 비롯한 본격적인 일본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김간지는 이젠 디스코를 하기 싫다고 고백한다. 디스코 음악의 속성을 깨달은 것일까?
아바의 '댄싱 퀸(Dancing Queen)', 비지스의 '스테인 얼라이브(Stayin` Alive)', '나이트 피버(Night Fever)' 등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들어도 저절로 몸을 들썩이게 한다. 디스코 열풍이 불어닥쳤던 그때는 대학생 시절이었다. 거리마다 나이트 클럽마다 디스코 음악이 흘러넘쳤었다. 다큐 영화 '수퍼 디스코'는 나로 하여금 청춘 시절로 되돌아가게 하였다.
'술탄' 밴드 일본 진출 성공하기 바란다. '오리엔탈 디스코 특급'도 대박나기 바란다.
2018.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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