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콘시마(大根島) '모란(牡丹)의 집' 유시엔(由志園)을 나와 호리카와 유람선(堀川遊覧船, ほりかわゆうらんせん)를 타러 갔다. 호리카와 유람선 승선 장소는 마쓰에 성(松江城) 성문 입구의 오테마에히로바(大手前廣場) 승선장, 후레아이히로바(ふれあい広場) 승선장, 카라코로히로바(カラコロ広場) 승선장 등 3곳에 있다. 우리 일행은 오테마에히로바 승선장에서 유람선을 타기로 했다. 호리카와 유람선의 이용 요금은 어른 1,230엔, 어린이 610엔이다. 그런데, 외국인은 30% 할인제도가 있어 어른은 820엔, 어린이는 410엔만 내면 된다. 외국인 할인제는 참 좋은 제도라는 생각이 든다.
오테마에히로바에서 바라본 마쓰에 성(松江城) 해자(垓字)와 키타소몬바시(北惣門橋)
마쓰에는 1611년 마쓰에 성이 세워지면서 형성된 성읍도시다. 마쓰에 성은 마쓰에 시 북부에 자리잡고 있으며, 오하시가와(大橋川)를 외해자(外垓字)로 삼고 있다. 전란이 잦았던 다른 지방과는 달리 마쓰에는 평화가 지속되었기 때문에 옛 모습이 비교적 온전하게 남아 있다. 마쓰에 성에는 현재 일본 전국을 통틀어 12곳밖에 남아 있지 않은 텐슈가쿠(天守閣, てんしゅかく)가 보존되어 있으며, 성을 방어하기 위해서 판 해자(垓字) 등 각종 방어 시설, 옛날 가옥들이 여기저기에 많이 남아 있다. 특히 '일본의 길 100선'에 뽑힌 마쓰에 성 아래의 시오미나와테(塩見縄手) 거리는 영주의 측근 사무라이(侍)들이 살던 저택이 줄지어 늘어서 있어 마치 에도시대(江戶時代, 1603~1868)에 들어와 있는 듯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호리카와(堀川) 수로
호리카와(堀川)는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마쓰에 성의 바깥 주변을 빙 돌아 파놓은 수로이다. 옛날 이 수로는 물자의 수송과 사람들의 왕래, 생활용수 등으로 이용됐지만 지금은 관광객들을 위한 유람선 코스로 인기가 높다. 유람선을 타고 호리카와를 따라 한바퀴 돌면서 마쓰에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다.
호리카와(堀川) 수로에 놓인 다리
호리카와 유람선은 시마네 현(島根県) 마쓰에 시(松江市)에서 1997년부터 운항하기 시작한 관광 유람선이다. 이 유람선을 타면 마쓰에 성을 둘러싸고 있는 약 3.7㎞ 길이의 호리카와를 약 50여 분 동안 돌면서 마쓰에 성 해자와 마쓰에 시가지를 구경할 수 있다.
호리카와(堀川) 수로
유람선은 10∼12인승 규모의 작은 배다. 천정이 낮은 다리 아래를 지나갈 때를 대비해서 배의 지붕은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다. 유람선에는 고타쓰(무릎난로)가 설치되어 있어 눈발이 날리는 추운 겨울철에도 호리카와의 풍취를 즐길 수 있다. 호리카와 유람선은 뱃사공이 노를 젓는 것이 아니라 아쉽게도 동력을 이용해서 운항을 한다.
호리카와(堀川) 수로
규슈(九州) 후쿠오카 현(福岡県) 쓰쿠시 평야(筑紫平野) 남부에 있는 물의 도시 야나가와(柳川) 유람선은 뱃사공이 노를 저어서 배를 몬다. 사공은 노를 저으면서 구성진 엔카(演歌)도 불러 주기도 한다. 그러기에 야나가와 유람선에는 나그네의 향수를 자극하는 낭만이 있다. 하지만 호리카와 유람선에는 그런 낭만이 없다. 자유여행을 한다면 차라리 유람선을 타지 말고 호리카와 강변을 따라 걸으면서 마쓰에의 정취에 취해 보는 것도 좋다.
마쓰에 시(松江市)를 관통하는 호리카와(堀川)
호리카와 유람선 수로에는 모두 16개의 다리가 있다. 마쓰에 성 정문 입구 근처 오테마에히로바(大手前廣場) 승선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북쪽으로 출발하면 맨 먼저 마쓰에 성 북동쪽으로 통하는 옛 모습 그대로 복원된 키타소몬바시(北惣門橋)를 만난다. '다리(橋)'를 일본말로 '바시'라고 한다. 키타소몬바시 입구 길 건너편에는 마쓰에 역사관(松江歷史館)이 자리잡고 있다. 키타소몬바시를 지나면 키타다가와(北田川)로 나오게 된다. 오테마에히로바(大手前廣場) 승선장에서 여기까지를 죠잔우치 호리카와(城山內堀川)라고 한다. 키타다가와로 나오면 서쪽으로 좌회전을 하게 된다.
마쓰에 시(松江市)를 관통하는 호리카와(堀川)
키타다가와 남쪽, 마쓰에 성 북서쪽에는 죠잔 이나리 신사(城山稲荷神社)가 자리잡고 있다. 키타다가와 북쪽 시오미나와테 거리에는 사무라이 저택, 다나에 미술관, 고이즈미 아쿠모(小泉八雲)의 옛집과 기념관, 메이메이안(明明庵) 찻집 등이 있다.
시오미나와테 거리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틀면 키타다가와에서 죠잔니시 호리카와(城山西堀川)로 들어서게 된다. 남쪽으로 꺾자마자 오른쪽의 신하시(新橋)로 들어가면 후레아이히로바 승선장이 나온다. 후레아이히로바 승선장 근처 수로변에는 가마우지들이 통나무 난간에 앉아 있었다. 여기서 곧장 남쪽으로 이나리바시(稲荷橋)를 지나면 바로 왼쪽에 마쓰에 고고쿠 신사(松江護國神社)가 있다. 마쓰에 성 서쪽의 가메다바시(亀田橋)를 지나면 울창한 숲과 꽃들이 반겨 준다. 시마네 현립 도서관을 지나 동쪽으로 지도리바시(千鳥橋)를 지나면 오테마에히로바에 닿는다.
남쪽으로 료쿠쥬바시(緑樹橋)를 지나면 왼쪽으로 시마네 현청이 병풍처럼 다가서고, 오른쪽으로는 시마네 현립 무도관이 바라보인다. 하나조노바시(花園橋)와 우베야바시(うべや橋)를 지나면 마쓰에 성 남쪽을 흐르는 교바시가와(京橋川)와 만나게 된다. 호리카와 유람선은 모두 폭이 좁고 천정이 낮은 우베야바시를 통과할 수 있도록 길이 8m, 폭 2m 규모로 제작되었다. 교바시가와 오른쪽 개울가에는 버드나무들이 늘어서 있다. 벚꽃이 활짝 피고, 산들바람에 수양버들 가지가 하늘거리는 봄철에 호리카와 유람선을 타고 뱃놀이를 하면 한층 더 운치가 있을 것이다.
사이와이바시(幸橋)를 지나면 왼쪽에 가라코로 공방(カラコロ工房, Karakoro Art Studio) 건물이 서 있고, 교바시(京橋)를 지나면 오른쪽에 카라코로히로바 승선장이 있다. 히가시쿄바시(東京橋)를 지나 사카에바시(栄橋)를 빠져나와 북쪽으로 방향을 틀면 요나고가와(米子川)를 만난다. 방향을 틀어 코부바시(甲部橋)를 지나자마자 왼쪽으로 보이는 14층 건물이 마쓰에 적십자병원(松江赤十字病院, Matsue Red Cross Hospital)이다. 신요나고바시(新米子橋)와 요나고바시(米子橋)를 지나면 왼쪽으로 마쓰에 호로우체국(松江母衣郵便局) 건물이 나타난다. 수로 오른쪽에는 한겨울인데도 노오란 수선화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6~7월이 되면 요나고가와 왼쪽 수로변에는 수국과 창포꽃이 활짝 피어 장관을 연출한다고 한다.
마쓰에 시(松江市)를 관통하는 호리카와(堀川)
요나고가와의 후몬인바시(普門院橋)를 지나면 키타다가와로 나가게 된다. 요나고가와의 코부바시, 신요나고바시, 후몬인바시는 천정이 낮은 다리여서 선장이 '수구리세요~!' 하면 모두 엎드려야 한다. 후몬인바시 바로 북쪽에는 후몬인(普門院)이라는 절이 있다. 역대 마쓰에 영주가 기도를 드리던 후몬인은 고이즈미 야쿠모와도 연관이 있는 절이다. 후몬인 안에는 칸게츠안(観月庵)이라는 다도실이 있어서 말차(末茶, 가루녹차)도 마실 수 있다.
옛날 후몬인 근처에 있었다는 아즈키토기바시(小豆磨ぎ橋)에 전해 내려오는 괴담이 하나 있다. 아즈키토기바시에는 밤마다 여자 유령이 나타나 팥을 씼는다고 알려져 있었다. 일본에는 옛날부터 '가키츠바타(杜若, 제비붓꽃)'라는 노래가 있었다. 하지만 무슨 까닭인지 아즈키토기바시에서 이 노래를 불러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불문율이 있었다. 만일 이 노래를 부르면 다리의 유령이 노하여 노래를 부른 사람에게 무서운 재앙을 내린다고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마쓰에에는 평소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다고 큰소리를 치던 사무라이가 한 명 있었다. 어느 날 밤 사무라이가 술에 취해 아즈키토기바시를 지나가게 되었다. 이 다리를 건너다 말고 사무라이는 불현듯 '가키츠바타노우타(杜若の歌)'를 불러 여자 유령에게 도전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마침내 사무라이는 불러서는 안될 노래를 큰소리로 불렀다. '唐衣きつつなれにし妻あれば はるばるきぬる旅をしぞ思ふ(당적삼처럼 정든 아내를 남겨두고, 멀리 떠나오니 쓸쓸함이 사무치네)'..... '가키츠바타노우타'를 다 부르고 나서도 여자 유령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세상 사람들을 겁쟁이라고 비웃으며 기고만장해서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사무라이가 자기 집 대문에 이르렀을 때였다. 문 앞에는 키가 훤칠하고 아름다운 왠 낯선 미녀가 옻칠을 한 상자를 들고 서 있었다. 미녀는 사무라이에게 다가와 인사를 하고는 '부인께서 이 상자를 저에게 맡기셨으니 받으시지요' 하고는 그 상자를 건넸다. 상자를 건넨 미녀는 사무라이의 눈앞에서 연기처럼 사라졌다. 어리둥절한 사무라이가 상자를 열어보니 그 안에는 피투성이가 된 어린아이의 목이 들어 있었다. 소스라치게 놀란 사무라이는 문득 불길한 생각이 들어 집안으로 뛰어들어 갔다. 방안에는 그의 사랑하는 아들이 목을 잃은 채로 몸뚱이만 뒹굴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호리카와(堀川) 수로
왼쪽으로 히로시마 고등검찰청(広島高等検察庁) 마쓰에 지부(松江支部) 건물이 보이면 호리카와 유람선 코스도 거의 다 끝나간다는 신호다. 이 부근에서는 마쓰에 성 텐슈가쿠의 상층부가 바라다보인다. 기타호리바시(北堀橋)와 우가바시(宇賀橋)를 지나 남쪽으로 좌회전을 하면 죠잔우치 호리카와로 들어와 처음 유람선에 올랐던 오테마에히로바 승선장에 이르게 된다.
호리카와 유람선(堀川遊覧船) 선착장
호리카와 유람선을 운항하는 사람들은 모두 고령의 노인들이었다. 아마 마쓰에 시에서 노인 취로사업의 일환으로 유람선을 운영하고 있는 듯했다. 유람선이 노를 젓는 거룻배가 아니라 동력선이라는 것이 아쉬웠지만, 호리카와를 따라 마쓰에 시를 한바퀴 돌아보는 것도 그런대로 의미가 있었다. 호리카와를 돌아보고 나서 마쓰에 성을 중심으로 한 이 지역이 에도시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시마네 현의 중심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필 때 다시 한번 호리카와 유람선을 타고 싶다.
2018.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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