돗토리 현(鳥取県) 도하쿠 군(東伯郡) 호쿠에이 정(北栄町) 유라슈쿠(由良宿)의 '명탐정 코난(名探偵コナン)' 박물관인 아오야마 고쇼 후루사토칸(青山剛昌故郷館)을 돌아본 뒤 돗토리 사구(Tottori Sand Dunes, 鳥取砂丘)로 향했다. 겨울비는 오다가 말다가 완전히 도깨비 날씨를 보이고 있었다. 하늘이 잠시 맑아지는가 싶으면 구름이 다시 몰려와 가랑비를 흩뿌리곤 했다. 돗토리 사구는 돗토리 시(鳥取市) 후쿠베 정(福部町) 유야마(湯山) 산인해안국립공원(山陰海岸国立公園)에 있다.
산인(山陰) 지방은 일본 주고쿠 산맥(中國山脈)의 북쪽 지방을 이르는 말이다. 동해(東海)-니혼카이(日本海)와 인접한 주고쿠(中国) 지방의 시마네 현(島根県)과 돗토리 현(鳥取県)을 아우르는 지역으로 산인 선(山陰線)과 산인 도(山陰道)가 통과한다. 돗토리 현은 북쪽으로 니혼카이에 접하며, 해안평야는 남쪽으로 주고쿠 산맥과 맞닿아 있다. 주고쿠 산맥의 다이센(大山) 지역은 다이센오키(大山隱岐) 국립공원, 해안은 산인해안국립공원에 속한다. 산인해안국립공원은 일본 혼슈 북서부의 교토부(京都府)와 효고현(兵庫県), 돗토리 현에 걸쳐 있는 국립공원이다. 탄고 반도(丹後半島)의 아미노 해안(網野海岸) 서쪽부터 돗토리 사구까지 길이 약 75㎞에 이르는 해안선을 구역으로 하고 있다.
사구센터 전망언덕(砂丘センター見晴らしの丘)
사구센터 전망언덕(砂丘センター見晴らしの丘)에 도착했을 때도 가랑비는 여전히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사구센터 전망언덕 1층은 기념품 가게와 식당, 2층은 단체식당, 3층은 전망대로 이용되고 있다. 1층 기념품 가게에서는 돗토리 현 특산물인 배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판매한다. 가격은 1개에 300엔(3천원)으로 다소 비싼 편이다. 커피 아메리카노도 한 잔에 300엔이다. 기념품 가게 직원들이 한국말을 유창하게 해서 깜짝 놀랐다. 그만큼 한국인들이 많이 온다는 증거였다.
돗토리 사구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려면 꼭 3층 전망대에 올라가 봐야 한다. 돗토리 사구 지역에서는 전망이 가장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패키지로 간 여행객들은 이곳을 생략하기 쉽다.
사구행 리프트
사구센터 전망언덕에서는 리프트를 타고 해안 사구로 내려가야 한다. 성인은 편도 200엔, 왕복 300엔, 4세~초등학생은 편도 150엔, 왕복 200엔이다. 시간은 5분도 채 안 걸린다. 돗토리 사구 방문자 센터(Tottorisakyu Visitor Center, 鳥取砂丘ビジターセンター)에서 내리면 리프트를 탈 필요가 없이 바로 사구로 들어갈 수 있다.
제1 사구열에서 바라본 제2 사구열
리프트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눈앞에 드넓은 돗토리 사구가 펼쳐졌다. 비가 와서 그런지 낙타는 보이지 않았다. 낙타를 타는 비용은 1인 1,300엔, 2인 2,500엔이다. 낙타 투어에 걸리는 시간은 약 5분 정도다. 사구 투어에 이용되는 낙타는 쌍봉낙타다.
산인해안국립공원의 특별보호지구로 지정된 돗토리 사구는 남북 길이 2.4km, 동서 길이 16km로 일본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1955년 일본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으며, 2007년 일본의 지질 100선에 선정되었다. 일반적으로 돗토리 사구는 센다이가와(千代川) 하구 동쪽으로 펼쳐진 약 545헥타르의 하마사카 사구(浜坂砂丘)를 가리킨다. 하마사카 사구 남동쪽에는 사구로 인해 바다에서 분리된 다네가이케 못(多鯰ケ池)이 있다. 이 호수에는 뱀의 화신인 미녀의 전설도 서려 있어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제2 사구열
돗토리 사구는 주고쿠 산맥의 화강암이 풍화한 모래가 센다이가와에 의해 동해-니혼카이로 흘러들어와 쌓인 것이다. 바다 속의 모래를 해안으로 끌고 오는 조류와 해안선에 쌓인 모래를 내륙으로 불어넣는 탁월풍(卓越風)에 의해 형성되었다. 돗토리 사구에는 3개의 사구 행렬이 동해-니혼카이와 거의 평행으로 나 있다. 해안쪽에서부터 제1, 제2, 제3 사구열(砂丘列)로 부르고 있다. 이는 모래의 이동 감소로 뭍쪽의 사구열이 사라질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사구열은 사구가 좁고 길게 늘어서 여러 개의 열을 이루고 있는 지형을 말한다.
제3 사구열은 표고 약 56m, 제2 사구열은 표고 약 47m이다. 제2 사구열 가운데 부분은 마치 말의 등처럼 생겼다고 해서 '우마노세(馬の背, 말등)'라는 별명이 붙었다. 제2 사구열 바로 남쪽에는 오아시스가 있다. 오아시스의 표고는 약 18m이다. '말등' 바로 남쪽에는 토기와 석기의 출토지, 화산회 노출지가 있다. 화산회 노출지 서쪽으로는 죠자가니와 정원 벌판이 있다. 제1 사구열은 사구 서쪽 끝에 있으며, 크기도 가장 작다.
돗토리 사구 오아시스와 정원 벌판
돗토리 사구의 최대 높낮이의 차는 약 90m에 이른다. 특히 사구에 크게 움푹 패여 그 모양이 막자사발, 또는 일본 전통 바리떼와 닮았다고 하여 스리바치(すりばち)라 부르는 지형이 유명하다. 특히 '큰 스리바치'라고 불리는 지형의 높이는 40m에 달한다. 제3 사구열 중간에는 오이고 스리바치, 돗토리 사구 최남단에는 아와세가타니 스리바치가 있다. 아와세가타니 스리바치 바로 동쪽 근처에는 화산회 노출지, 석기와 화살촉 등의 출토지가 있다. 스리바치의 사면을 따라 흐르는 사렌(砂簾, 사렴) 또는 후렌(風簾, 풍렴)과 풍속 5~6m 정도의 바람이 만들어낸 후몬(風紋, 풍문)이라 부르는 힘줄 모양의 무늬도 유명하다. 후몬은 제2 사구열 '말등' 해안쪽 경사면과 동쪽 끝부분에서 잘 만들어진다.
제2 사구열 말의 등에서 바라본 동해(東海) - 니혼카이(日本海)
돗토리 사구에는 모래사막 환경에 적응한 사초과의 통보리사초와 좀보리사초, 털잎하늘지기, 벼과의 왕잔디와 갯쇠보리, 국화과의 갯씀바귀와 갯금불초, 갯쑥부쟁이, 메꽃과의 갯메꽃, 마편초과의 순비기나무, 현삼과의 해란초 등 18종의 일본 재래식물을 볼 수 있다. 꼭두서니과의 백령풀, 벼과의 바랭이는 사구에 침입한 잡초군이다.
오아시스에는 좀보리사초 군락지가 있다. 화산회 노출지 근처에는 갯쇠보리, 좀보리사초, 통보리사초, 갯씀바귀, 해란초 군락지가 있다. 사구 입구 계단 북쪽에는 통보리사초, 갯쇠보리 군락지가 있다. '말등' 북쪽 해안에는 통보리사초, 순비기나무, 갯메꽃, 갯금불초, 갯쑥부쟁이 군락지가 있다. 제2 사구열 서쪽 끝 해안 경사면에는 통보리사초, 갯쇠보리, 순비기나무 군락지가 있다.
제2 사구열 동쪽
돗토리 사구 남쪽을 지나는 도로변에는 '어떤 여자(或る女, 1919)'의 소설가 아리시마 다케오(有島武郞) 노래비, 와카(和歌) 작가 요사노 아키코(擧謝野晶子) 노래비, 에다노 도요아키(植野登代秋) 노래비, 하이쿠(俳句) 시인 다카하마 교시(高浜虚子)의 시비 등이 있다. 또 엔카(演歌) 가수 미즈모리 가오리(水森かおり)가 2003년에 불러서 히트한 '돗토리 사구(鳥取砂丘)'라는 노래도 있다. 이 노래를 들어보면 한국의 트로트(뽕짝, Trot)와 완전히 똑같다. 제국주의 일본의 식민지 시대에 엔카의 영향을 받아서 형성된 대중가요가 트로트이기 때문이다.
水森かおり - 鳥取砂丘
제2 사구열에서 바라본 제1 사구열
돗토리 사구 주변의 민가는 사구로부터 날아오는 모래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방풍림을 조성하고 있다. 하지만 방풍림은 사구의 축소와 생태계 변화에 영향을 끼치는 주요 원인으로 여겨져 방풍림의 면적을 줄임으로써 지역 주민과의 공생을 도모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구에 낙서를 하는 사건이 잇따르자 2009년 4월 1일부터 낙서 방지 조례를 실시하여 적발될 경우 5만엔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사구 남쪽에는 '돗토리 사구 고도모노 쿠니(鳥取砂丘子供の国)' 등의 시설이 있다. 사구 입구 주변에는 관광 사업의 하나로 낙타나 말 등을 사육하고 있다. 사구는 또 근처 학교 학생들의 소풍 장소나 글라이더, 샌드 보트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제2 사구열에서 바라본 제3 사구열
해마다 사구에서는 '돗토리 사구 일루전'이 열린다. 30만 개의 전구를 사용한 일루미네이션과 라이트업된 모래상, 그리고 광대한 사구에 비치는 환상적인 영상들이 볼 만하다. 입장료는 무료다. 2018년에는 12월 8일부터 24일까지 오후 5시 30분부터 '판타지 랜드'를 주제로 안데르센 동화의 세계를 연출했다. 돗토리 사구에 간 날이 '돗토리 사구 일루전' 마지막 날이었는데, 일정 때문에 환상적인 영상 쇼를 볼 수 없어서 안타까왔다.
제2 사구열에서
지방도 유야마-돗토리 선에서 지방도 돗토리 사구-호소카와 선으로 진입하는 초입에는 돗토리 사구 정보관(鳥取砂丘情報館)과 지난 2012년 4월에 문을 연 모래 미술관(砂の美術館)이 있다. 모래 미술관은 세계의 유명 모래예술 작가들이 모여 주제를 정해서 제작한 모래 조각을 전시하는 곳이다. 모래 조각을 전시하는 곳은 돗토리 모래 미술관이 세계 최초라고 한다. 돗토리 사구 북동쪽에는 우라도메 해안(浦富海岸), 서쪽에는 하쿠토 해안(白兎海岸), 남동쪽에는 마니사(摩尼寺) 등의 명소가 있다.
제2 사구열 말의 등에 서서 쌀쌀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동해-니혼카이를 바라보았다. 파도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육지를 향해서 달려들고 있었다. 여기서 북서쪽으로 계속 가면 독도와 울릉도를 만날 것이었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을 생각하면서 돗토리 사구를 떠나 모래 미술관으로 향하다.
2018.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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