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유적 명산 명승지

킷사 키하루(喫茶きはる)에서 차 한잔의 여유를 갖다

林 山 2019. 1. 10. 16:01

호리카와 유람선(堀川遊覧船, ほりかわゆうらんせん)을 타고 마쓰에 시를 한바퀴 돌아본 뒤 마쓰에 역사관(松江歷史觀)에 있는 킷사 키하루(喫茶きはる)를 찾았다. 자란넷(Jalan.net)에도 소개된 킷사 키하루는 화과자와 말차로 유명한 찻집이다. 마쓰에 역사관은 마쓰에 성(松江城) 동쪽으로 나와 죠잔우치 호리카와(城山內堀川)에 놓인 키타소몬바시( 北惣門橋)를 건너면 바로 길가에 있다. 오테마에히로바(大手前廣場) 승선장에서도 걸어서 5분이면 충분하다.


사무라이 저택풍의 외양을 한 입구 건물은 마쓰에 번(松江藩)의 유명한 가신(家臣) 아사히야(朝日家)의 가옥을 재현한 것이다. 에도시대 상급 무사들은 이런 주택에서 살았다고 한다. 마쓰에 역사관에서는 마쓰에의 기원과 신지코(宍道湖)와 함께 한 마쓰에 성의 400년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일본에 귀화한 최초의 서양인이라는 고이즈미 아쿠모(小泉八雲)가 사랑한 풍경을 담은 영상물도 감상할 수 있다. 상설 전시관은 성인 500엔, 초등학생과 중학생 250엔이고, 기획 전시관은 추가로 요금을 내야 한다.  


마쓰에 역사관 정원


킷사 키하루에서는 다다미가 깔린 방안에 앉아 아름다운 일본식 정원을 감상하면서 일본 산업포장(黄綬褒章)에 빛나는 이타미 쯔기오(伊丹二夫) 명장이 만든 화과자(和菓子)와 말차(末茶, 가루녹차) 한 잔의 여유를 누릴 수 있다. 킷사 키하루에서는 서쪽으로 마쓰에 성의 텐슈가쿠(天守閣) 지붕이 바라다보인다. 


설탕으로 만든 작품


마쓰에는 교토(京都), 가나자와(金澤)와 함께 일본 3대 화과자의 명산지다. 화과자 명산지답게 로비에는 설탕으로 만든 대형 조형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이 작품은 소나무에 앉아 날개를 퍼덕이는 비둘기와 시마네 현의 현화(県花)인 모란(牡丹)을 비롯한 여러 가지 꽃들을 형상화했다. 


설탕으로 만든 모란꽃과 동백꽃


이 작품도 설탕을 녹여서 만든 모란꽃과 동백꽃을 조각상이다. 정교하게 만든 나무 줄기와 잎, 꽃잎 등에서 장인의 솜씨를 느낄 수 있다. 킷사 키하루에서는 화과자를 만들 때 와삼봉(和三盆)이라는 고급 설탕만을 쓴다고 한다. 


킷사 키하루는 주방이 개방되어 있어 자신이 주문한 메뉴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곳은 화과자 외에도 가루녹차인 말차가 유명하다. 말차 세트를 주문하면 말차와 함께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화과자 한 개가 같이 나온다. 말차 세트의 가격은 구성마다 다르지만 대략 750~1,000엔 사이다. 이곳의 말차는 맛이 강하지 않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발효차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다. 나 역시도 발효차를 좋아하지만 킷사 키하루의 말차는 괜찮았다. 


이타미 쯔기오 명장은 本小倉(팥), 秋明菊(추명국, 국화), 紅葉(단풍), 栗キントン(밤), 本わらび(고사리), 津田かぶ(순무), 福寿草(복수초), 祝七五三(경축 시치고산) 등 다양한 화과자를 만든다. 七五三(시치고산)이 무엇인가 하면, 여자아이는 3살과 7살, 남자아이는 3살과 5살에 성장을 축하하면서 건강을 기원하는 연중행사다. 이때 여자아이는 기모노(着物), 남자아이는 하카마(袴)를 입고 신사나 절에 들른다.  


엔무스비(縁結)는 인연을 맺어준다는 화과자다. 시마네 현(島根県) 이즈모 시(出雲市)에는 이즈모타이샤(出雲大社)라는 신사가 있는데, 여기서 모시는 오오쿠니누시노오오카미(大国主大神)는 인연을 맺어주는 신으로도 알려져 있다. 엔무스비 화과자는 지역 사회에 전해오는 이런 전설을 상품화한 것이다.


화과자와 말차


킷사 키하루의 화과자 가격은 4개 한 세트에 대략 1,200엔 정도다. 이곳의 화과자는 내게는 좀 단맛이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단맛이 강한 과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게는 아무리 명장이 만든 화과자라고 하더라도 그림의 떡일 뿐이다.


마쓰에 역사관을 보고 싶었지만 일정상 시간이 없어 생략하기로 했다. 단체로 움직이는 패키지 여행의 단점이다. 다음에 또 시마네 현에 오게 되면 마쓰에 역사관을 꼭 보리라.     


2018. 1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