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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코레예바의 눈물' 손석춘 작가 제2회 이태준문학상 수상

林 山 2017. 3. 2. 15:42

이태준기념사업회(이사장 임종헌, 회장 안재성)는 항일민족봉기 98돌인 2017년 3월 1일 낮 12시 서울 성북동 이태준가옥 '수연산방'에서 제2회 이태준문학상 시상식을 열고, 독립 운동가이자 사회주의 여성 혁명가인 주세죽의 삶을 다룬 손석춘의 '코레예바의 눈물'(동하, 2016)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손석춘 작가의 제2회 이태준문학상 수상을 이태준기념사업회 회원과 더불어 진심으로 축하한다. 


기자 출신으로 남북 분단과 통일 서사에 매달려 온 손석춘 작가는 이 소설에서 한국 현대사의 금기시 되어 온 남로당 당수 박헌영의 혁명 동지이자 아내인 주세죽의 잊혀진 삶을 복원해냈다. 코레예바는 모스크바에서 함께 공부할 때 박헌영이 지어준 주세죽의 러시아식 이름이다.


이태준문학상 제정 취지와 수상작 선정 기준을 설명하는 필자


우리나라 친일파와 수구 세력의 불의와 치열하게 싸워 온 기자이자 논객으로도 유명한 손석춘 작가는 이미 '아름다운 집', '유령의 사랑', '마흔아홉 통의 편지', '뉴 리버티 호의 항해' 등 그의 뛰어난 장편소설들을 통해서 이 땅의 구조적 모순을 파헤치고 대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준 바 있다. 해방 공간에서 좌우 이념의 대립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혁명가 박헌영과 주세죽의 사랑과 이별의 슬픔을 아름답게 그려낸 '코레예바의 눈물'은 또 하나의 실천적 창작의 산물이다. 또한 손석춘 작가는 이 소설에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살린 문장을 통해서 주세죽의 삶과 이상을 내밀하게 그려내는 한편 나아가 한국인의 속정과 잔정, 덧정까지도 유감없이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탄탄한 줄거리로 감동을 주는 뛰어난 작품들에도 불구하고 손석춘 작가는 동시대의 다른 작가들에 비해 큰 주목과 호평을 받지 못한 안타까움이 있다. 하지만 이태준이 죽고 없는 이 땅에 손석춘 작가의 치열한 문학 정신은 그 자체로 고귀한 것이다. 친일파들을 청산하지 못한 결과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구조적 모순과 정면 대결하려는 자세를 가진 손석춘 작가야말로 한국문학의 매우 소중한 자산이다. 이태준기념사업회가 손석춘 작가를 제2회 이태준문학상 수상 작가로 선정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제2회 이태준문학상 시상식


제2회 이태준문학상 시상식


제2회 이태준문학상 수상자 손석춘 작가와 함께


손석춘 작가는 수상 소감에서 '과분한 사랑을 받았지만 가슴이 무겁다'면서 '이태준 선생은 노동자, 농민, 빈민에 이르기까지 문학과 예술을 향유하는 사회를 꿈꿨다. 시대를 달리하지만 저도 민중이 문학과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이를 얼마나 예술로 승화했는지는 자신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오늘날 북의 현실을 외면한 문학은 분단 문학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전제하고, '이태준 선생이 노동자와 농민, 예술인들을 억압하고 있는 오늘날 남과 북의 체제를 봤다면 몸을 바쳐 싸우셨을 것이다. 이태준 선생이 보여주신 아름다운 꿈을 앞으로 저의 문학과 삶에 녹여 가겠다'고 다짐했다.


이태준기념사업회 안재성 회장, 손석춘 작가, 필자(왼쪽부터)


안재성 회장, 손석춘 작가, 필자(왼쪽부터)


1904년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난 상허(尙虛) 이태준(李泰俊, 1904~?)은 1930년대 10여 년 동안 '해방전후', '사상의 월야(이상 1946)' 등 3편의 장편소설과 '오몽녀(五夢女, 1925)' 등 70여 편의 단편소설, 수필집 '무서록(無序錄, 1944)' 등 수백 편의 수필을 남긴 제국주의 일본의 식민지시대 이 땅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문장강화(1940)'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글쓰기 교본이다. 1920년대 이 땅의 근대문학을 친일파 이광수가 열었다면, 193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는 이태준이었다. 한국문학사에 있어 1930년대는 이태준의 시대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태준은 민족의식이 투철했고, 대쪽 같은 성품을 가진 선비풍의 작가였다. 일제 말기 태평양전쟁의 전시체제 하에서 수많은 문인들이 강제로 부일민족반역 활동에 동원되었지만, 이태준은 일제의 지배를 정당화하거나 침략 전쟁을 옹호하는 글을 쓴 적이 없고, 조선의 젊은이들이 전쟁터에 나가도록 고취하는 연설을 한 적도 없다. 오히려 그는 해방 후 재빨리 친미파로 변신하여 지배권력층으로 득세한 친일파들과 맞서 싸우다가 생명의 위협을 느낀 나머지 월북할 수 밖에 없었다. 월북한 후에도 그는 김일성을 우상화하는 작품을 쓰는 것을 거부하다가 결국 숙청되어 공장과 탄광을 전전한 끝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태준의 작품에서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것은 그가 외국어나 외래어는 물론 어려운 한자를 되도록 사용하지 않고 순수한 우리 말과 글을 쓰려고 노력한 작가였다는 점이다. 아름다운 우리 말과 글로 식민지시대 조선 민중의 고통과 애환을 사실적으로 그린 이태준의 단편소설들과 서정미 넘치는 수필들은 세기가 바뀐 오늘날에 읽어도 여전히 깊은 감동을 주고 있다. 


이태준기념사업회는 우리 민족과 민중, 우리 말과 글, 우리의 역사에 대한 이태준의 지극한 사랑을 기리고자 결성되었으며, 이태준의 작가 정신에 걸맞는 탁월한 작품을 쓴 작가를 선정해서 매년 3월 1일 이태준문학상을 수여하기로 하였다. 2016년에는 단편소설 ‘민들레꽃 반지’를 쓴 김성동(金聖東) 작가가 제1회 이태준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태준문학상의 선정 대상은 이태준의 작가 정신에 걸맞는 뛰어난 문학 작품을 써 왔으나 기성의 문학상에서 소외된 작가를 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그리고, 우리 말과 우리 글의 아름다움을 얼마나 잘 구현했는가를 중요한 심사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태준기념사업회는 문학상의 상업화를 거부하기 때문에 별도의 시상금을 주지 않으며, 이태준의 명예를 헌정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의가 있다고 본다.


시상식 후 손석춘 작가와의 대화


손석춘 작가와 시상식 참가자 기념 촬영


손석춘 장편소설 '코레예바의 눈물'은 정지영 감독이 영화로 제작한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시나리오 작업도 이미 마무리되었다고 한다. 아마 내년쯤에는 '코레예바의 눈물'을 영화로 만나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태준기념사업회의 모든 회원과 더불어 손석춘 작가의 이태준문학상 수상을 다시 한번 진심으로 축하한다. 아울러 이태준기념사업회와 이태준문학상을 물심양면으로 후원하는 모든 분들에게도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2017. 3. 1.

이태준기념사업회 이사장 임종헌


경향신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3012110005&code=960205

오마이뉴스 http://m.ohmynews.com/NWS_Web/Mobile/at_pg.aspx?CNTN_CD=A0002303518#cb

뉴스페이퍼 http://m.news-pap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8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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