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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EIDF 개막작 '오 나의 블리스(God Bliss Our Home)'

林 山 2018. 8. 21. 12:04

2018 EIDF( EBS 국제 다큐영화제)가 시작됐다. 기간은 2018년 8월 20 ~ 8월 26일까지다. EIDF는 EBS에서 세계 유수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는 영화제로 극장에 가지 않고도 세계 각국의 수준 높은 다큐영화들을 감상할 수 있다. 개막 첫날 EBS 채널에서 나우루즈 파귀도폰(Nawruz Paguidopon, 필리핀) 감독의 '오 나의 블리스(God Bliss Our Home)'를 감상했다. 


'오 나의 블리스'의 한 장면(출처 다음 영화)


'오 나의 블리스'는 한 영화 전공 대학생의 사적 다큐멘터리다. 감독 나우루즈는 대학 때문에 남부 필리핀에서 마닐라로 이주해 프리랜서 애니메이터로 일하며, 10년째 공동주택인 블리스에서 살고 있다. 블리스는 1970년 인구가 넘쳐나는 마닐라의 공무원을 위해 설계된 최신 아파트였다. 하지만 현재는 도시 이주민과 노동자, 대학생들이 모여 살고 있는 낡은 아파트 단지다.


나우루즈는 마닐라에서 행복한 삶을 꿈꾸지만 대도시의 주거 비용은 살인적이기만 하다. 블리스 주민들은 각자에게 할당된 협소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살아간다. 정민아는 '이 다큐멘터리에 담기는 이야기들은 한국의 청년들도 깊이 공감할 만한 내용이다. 고시원 같은 작은 블리스 방,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항상 알바를 해야만 하는 현실, 거기에 끼어드는 로맨스 트러블, 부모의 기대와 자신만의 선택, 그리고 작은 승리감 등, 보편적인 청년의 드라마로 이루어진 나우루즈의 고백록은 흡인력이 있다.'고 말한다.


개인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담은 사적 다큐멘터리의 특성을 살리기 위한 형식적인 선택도 흥미롭다. '셀카 다큐멘터리'라고 명명하고, 셀카봉만으로 자신이 얼굴을 정면에서 촬영하여 자신의 일상을 기록한다. 그리고 돈 때문에 겪는 어려움이나 돈으로 인한 해프닝을 설명할 때는 자신이 직접 그린 간결한 그림체의 애니메이션을 삽입한다. 가슴을 뚫고 튀어나오는 손들의 돈을 향한 움직임이 날카롭다. 경쾌한 스타일로 인해 가난과 생존, 성 정체성, 불투명한 미래 등의 복잡한 사회적 문제를 한결 가볍게 대하게 된다.


2018. 8.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