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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8 '구르는 돌처럼(Like a Rolling Stone)'

林 山 2018. 8. 24. 11:58

한국의 박소현이 감독한 '구르는 돌처럼(Like a Rolling Stone)'은 대안학교 하자센터에서 10~20대 청년들과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해 온 여성 무용가 남정호가 2017년 여름 춤을 통해 자신에 대해 알아가고 있는 청년들과 열흘 동안 동고동락한 기록이다. 하자센터는 밥 딜런(Bob Dylan)의 'Like a Rolling Stone'에서 영감을 받은 춤추는 커뮤니티다. 


'구르는 돌처럼'의 한 장면(출처 다음 영화)


무용가 남정호는 곧 무용을 가르치던 대학에서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누군가의 딸, 아내, 엄마 등의 역할을 해야 하는 속에서도 남정호는 무용가로서 대학 교수로서 자신을 지키고 사회적 지위를 획득했다. 하지만 이젠 화려했던 시간들이 사라지고, 정처 없이 구르는 돌처럼 잊혀진 존재가 된다는 건 어떤 심정일까 생각한다. 그러던 중 제도권 바깥에 있는 10~20대 청소년들과 8일 동안 함께 춤추며 자신의 젊은 시절을 투영하기도 하고, 자신의 고민을 나누기도 하며 특별한 교감을 나눈다. 이들은 다른 시간에 있는 듯 했지만 이내 모두가 함께 구르는 돌멩이가 된다. 이들은 방향도 없이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구르는 돌처럼 세상을 거침없이 살아도 되는 것임을 온몸으로 느낀다.


남정호의 지도 아래, 아니 남정호와 함께 청소년들이 춤을 배운다. 아니 춘다. 내면에서 우러나는 자연발생적인 동작을 목표로 하는 것 같다. 인도 오쇼 라즈니쉬(Osho Rajneesh) 류나 요가의 영향도 느껴지는 것 같다. 아! 즉흥춤이란다. 이제 이해가 된다. 순간순간의 감정에 충실하자는 것이겠다. 몸짓을 통해서 자신을 해방시켜 궁극의 자유에 이르고자 하는 것이다. 


남정호는 1988년 무용가이자 교육자라는 사회적 위치, 그리고 공적인 역할들이 누르는 압박감을 표현하고자의 무용극 '자화상'을 만들었다. '자화상'에는 두 가지 자아가 등장한다. 하나는 사회적으로 규정되거나 요구에 따른 자아, 다른 또 하나는 자연 그대로의 자유로운 영혼의 자아다. 남정호는 '자화상'에서 사회적 위치, 공적인 역할 등을 상징하는 옷을 훌훌 벗어 던졌다가 마지막에 그 옷을 다시 입고 돌아섰다.


학생들이 만든 즉흥 무용극에 대해 정민아는 '20대 여성 고다는 자신이 입고 있는 화려한 옷을 하나하나 주위 사람에게 던져주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떠난다. 존 바에즈(Joan Baez)와 밥 딜런의 노래가 30년 시차를 사이에 두고 세대를 넘어 춤을 통해 전달된다. 역동적인 사운드와 이미지처럼 각기 다른 삶의 형태들과의 만남으로 가슴이 뛴다. 자기가 가진 것을 젊은이와 나누는 실천에서 참어른의 모습을 본다. 그리고 눈부신 젊음이 부럽다.'고 말한다.  


구르는 돌처럼 잊혀진 존재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역설적으로 존재감이 있는 사람이 되자는 것인가? 자신의 삶이 행복하다면 존재감을 의식할 필요가 있을까?


2018. 6.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