돗토리 시(鳥取市) 후쿠베 정(福部町) 유야마(湯山) 산인해안국립공원(山陰海岸国立公園)에 있는 돗토리 사구(Tottori Sand Dunes, 鳥取砂丘)를 돌아본 뒤 점심을 먹기 위해 리프트를 타고 다시 사구센터 전망언덕(砂丘センター見晴らしの丘)으로 올라왔다. 사구센터 전망언덕 1층은 기념품 가게와 식당, 2층은 단체식당, 3층은 전망대로 이용되고 있다. 1층 기념품 가게에서는 돗토리 현 특산물인 배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판매한다. 가격은 1개에 300엔(3천원)으로 다소 비싼 편이다. 커피 아메리카노도 한 잔에 300엔이다.
돗토리 사구센터 전망언덕
돗토리 현(鳥取県)이라는 지명이 다소 특이하다. 일본 최초의 역사서 '고지키(古事記, 고사기)'에는 야마토(大和) 정권이 새를 잡아서 세금으로 바치도록 지방의 각 소국에 명령하였다는 기록이 실려 있다. 당시 늪과 못이 많은 습지대였던 돗토리 평야에는 물가에 모인 새 등을 잡아서 생활하는 수렵민들이 살았다. 이들 수렵민들은 돗토리베(鳥取部)로서 야마토 정권의 지배 체제에 편입되었다. 돗토리베는 여러 가지 '새(鳥)'를 '잡아서(取)' 바치던 관직명이었다. 현 이름은 바로 여기서 생겨난 이름이다.
다른 전승도 있다. 일본 천황(天皇)의 황태자가 나이가 들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어느 날 새 한 마리가 날아가는 것을 본 황태자는 '새가 날아간다!'고 외치면서 말문이 트였다. 천황은 너무나 기쁜 나머지 그 새를 잡아오라는 명을 내렸다. 그 '새(鳥)'가 바로 이곳의 바닷가에서 '잡혔다(取)'고 하여 돗토리 현으로 명명됐다고 한다.
점심 상차림
사구센터 전망언덕 2층 레스토랑으로 올라가자 바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이미 상차림이 되어 있었다. 해산물을 위주로 한 음식이 아주 정갈하게 차려져 있었다. 이곳 레스토랑은 생선이나 조개류 등 해산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마죽
먼저 마죽 맛을 보았다.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마는 '산에서 나는 장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생마는 유난히 미끌거리는 특징이 있다. 이는 뮤신(mucin)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뮤신은 탄수화물 코팅에 의해 둘러싸인 당단백질로 점액의 점성을 주는 물질이다. 마에는 단백질 흡수를 촉진하고 위장을 보호하는 뮤신이 풍부하고, 소화효소인 디아스타제(diastase)가 무보다 많기 때문에 마를 식전에 섭취하면 배탈을 예방하고 소화를 돕는다.
두유와 함께 마를 먹으면 뮤신 성분이 단백질의 흡수를 촉진시킨다. 마를 요구르트와 함께 조리하거나 먹으면 응고된다. 마는 미끌거림 때문에 음식에서 사용되는 빈도는 낮은 편이지만, 익히면 끈적임이 사라지고 단맛이 증가한다. 마는 된장국이나 매운탕, 수제비 등에 넣어 요리할 수도 있고, 튀김옷을 입혀 기름에 튀겨서 먹으면 특유의 고소한 풍미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마를 익히면 뮤신이 파괴되기 때문에 생마를 그대로 먹는 것이 건강에도 좋다.
참마(Dioscorea japonica Thunb.) 또는 마(Dioscorea batatas Decne)의 근경(根莖)을 건조한 것을 한약명 산약(山藥)이라고 한다. '산에서 나는 약' 산약의 성질은 따뜻하고 독이 없으며, 맛은 달다. 비경(脾經)과 폐경(肺經), 신경(腎經)으로 들어간다. 폐를 보하고, 소화기의 기능을 강하게 한다. 또, 신기(腎氣)를 튼튼히 하고, 정기(精氣)를 보익하는 효능이 있다. 이런 효능으로 소화기가 허하여 설사를 하는 비허설사(脾虛泄瀉), 낫지 않고 오래 끄는 이질인 구리(久痢), 몸이 허하거나 과로에서 오는 기침인 허로해수(虛勞咳嗽), 물을 많이 마시고 음식을 많이 먹으나 몸은 여위고 오줌량이 많아지는 소갈증(消渴症), 몸이 허약해진 경우나 또는 성행위 없이 정액이 무의식적으로 흘러나오는 유정(遺精), 여성의 질에서 악취가 나거나 흰색 또는 황색의 액체가 흘러나오는 대하(帶下), 소변이 자주 마려운 병증인 소변빈삭(小便頻數) 등을 치료한다.
가리비, 굴, 소라
개인용 화로에 숯불을 피우고 석쇠 위에 가리비와 굴, 소라를 구워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굴은 '바다에서 나는 우유'라고 할 만큼 영양분이 풍부하다. 가리비는 구워먹어도 좋지만 회로 먹어도 쫄깃하고 달달한 맛이 일품이다. 소라는 길쭉한 뿔이 있고 단단한 껍데기를 가진 뿔소라, 뿔이 없고 볼 부분이 넓은 참소라가 있다. 사진의 소라는 참소라다. 소라회는 전복회 못지 않게 식감도 맛도 좋다.
일본은 혼술, 혼밥 족들을 위한 시설이나 기구들이 많이 발전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본주의는 그 성격상 가족의 해체나 공동체의 해체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혼술, 혼밥은 가족의 해체나 공동체의 해체로 인한 개인주의로 나타난 것이다. 혼술, 혼밥은 어쩌면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사회적 질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생새우회
일본에 와서 새삼 생새우회 맛이 들렸다. 식사 때마다 새우회 또는 새우 요리가 나왔던 것 같다. 접시에 담긴 새우 이름을 물어보았더니 도화새우라고 했던가? 아니면 꽃새우라고 했던가? 잊어버렸다. 바다가 없는 지방에 살다보니 어패류에 대한 지식이 너무나 부족하다.
물렁가시붉은새우(Pandalopsis japonica)를 보통 꽃새우라고 부른다. 꽃새우는 보리새우과 꽃새우속 새우의 통칭이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식재료로 인기가 많다. 한국에서는 울릉도 이북의 동해(東海)에서 발견되고, 일본에서는 오호츠크 해로부터 홋카이도(北海道)까지 잡힌다. 도화새우(Pandalus hypsinotus)는 동해 전역에서 베링 해까지 수심 100~200m 깊이에 서식한다. 일본에서는 도야마 만(富山湾)에서 주로 잡히기 때문에 ‘도야마새우’(トヤマエビ)로 부른다.
오징어 먹물 소바
오징어 먹물 소바는 사구센터 전망언덕 레스토랑의 명물이라는 말을 들었다. 한국의 칡냉면과 비슷해 보이기도 했지만 맛은 전혀 달랐다. 이태리는 오징어 먹물을 요리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나라라고 한다. 일본에서도 요리에 오징어 먹물을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최근 오징어 먹물을 이용한 각종 요리가 나오고 있다.
오징어 먹물에 들어있는 멜라닌(melanin) 색소는 대표적인 동물성 천연색소로서 항암, 항균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액분비 촉진과 치질 등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오징어 먹물에는 종양 활성을 막는 일렉신 성분도 있고, 타우린 성분도 풍부해서 피로회복과 동맥경화 예방에도 좋다.
가자미찜
가자미는 한국에서도 많이 먹어본 생선이다. 가자미는 힛감으로도 많이 이용되고, 찜이나 구이로도 많이 먹는다. 사구센터 전망언덕 레스토랑의 가자미찜은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너무 맛있어서 알뜰하게 발라 먹었다.
바지락밥 짓기
바지락밥
이곳 레스토랑의 또 하나의 별미는 바지락을 넣어서 지은 밥이었다. 바지락 말고도 다른 해산물 식재료가 더 들어간 것도 같은데 그게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따로 지은 바지락밥을 나무로 만든 상자에 담아서 식지 않도록 작은 화로에 얹어 놓았다. 간간해서 반찬이 따로 필요없었다. 고소하고 담백하면서도 짭짤한 맛이라고나 할까! 오징어 먹물 소바와 바지락밥은 일본에 와서 처음 먹어 보았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바로 근처에 있는 모래 미술관으로 향했다. 사구센터 전망언덕을 떠나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인데, 돗토리 사구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려면 꼭 사구센터 전망언덕 3층 전망대에 올라가 봐야 한다. 돗토리 사구 지역에서는 전망이 가장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패키지로 간 여행객들은 이곳을 생략하기 쉽다.
2018.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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