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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마즈쿠리 온천(玉造温泉) 마쓰노유(松乃湯)

林 山 2019. 1. 18. 18:00

시마네 현(島根県) 마쓰에 시(松江市) 북부 토노마치(殿町)에 있는 일본의 국보 마쓰에 성(松江城) 텐슈가쿠(天守閣, 천수각)를 돌아보고 난 뒤 전세 버스에 올라 타마즈쿠리 온천(玉造温泉) 마을에 있는 숙소 마쓰노유(松乃湯)로 향했다. 날은 이미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마쓰에 성에서 오하시가와(大橋川)를 건넌 다음 신지 호(宍道湖) 호반도로를 따라 남서쪽으로 한참 달리다 보면 타마유가와(玉湯川)를 만난다. 타마유가와에 이르러 좌회전을 해서 상류쪽으로 올라가면 타마즈쿠리(玉造) 온천 마을이 나온다.   


마쓰노유(松乃湯)의 야경


타마즈쿠리 온천 마을로 들어섰을 때는 이미 사방에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마쓰노유에도 불이 환하게 들어와 있었다. 마쓰노유 호텔 직원들이 주차장까지 마중을 나와 일행을 맞아 주었다.  


시마네 현 마쓰에 시 타마유 쵸(玉町)에 있는 타마즈쿠리 온천은 시마네 현에서 가장 유명한 온천이다. '신들도 목욕을 했다'고 전해지는 이 온천은 1,3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타마즈쿠리 온천에 몸을 한 번만 담가도 피부가 백옥처럼 미끈해진다'는 말이 전해올 만큼 예로부터 미용 효과가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다. 풍부한 황산염은 피부에 좋다고 한다. 타마즈쿠리 온천 지역은 일본에서 가장 많은 미인을 배출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래서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료칸 마을이라고도 불린다. 일본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료칸 마을로 언제나 상위권에 선정되는 곳이다. 


마쓰노유는 타마즈쿠리 온천 중심가에 자리잡고 있는 130년 전통의 료칸(旅館) 호텔이다. 방으로 들어가자 다다미방 좌식 테이블에는 간식거리와 차가 놓여 있고, 벽장에는 유카타가 준비되어 있었다. 마쓰노유에서는 유카타에 어울리는 게다와 바구니, 등불을 대여해 준다고 들었다. 


에도시대(江戶, 1603~1868)부터 이어져 온 일본의 전통적인 숙박시설인 료칸은 일본식 정원이 어우러져 있으며, 식사는 코스별로 나온다. 료칸에는 다다미(たたみ, 畳, 疊)가 깔려있는 방, 대욕실, 노천탕, 공용 식당, 방문객들이 유카타를 입을 수 있는 개인 공간 등이 있다. 개인 욕실과 노천탕을 갖춘 별채 료칸은 손님의 방으로 식사를 가지고 간다. 일본인이 아닌 손님의 경우 서양음식을 제공하기도 한다.


마쓰노유 레스토랑의 가이세키 요리


저녁 시간이 늦어 대욕장에서 간단하게 씻고 식사를 하기로 했다. 레스토랑으로 내려가자 이즈모(出雲) 지역 특산이라는 가이세키 요리(会席料理)가 나왔다. 잘 차려진 가이세키 요리를 보자 살이 찌는 것을 피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이세키(會席)는 모임의 좌석을 뜻하는 말이다. 가이세키 요리는 연회나 결혼식에서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마련하는 예절을 갖춘 일본식 정찬 요리를 말한다. 무로마치 시대(室町時代, 1338~1573)에 관혼상제(冠婚喪祭)를 위해서 형성된 혼젠요리(本膳料理), 에도시대 연회(宴會)에서 술과 함께 식사를 즐긴 것에서 유래된 고급 요리의 절차와 종류를 간소화해서 만든 것이 가이세키 요리이다. 다시 말하면 일본의 정식요리인 혼젠요리 형식에 차카이세키요리(茶懷石料理)의 형식을 가미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가이세키 요리는 현재 일본의 큰 음식점이나 호텔 등에서 취급하는 고급 연회요리를 가리킨다. 요리는 기본적으로 계절에 어울리는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며, 식재료가 가진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조미료와 양념은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다. 


가이세키 요리는 보통 1즙3채(一汁三菜), 1즙5채(一汁五菜), 2즙5채(二汁五菜) 등으로 구성된다. 즙(汁)은 국, 채(菜)는 반찬이다. 음식은 가쓰오부시(鰹節, 가다랭이포)나 다시마로 맛을 내며, 요리마다 같은 재료나 조리법, 같은 맛이 중복되지 않도록 구성한다.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색깔과 모양, 그릇의 무늬와 재질까지 세심하게 고려한다.


가이세키 요리는 혼젠요리를 본받아 세 개의 상차림을 기본 형식으로 한다. 코스식으로 제공되는 요리는 보통 12가지의 음식이 나오며, 밥은 가장 마지막에 차려진다. 지역과 계절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사키즈케(先付け), 스이모노(吸い物), 즈쿠리(お造り), 야키모노(焼き物), 니모노(煮物), 아게모노(揚げ物), 무시모노(蒸し物), 스노모노(酢の物), 쇼쿠지(食事), 미즈가시(水菓子)의 순서로 제공된다. 


사키즈게는 식욕을 돋구기 위한 전채 요리이며, 가벼운 술이 동반된다. 스이모노는 맑은 국물 요리다. 입을 깨끗하게 하고 몸을 데워서 찬 음식인 회를 먹을 수 있도록 대비하는 효과가 있다. 즈쿠리는 생선회다. 먼저 흰살 생선, 나중에 붉은 살 생선이 나온다. 야키모노는 생선구이 요리다. 지역에 따라서 그 지역 특산물 구이가 나오기도 한다. 니모노는 조림 요리다. 채소나 어패류를 그 집 고유의 장으로 조린다. 아게모노는 튀김 요리다. 생선이나 새우, 채소 등을 재료로 튀김옷을 입히지 않고 튀긴 스아게(素揚げ), 튀김옷을 입혀서 튀긴 덴푸라(天ぷら)가 있다. 무시모노는 찜 요리이며, 대개 달걀찜이 나온다. 스노모노는 절임 요리다. 채소나 어패류를 식초에 절이거나 양념한 것이다. 튀김 요리로 기름기가 밴 입을 개운하게 해 준다. 쇼쿠지는 밥과 된장국, 면류 등이 나오는 메인 요리다. 미즈가시는 과일과 과자 등 디저트다. 아이스크림, 딸기 등의 후식이 나온다.


타마즈쿠리 타마유가와(玉湯川) 하류의 야경


저녁 식사를 마치고 타마즈쿠리 마을 한가운데를 흐르는 타마유가와로 산책을 나갔다. 타마유가와를 밝히는 가로등불이 환하게 들어와 있었다. 타마유가와 주변에는 마쓰노유를 비롯해서 22채의 료칸이 죽 늘어서 있다. 


타마즈쿠리 타마유가와(玉湯川) 상류의 야경


타마즈쿠리 타마유가와(玉湯川) 상류의 야경


타마유가와 양쪽으로는 잘 정비된 산책로가 나 있고, 중간중간에는 무료 족욕장도 마련돼 있어 온천수에 발을 담글 수도 있다. 온천가 끝에는 '소원 들어주는 돌'로 유명한 타마즈쿠리유 신사(玉作湯神社)가 자리잡고 있다. 


이틑날 아침 일찍 일어나 온천에 몸을 담그러 갔다. 마쓰노유 온천은 카케나가시(かけ流し) 온천이다. 카케나가시는 온천수를 꾸준히 흘려보내서 항상 쾌적한 수질과 유량을 유지할 수 있는 방식이다. 마쓰노유 온천은 대욕실도 있고, 야외에는 노천탕도 있다. 저쿠지(jacuzzis), 사우나(サウナ風呂) 시설도 갖춰져 있다. 대욕실은 전면이 대형 유리로 되어 있어 노천탕과 정원이 바라보인다. 


마쓰노유에는 전세탕도 있어 사생활 보장을 원하는 커플이나 가족 단위의 이용이 가능하다. 전세 노천탕은 히노키(檜, 편백나무)탕, 암석탕, 도자기탕, 항아리탕 등 4종류가 있어 다양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마쓰노유 노천탕


한겨울에 가을 풍경을 감상하면서 노천탕에 몸을 담갔다. 뜨거운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있노라니 피로가 말끔하게 가시는 듯했다. 일본의 료칸에 오면 노천탕에는 반드시 들어가봐야 한다.


마쓰노유 노천탕 정원 연못


마쓰노유 노천탕 정원


마쓰노유 노천탕과 연못 주변에는 작은 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단풍나무의 잎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산책로에는 낙엽이 노랗게 깔려 있었다. 맨발로 낙엽을 밟으면서 잠시 이리저리 거닐었다.   


마쓰노유 정원


마쓰노유 로비와 대욕실 사이에는 연못이 있는 정원이 있다. 잔디밭에는 오래된 노송과 석탑, 장명등, 바위가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고, 연못에는 비단잉어들이 한가로이 헤엄치고 있었다. 객실에서 대욕실을 오갈 때마다 이런 운치 있는 풍경을 만나게 된다.   


마쓰노유 객실에서 바라본 타마즈쿠리 마을


온천욕을 마치고 객실로 올라와 창밖을 바라보니 먹구름이 낮게 드리운 하늘에서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마쓰노유 진입로 바로 북쪽 길옆에는 유진치요노유(湯陣千代の湯)가 자리잡고 있다. 그 너머 비행접시처럼 생긴 건물은 타마즈쿠리온센 유유(玉造温泉ゆーゆ)다. 유유 온천은 숙박을 하지 않아도 온천욕이 가능하다. 유유 온천 뒤로는 이즈모 타마즈쿠리 사적공원(出雲玉作史跡公園)이 자리잡고 있다. 이즈모 타마즈쿠리 사적공원 동쪽에는 소라구찌 공원(空口公園)이 있다.   


아침 식사


아침 8시 경 뷔페 레스토랑으로 아침 식사를 하러 갔다. 레스토랑 진열대에는 온갖 먹음직스러운 요리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레스토랑에는 100kg이 넘는 수정이 있는데, 이 수정을 만지면 행운을 불러온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다.  


아침 식사


일본으로 여행을 갈 때마다 꼭 챙겨 먹는 음식이 있다. 바로 낫또(納豆)와 요구르트(Yogurt), 우유다. 식판에다가 낫또와 요구르트, 우유, 야채 샐러드, 달걀 프라이, 된장국만 담아서 식탁에 앉았다. 


낫또는 대두(大豆)를 낫토균을 이용해 발효시킨 일본 전통의 발효식품이다. 발효 과정에서 낫토키나제(nattokinase)라는 혈전용해효소가 생긴다. 낫또를 저을 때 실처럼 늘어나는 끈적끈적한 거품 같은 것이 생기는데, 바로 그것이다. 혈전은 혈관을 막는 노폐물이다. 낫토키나제는 혈전이 쌓이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혈액순환 장애 방지와 고지혈증, 동맥경화, 뇌졸증 등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구르트는 유목민들이 소나 염소, 양 등 동물의 젖을 발효시켜 만든 고대의 건강식이다. 동물의 젖을 살균하여 반쯤 농축한 뒤 유산균을 넣어 발효, 응고시킨 액체 또는 고체 음료를 가리킨다. 장수의 비결이라고 여겨지는 건강식으로 알려져 있다. 야쿠르트라고 하는 분홍색 음료는 요구르트가 아니다. 


마쓰노유 정원


아침 식사를 마치고 뷔페 레스토랑 바로 옆에 있는 정원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정원은 사방이 마쓰노유 건물로 둘러싸여 있어 섬처럼 고립된 공간이었다. 정원의 한쪽 귀퉁이에 서 있는 동백나무에는 붉은 동백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2018. 12. 22~1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