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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8 상영작 '솔져(Soldier)'

林 山 2018. 8. 25. 12:59

저녁 식사를 마치고 EIDF 2018 상영작을 시청하려다가 그만 깜빡 잠이 들어 일어나 보니 벌써 '솔져(Soldier)'가 방영되고 있었다. 이미 꽤 많은 분량이 지나가 버렸다. '솔져'는 아르헨티나의 마누엘 아브라모비치(Manuel Abramovich) 감독이 첫 장편 '솔라'에 이어 두 번째로 만든 장편 다큐 영화다. 그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거주하는 영화감독이자 촬영감독이다. 그의 단편 '여왕'은 전 세계 영화제들에서 상영되었으며, 50개가 넘는 상을 수상했다. 


'솔져'의 한 장면(출처 EIDF 홈페이지)


1995년 모병제로 전환한 아르헨티나의 군악대에 한 평범한 젊은이 후안 호세 곤잘레스가  입대한다. 그는 군악대에서 드럼병이 된다. '솔져'는 후안이 입대해서 진짜 군인이 되기까지의 훈련 과정을 담담하게 담는다. 후안은 처음엔 긴장했지만 성실하게 교육과 훈련에 임한다. 그러던 어느 날 군악대에 들어온 지 이삼 개월밖에 안된 대원 한 명이 죽는다. 그런데 그는 보험이 없어 장례비용이 상당히 많이 든다. 대원들은 화환 비용을 걷기로 한다. 이 사건을 겪은 후 후안은 점점 무표정해진다. 


조지훈은 '솔져'에 대해 '감독은 화면 속 병사의 상황과 심리를 유추하고, 화면 밖 상황을 상상할 수 있으며, 얼굴을 전부 보여주지 않아도 인물의 표정을 감지할 수 있는 위치에서 정지한 채 딱 필요한 만큼만 잘라내 보여준다. 이 영화가 가진 냉철한 힘은 이런 절묘한 프레이밍과 편집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거기에 드럼, 음악, 사운드, 말소리 등이 얹어지면 한 병사의 미묘한 심리 변화는 풍부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놓으며 영화 속에 담기고, 영화는 국가, 군대, 군인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고 말한다.  


악명 높은 군사독재를 끝장낸 지 30년 넘은 오늘날의 아르헨티나는 전쟁의 위협이 거의 없는 나라다. 감독은 이 다큐를 통해서 우리에게 '전쟁이 없는 나라의 군대는 과연 무엇을 하는가? 전쟁이 없는 나라의 군인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라고 묻는다. 답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2018. 8.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