돗토리켄(鳥取県) 구라요시시(倉吉市) 다쿄지쵸(駄経寺町) 파크 스퀘어에 있는 니짓세이키 기념관(二十世紀梨記念館)을 떠나 서쪽으로 약 1km 떨어진 우오마치(魚町) 아카가와라(赤瓦) 마을의 시라카베도조군(白壁土藏群)을 찾았다. 아카가와라 마을은 구라요시 시의 상징인 우츠부키야마(打吹山)의 북쪽 타마가와(玉川)를 따라 펼쳐져 있다. 센고쿠 시대(戰國時代, 1467~1590)에는 죠우카마치(城下町, 무사들이 모여 살던 성하도시), 에도 시대(江戶時代, 1603~1868)에는 진야마치(陣屋町, 관리자들의 관청이 들어선 마을)로 형성된 아카가와라 마을은 '중요 전통적 건조물군 보존 지구'와 '향기로운 풍경(かおり風景) 100선', '아름다운 일본의 역사적 풍토 100선'에 선정되었다.
제53대 요코즈나(横綱) 고토자쿠라 마사카쓰(琴櫻傑將)의 동상
아카가와라 마을 입구에는 구라요시시 출신으로 1971년 1월 제53대 요코즈나(横綱)에 등극한 고토자쿠라 마사카쓰(琴櫻傑將, 1940~2007)의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요코즈나는 일본식 씨름 스모(相撲)의 챔피언으로 우리나라 씨름으로 말하자면 천하장사라고 할 수 있다. 요코즈나에 등극하면 엄청난 부와 명예가 따라붙는다. 우리나라 천하장사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일본에는 스모 드림이라는 것이 있다.
일단 요코즈나에 등극하면 일본 스모 협회로부터 연봉 3천만엔(약 3억원)을 받는다. 이게 다가 아니다. 큰 스모 대회인 혼바쇼(本場所)는 일년에 6회 열린다. 일본 스모 협회에서는 선수들의 대회 출전을 독려하기 위해 쥬료(十両) 이상의 세키토리(関取), 마쿠노우치(幕内)의 마에가시라(前頭), 고무스비(小結), 세키와케(関脇), 오제키(大関), 요코즈나 등 각 계급의 선수에게 일종의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인센티브는 1회 출전에 각 계급에 따라 책정된 배당금에 4,000을 곱한 금액이다. 요코즈나를 예로 들어보자. 요코즈나의 배당금은 1,789엔이다. 배당금에 4,000을 곱하면 719만2천엔(약 7천4백만원)이 된다. 요코즈나가 6번의 대회에 모두 출전했다면 그의 1년 동안의 총 인센티브는 719만2천엔x6=4315만2천엔(약 4억4천만원)이 되겠다.
이게 다가 아니다. 요코즈나 정도의 스타 스모 선수에게는 스폰서(광고)가 붙고, 각 지역 후원회에서 후원금도 들어온다. 요코즈나가 은퇴할 때는 1억~2억엔(약 10억~20억원) 정도의 금일봉을 받게 된다. 이 정도 대우면 스모 드림을 꿀 만도 하지 않을까?
제53대 요코즈나(横綱) 고토자쿠라 마사카쓰(琴櫻傑將)
고토자쿠라 마사카쓰의 본명은 가마타니 노리오(鎌谷紀雄)다. 그는 신장 182cm, 체중 150kg의 거구였다. 1959년에 스모계에 입문한 고토자쿠라 마사카쓰는 평생 723승 428패의 성적을 거두고 1974년에 은퇴했다. 고토자쿠라는 2007년 8월 14일 패혈증에 의한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인해 사망했다.
아카가와라(赤瓦) 마을
아카가와라 마을에 들어서면 일단 이곳이 옛날에 굉장한 부촌이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건물의 토담벽 상반부는 흰 회반죽으로 마무리로 하여 방수 역할을 하고, 하반부는 방화력과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서 구운 검정 삼나무 판자가 붙어 있어서 흑백의 대비가 아름답다. 기와는 추위에 강하다는 이와미(石見)의 빨간 세키슈(石州) 기와를 사용했다. 또 아카가와라칸(赤瓦館, 붉은 기와집)으로 불리는 붉은 기와와 회반죽 건물이 1호관부터 16호관까지 있어 레스토랑이나 커피점, 간장 양조장, 주조장, 갤러리, 완구 공방, 토산품점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아카가와라(赤瓦) 마을
아카가와라 마을 한가운데에는 작은 개울이 흐르고 있었다. 맑은 개울에는 물고기떼가 이리저리 헤엄을 치고 있었다. 큰 마을 한가운데를 흐르는 작은 개울에 물고기들이 살고 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자연을 아끼고 보존하려는 일본인들의 노력이 작은 개울에서도 보이는 듯했다. 아카가와라 거리를 걷다 보니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옛 시대로 돌아간 느낌이라고나 할까!
아카가와라(赤瓦) 1호관
아카가와라 1호관은 구라요시 시라카베도조군 거리의 상징이다. 아카가와라 1호관은 다이쇼 시대(大正時代, 1912~1926)에 세워진 간장 양조장을 개조하여 지금은 기념품 등을 판매하는 잡화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1층에서는 구라요시를 비롯한 주변 지역의 특산품과 기념품을 판매한다. 2층에는 구라요시 전통공예품 '구라요시 가스리(絣, かすり)'와 도자기, 죽공예품 등을 취급하는 셀렉트 샵이 있다. 셀렉트 샵은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다 모아 놓고 파는 매장을 말한다.
아카가와라(赤瓦) 마을 커피집 쿠라(久樂)
아카가와라 5호관 쿠라(久樂)에 들러 커피 한잔 마시기로 했다. 쿠라는 커피 전문점이다. 쿠라 1층은 커피를 내리는 공간, 2층은 아카가와라 거리를 감상하면서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다. 실내 공간은 비교적 좁은 편이었다.
커피집 쿠라(久樂)의 커피 가는 맷돌
1층에는 커피를 가는 맷돌이 놓여 있다. 쿠라에서는 커피콩을 맷돌로 갈아내고 사이폰식으로 내린 후, 설탕 대신 단팥을 넣어 마실 수 있다. 커피 본연의 맛을 느끼기 위해 한 모금 마셔본 후, 단팥을 조금씩 넣어 마시면 맷돌 커피의 그윽한 향을 느낄 수 있다.
사이폰식은 알코올 램프로 물을 가열하여 추출하는 방식이다. 하단에 담긴 물이 알코올 램프나 전기에 의해 천천히 가열되어 끓으면, 커피 가루가 있는 상단으로 올라가 그 안에서 커피와 물이 섞이게 된다. 사이폰식은 커피 본래의 향을 보존할 수 있으며, 맛이 깨끗한 장점이 있다.
커피집 쿠라(久樂) 실내
2층으로 올라가면 '久樂'를 쓴 붓글씨가 벽에 걸려 있다. '논어(論語)' <이인편(里仁篇)>에 '不仁之人 失其本心 久約必濫 久樂必淫(인하지 않은 사람은 자신의 본심을 상실하여 오래도록 곤궁하게 되면 반드시 물이 강둑을 벗어난 것처럼 도리에 벗어나는 짓을 하고, 오래도록 안락하게 되면 물이 끓어넘치는 것처럼 반드시 교만과 사치에 빠져들게 된다.)'는 구절이 있다. <이인편>은 더 나아가 오직 어질고(仁) 지혜로운(慧) 사람만이 '구락(久樂)'에도 옳지 않음이 없고, 지키는 것을 바꾸지 않으며, 외물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니 '久樂'에는 어질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자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커피집 쿠라(久樂) 커피
쿠라 2층 창가에 앉아서 느긋하게 커피 한 모금을 마시자 향긋한 커피향이 입안에 감돌았다. 한쪽 벽에 '食べ物持込禁止'라고 쓴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음식물을 가지고 들어올 수 없다는 말이다. 여행객 중에 간혹 음식물을 가지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다.
2018.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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