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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EIDF 상영작 '모리야마 씨(Moriyama-San)'

林 山 2018. 8. 22. 14:36

'모리야마 씨(Moriyama-San)'는 프랑스의 일라 베카(Ila Beka)와 루이즈 르무안(Louise Lemoine)이 일본의 비범한 아마추어 예술가, 건축가이자 음악가인 모리야마 야스오 씨의 자유로운 영혼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그의 집은 세계적인 건축가로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니시자와 류에(西沢立衛)가 2005년 도쿄(東京)에 지은 가장 유명한 일본 현대 건축물 중 하나인 모리야마 하우스다. 모리야마 하우스는 현대적 컨셉의 큐브다. 모리야마 씨는 큐브 10개 중에서 4개는 자신이 쓰고, 6개는 세를 놓았다.  


'모리야마 씨'의 한 장면(충처 다음 영화)


모리야마 씨는 음악과 영화, 건축을 좋아하고, 독서를 사랑하는 아마추어 예술애호가다. 그는 노이즈 음악에서부터 실험적인 영상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감독은 그와 일본의 노이즈 음악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가 그가 일본의 대표적 노이즈 뮤지션인 오토모 요시히데의 전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일주일 동안 함께 살면서 그를 촬영하기로 한다. 


모리야마 씨는 하루의 대부분을 책 읽으면서 보낸다. 나머지는 음악을 듣거나 정원을 가꾼다. 걱정거리도 없고 팔자 좋은 중산층 독거족 남자라고나 할까! 얼마 전에는 함께 살던 유일한 반려견이 죽어서 정원에 묻어 주었다. 덤으로 이웃과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카메라에 담는다. 영화 속에서 시간은 상당히 느리게 지나간다. 같은 세상이지만 시계는 다르다. 감독은 카메라 앵글을 통해서 그가 살아가는 모습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모리야마 하우스는 집주인의 캐릭터를 그대로 드러낸다. 큐브들은 모두 하얀색으로 칠해져 있다. 흰색은 순결, 겸손, 평화, 고독, 진실, 순수 등을 상징한다. 모리야마 하우스에 대해 맹수진은 '공간 자체가 온통 흰색으로 구성된 그의 집은 건축과 외부 자연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해체되어 있다. 숨은 공간이 차례로 나타나고 공간 스스로 벽을 허물어 자연 속으로 팔을 벌리는 듯한 팽창의 감각은 특별히 계획되었다기보다는 즉흥적으로 자연스럽게 펼쳐지고 형성되는 것 같다. 일상의 사물을 비일상적 맥락 속에 배치하는 카메라의 적극적인 낯설게 하기 전략을 통해 익숙함 속에서도 충만하고 낯선 감각이 북돋아진다. 지극히 모던한 예술 체험을 와비사비(わび・さび, 侘・寂)라는 일본 특유의 미의식과 연결 짓는 엔딩도 무척 흥미로운 요소다.'라고 말한다.  


모리야마 씨 집 지하실에는 비밀 공간이 있다. 바로 음악 감상실이다. 그는 여기서 불협화음을 연주하는 소닉 유스(Sonic Youth)의 기타리스트 더스틴 무어(Thurston Moore),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음악 작곡가 및 아티스트 료지 이케다, 작곡가이자 즉흥연주가인 오토모 요시히데 등의 연주를 듣는다. 그는 소음처럼 들리는 실험음악, 전위음악 같은 그런 음악을 즐긴다. 그는 분명 독일의 칼하인츠 슈톡하우젠(Karlheinz Stockhausen)과 그 제자들의 음악도 좋아할 것 같다.


즉흥적으로 촬영되었기에 이 다큐는 어딘가 엉성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점이 또한 이 다큐의 장점이기도 하다. 인생 자체가 미완성 아니던가! 모리야마 씨의 얼굴이 참 순진하고 평화로와 보인다. 주어진 상황 속에서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잘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그거면 족하지 않은가!


2018. 8.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