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식사를 마치고 EIDF 2018 상영작을 시청하려다가 그만 깜빡 잠이 들어 일어나 보니 벌써 '솔져(Soldier)'가 방영되고 있었다. 이미 꽤 많은 분량이 지나가 버렸다. '솔져'는 아르헨티나의 마누엘 아브라모비치(Manuel Abramovich) 감독이 첫 장편 '솔라'에 이어 두 번째로 만든 장편 다큐 영화다. 그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거주하는 영화감독이자 촬영감독이다. 그의 단편 '여왕'은 전 세계 영화제들에서 상영되었으며, 50개가 넘는 상을 수상했다.
'솔져'의 한 장면(출처 EIDF 홈페이지)
1995년 모병제로 전환한 아르헨티나의 군악대에 한 평범한 젊은이 후안 호세 곤잘레스가 입대한다. 그는 군악대에서 드럼병이 된다. '솔져'는 후안이 입대해서 진짜 군인이 되기까지의 훈련 과정을 담담하게 담는다. 후안은 처음엔 긴장했지만 성실하게 교육과 훈련에 임한다. 그러던 어느 날 군악대에 들어온 지 이삼 개월밖에 안된 대원 한 명이 죽는다. 그런데 그는 보험이 없어 장례비용이 상당히 많이 든다. 대원들은 화환 비용을 걷기로 한다. 이 사건을 겪은 후 후안은 점점 무표정해진다.
조지훈은 '솔져'에 대해 '감독은 화면 속 병사의 상황과 심리를 유추하고, 화면 밖 상황을 상상할 수 있으며, 얼굴을 전부 보여주지 않아도 인물의 표정을 감지할 수 있는 위치에서 정지한 채 딱 필요한 만큼만 잘라내 보여준다. 이 영화가 가진 냉철한 힘은 이런 절묘한 프레이밍과 편집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거기에 드럼, 음악, 사운드, 말소리 등이 얹어지면 한 병사의 미묘한 심리 변화는 풍부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놓으며 영화 속에 담기고, 영화는 국가, 군대, 군인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고 말한다.
악명 높은 군사독재를 끝장낸 지 30년 넘은 오늘날의 아르헨티나는 전쟁의 위협이 거의 없는 나라다. 감독은 이 다큐를 통해서 우리에게 '전쟁이 없는 나라의 군대는 과연 무엇을 하는가? 전쟁이 없는 나라의 군인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라고 묻는다. 답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2018. 8. 25.
'문학 예술 영화 오딧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IDF 2018 상영작 '엄마는 왜 아들을 쏘았나(A Mother Brings Her Son to Be Shot)' (0) | 2018.08.28 |
---|---|
EIDF 2018 상영작 '샤먼 로드(Shaman Road)' (0) | 2018.08.27 |
EIDF 2018 상영작 '헤비메탈 정치인(Metal Politics Taiwan)' (0) | 2018.08.24 |
EIDF 2018 상영작 '전쟁전야(When the War Comes)' (0) | 2018.08.24 |
EIDF 2018 '구르는 돌처럼(Like a Rolling Stone)' (0) | 2018.08.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