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DF 2018 3일째다. EBS 국제다큐영화제에 출품된 작품들 가운데 나의 관심을 끈 다큐 영화는 팔레스타인 보안군이 되고자 하는 한 소녀를 다룬 '왈라의 선택(What Walaa Wants)'과 이란-이라크 전쟁을 다룬 '스트롱거 댄 블렛(Stronger than a Bullet)'이다. 스웨덴의 마리암 에브라히미(Maryam Ebrahimi)는 이란 혁명에 투신하고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사진기자였던 사에이드 사데지를 통해서 전쟁의 실상을 까발리는 반전 다큐 영화다. 이 다큐는 사데지의 참회의 기록이기도 하다.
'스트롱거 댄 불렛'의 한 장면(출처 다음 영화)
사데지는 1980~1988년까지 8년 동안 지속된 이란-이라크 전쟁의 현장을 누비며 사진으로 기록하였으며, 한때는 순교자가 되기를 꿈꾸기도 하였다. 하지만 사데지의 사진 대부분은 이란 당국에 의해 애국심을 고취하고 순교를 장려하는 전쟁 선전물을 만드는데 사용되었다. 물론 이슬람 혁명을 신성시했던 사데지도 자신의 사진을 선전 도구로 쓰는 것에 동의했다. 그의 사진은 호메이니가 이란 국민들에게 '다른 믿음을 가진 자가 전부 사라질 때까지 전쟁을 벌여야 한다.'고 말할 때도 효과적인 선전 도구로 이용되었다.
호메이니 등 이란의 (정치)종교지도자들은 신의 이름으로 소년병들을 이란-이라크 전쟁의 사지로 내몰면서 순교를 부추긴다. 전쟁은 성전으로 미화된다. 지도자들은 죽음은 곧 축복으로 천국으로 들어가는 지름길이라고 선동한다. 정말 그렇다면 자기들 먼저 최전선으로 나가서 순교할 것이지..... 그들은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 선전 선동을 순진하게 믿는 사람들의 시체는 산처럼 쌓여가고..... 그 시체더미를 딛고서 소위 지배자들은 자신의 권력을 철옹성처럼 강화한다. 호메이니는 점점 더 신적인 존재가 되어가고..... 전쟁을 부추기는 신이 과연 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 교활한 인간들이 지배권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신을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전쟁터에서 죽는 사람들은 언제나 젊은 청춘들, 힘없는 서민들뿐이다. 반면에 정치 권력과 결탁한 자본가들은 전쟁을 통해서 막대한 부를 독차지한다. 아름다운 전쟁, 성스러운 전쟁 따위는 결코 있을 수 없다. 자유? 누구를 위한 자유인가? 전쟁은 그 자체가 악이고, 인간이 동물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증거디.
수많은 소년병들이 참혹하게 죽어가는 지옥 같은 전쟁터의 한가운데서 미쳐버릴 즈음 사데지는 비로소 전쟁의 실상을 깨닫는다. 이란-이라크 전쟁이 끝나고 30여년 전의 전쟁터와 참전했던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 그 현장에서 사데지는 수천, 수만 명의 소년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책임을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용철은 이 다큐 영화에 대해 '사진 속 영웅들은 시체 더미에 자리를 내주고, 사에이드의 마음을 반영하듯 여정은 점점 어두운 풍경으로 변한다. 그는 선전에 앞장섰던 자신을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만큼 현실의 풍경을 근심한다. 아이들에게 호메이니의 말을 교육하며 전쟁의 환상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현실. 반면 벌판에 버려진 탱크와 사막에 깨알같이 뒤섞인 총탄의 진실은 외면당한다. 사에이드의 필름을 몰수한 정부는 그의 영웅적 사진을 여전히 선전 도구로 삼고, 테헤란 시내 곳곳에는 전쟁 영웅의 벽화가 걸려 있다. 전쟁의 이미지화에 앞장섰던 남자의 고백이 반성 없는 현실과 충돌해 깊은 통증을 남긴다.'고 말한다.
2018.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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