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유적 명산 명승지

돗토리(鳥取) 20세기배 기념관(二十世紀梨記念館)을 찾아서

林 山 2019. 3. 29. 16:14

니뽄(日本) 돗토리켄(鳥取県) 도하쿠군(東伯郡) 미사사쵸(三朝町) 야마다(山田) 마을 미사사 온천(三朝温泉)의 숙소 사이키벳칸(斉木別館)에서 체크아웃한 뒤 구라요시시(倉吉市) 다쿄지쵸(駄経寺町) 파크 스퀘어에 있는 20세기배 기념관(二十世紀梨記念館)을 찾았다. 


배 기념관은 배 를 테마로 한 니뽄에서 유일한 박물관이자 구라요시 파크 스퀘어를 구성하는 시설의 하나다. 2001년 4 월에 개관한 배 기념관의 정식 명칭은 '돗토리 현립 돗토리 니짓세이키나시 기념관(鳥取県立二十世紀梨記念館)'이지만, 2009년 12월 정해진 나시코관(なしこ館)이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돗토리 니짓세이키나시 기념관


돗토리켄은 니뽄 최대의 배 생산지이다. 니짓세이키나시 기념관은 돗토리켄의 특산물인 배에 관련된 모든 자료를 총망라해 놓은 종합 체험 기념관이다. 기념관 홀 중앙에는 박제된 거대한 배나무가 있다. 이곳에서는 배의 종류와 효능을 알려주는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배나무를 병들게 하는 해충, 배 생산을 장려하고 개발한 위인들, 시대에 따른 배 포장지 등도 관람할 수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의 배 문화도 살펴볼 수 있다.


배 정원의 배나무 고목


니짓세이키나시 기념관 배 정원에는 오사 골드(おさゴールド, Gold-Nijisseiki) 외에 야마나시(ヤマナシ), 호쿠시마메나시(ホクシマメナシ), 루이산(類産), 이누세츠(犬殺), 긴챠쿠(巾着), 아와유키(淡雪), 기쿠수이(菊水) 등 야생종이나 재래종 배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오사 골드(おさゴールド)는 니짓세이키나시(二十世紀梨)를 기초로 육성한 중생종(中生種) 배다. 흑반병(黒斑病)에 매우 강한 획기적인 품종이다. 야마나시(ヤマナシ)는 높이 17m에 이르는 고목이다. 이 배나무는 옛 민가의 마당에서 자라고 있었다. 야마나시 줄기의 아래쪽에서 나오는 가지에는 가시가 달려 있어 장미과에 속하는 식물임을 알 수 있다. 열매의 크기는 4cm 정도다. 열매가 딱딱해서 삶거나 소금에 절여서 먹는다. 


호쿠시마메나시(ホクシマメナシ)는 중화런민궁허궈(中華人民共和國) 동북부 지방이 원산지로 추위와 건조한 기후에 강하고, 뿌리가 땅속 깊이 들어가기 때문에 대목(台木)으로 많이 이용된다. 열매는 붉은색이고, 크기는 1cm 정도이다. 루이산(類産)은 에도 시대(江戸時代, 1603~1867) 중기에 이미 재배되고 있었다. 만생종(晩生種)인 이 배의 열매는 빨간색이며, 과육은 딱딱한 편이다. 원산지는 지바켄(千葉県) 가즈사(上総)이지만, 훗날 군마켄(群馬県) 우에노(上野)와 니가타켄(新潟県) 에치고(越後)에서도 재배했다. 니가타켄에는 수령이 약 200년으로 추정되는 루이산 배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현존하고 있다.


이누세츠(犬殺)는 에도 시대 중기에 재배되던 만생종의 붉은색 배다. 아오모리켄(青森県)에서 야마가타켄(山形県)의 동북 지방에서 재배되었다. 나무에서 떨어진 딱딱한 열매에 맞아서 강아지가 죽은 이후 이누세츠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긴챠쿠(巾着)는 메이지 시대(明治時代, 1868~1912) 초기에 재배된 중생종의 붉은색 배다. 니가타켄이 원산지다. 당시 가진 돈을 다 털어서라도 사먹고 싶을 만큼 품질이 좋은 배라서 긴챠쿠라는 이름으로 불렸다고 한다. 검은별무늬병(黒星病)에 강한 품종이다.


아와유키(淡雪)는 에도 시대 중기부터 메이지 시대에 재배된 조생종(早生種)의 붉은색 배다. 당시 여러 품종 중에서 맛과 향이 가장 좋았기 때문에 일본의 각지에서 재배되었다. 껍질이 봄눈처럼 부드러워서 아와유키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기쿠스이(菊水)는 쇼와 시대(昭和時代, 1926~1989) 초기부터 재배된 중생종의 배다. 열매는 푸른색으로 크다. 기쿠치 아키오(菊池秋雄)가 다이하쿠(太白)와 니짓세이키를 교배해서 육성한 품종이다. 품질이 양호해서 신품종 육성에 크게 공헌한 배나무다. 


수령 300년의 중국 동과리


배 기념관 중앙 홀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중궈(中國) 간쑤셩(甘肃省) 란저우싀(兰州市) 스촨샹(什川鄕)에서 자라던 수령 300년~500년의 둥궈리(冬果梨) 고목이 세워져 있다. 줄기 둘레는 약 3m에 이른다. 배의 발상지는 약 7천만 년 전 중궈 서남부의 야산이다. 여기서 서쪽으로 전파되어 퍼진 배는 서양배, 동쪽으로 전파되어 퍼진 배는 중궈리(中國梨), 한국배, 니뽄나시(日本梨)로 분화되었다.


둥궈리는 시위안리(西园梨)라고도 한다. 둥궈리는 란저우싀 교외와 가오란(皐蘭), 징위안(靖遠), 허시(河西) 일대에서 많이 난다. 특히 란저우싀 치리허취(七里河区) 화짜이즈샹(花寨子乡) 수이모거우(水磨沟)와 시위안(西园) 일대에서 나는 배가 가장 유명하다. 둥궈리는 과피가 얇고 즙이 많으며, 아삭아삭한 식감이 좋다. 중국에서 오직 간쑤셩에서만 난다. 수확기는 9월이고, 이듬해 6월까지 저장할 수 있다. 둥궈리는 풍한(風寒)으로 인한 기침과 가래를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배 기념관의 상징 수령 75년의 배나무 


기념관 중앙 홀 한가운데에는 높이 20m에 이르는 박제된 거대한 배나무가 있다. 이 배나무는 한창 때 약 4,000여 개의 배가 열렸다고 한다. 4,000여 개라면 실로 어마어마한 숫자다.  


니짓세이키나시는 1888년 혼슈(本州) 남동단 지바켄 마쓰도시(松戸市)에서 마쓰도 가쿠노스케(松戸覚之助)에 의해 우연히 발견되었다. 이 원목은 한창 때 1,500여 개의 배가 열렸으며, 1935년에는 니뽄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마쓰도시의 원목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공중폭격을 받고 불에 타죽어서 현재 그루터기만 남아 있다고 한다. 원목 중 하나는 마쓰도 시립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고, 다른 하나는 대여를 받아 니짓세이키나시 기념관에서 전시하고 있다.


배 기념관의 상징 수령 75년의 배나무


돗토리의 배 재배는 혼슈 서부 오카야마켄(岡山県)으로부터 전해진 것이다. 1881년 구라요시시 상인 시바타 도쿠시로(柴田徳四郎)는 오카야마, 히로시마(広島)로부터 와세아카(早生赤) 배 묘목을 들여와 처음으로 재배에 성공했다. 1887년에는 키타죠(北条)의 부농 이와모토 료조(岩本諒蔵)도 배의 재배를 시작했다. 이들로부터 돗토리켄의 배 재배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니짓세이키나시는 1902년경 키타와키 에이지(北脇永治, 1878~1950)라는 사람이 지바켄으로부터 10그루의 묘목을 처음 돗토리켄에 들여왔다. 10그루 중 현재 3그루만 현존하고 있다. 이 3그루는 니짓세이키나시의 부모 나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배나무는 돗토리시 가쓰라미(桂見) '만남의 숲'에 있다. 


니짓세이키나시의 묘목은 1908년부터 돗토리켄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니짓세이키나시라는 이름은 '20세기에는 이 배가 배 중의 왕이 될 것'이라는 기대 하에 붙여진 것이다. 이후 돗토리켄에서는 니짓세이키나시의 재배가 급속하게 확대되었다.


하지만 1916년부터 돗토리에 흑반병(黒斑病)이 대대적으로 발생하면서 배 재배를 포기하는 농가들이 속출했다. 이어 3년 동안 돗토리에 닥친 우박과 가뭄, 태풍 등의 자연재해로 인해 1925년 무렵에는 배 농사가 존폐의 위기로까지 내몰렸다. 이에 행정기관과 농학자, 생산자들이 합심해서 흑반병 방제에 성공함으로써 1930년대부터 돗토리의 배 재배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했다. 배 재배 농가도 꾸준히 증가하여 1934년부터 돗토리는 품질과 출하량에서 일본 제일의 산지가 되었다. 


1941년 미일 전쟁(美日戰爭, 태평양 전쟁) 직전까지 돗토리켄의 배 재배 농가는 2,500 가구에 이르러 그 규모가 10배 이상 증가하였다. 1960년에는 배 재배 농가가 1만 가구를 넘었다. 돗토리켄에서는 생산자와 학자, 행정이 일체가 되어 재배 기술을 표준화했다. 하지만 출하량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공급 과잉으로 배의 가격 저하를 초래했다. 


1965년부터 돗토리켄에서는 배의 가격 폭락에 대비하여 출하량보다 배의 맛을 개량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 결과 1980년 이후 돗토리켄의 니짓세이키나시는 절정기를 맞이하여 출하량 500만 상자, 170억 엔(한화 약 1,744억 원)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1987년에는 해외 16개국으로 배가 수출되었다. 한편 니뽄 국내에서는 해외의 값싼 과일이 대량으로 수입됨으로써 배 가격이 하락하고, 소비자들이 맛을 중시하면서 '코수이(幸水)', '호수이(豊水)' 등으로 배 재배 품종의 변화가 일어났다. 


니짓세이키나시는 농민의 고령화, 후계자 부족 등으로 배 재배 농가가 감소했다. 이에 돗토리켄은 니짓세이키나시의 신품종 니짓세이키-골드(Gold-Nijisseiki, おさゴールド)를 개발해서 생산 확대 등 산지 재건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배 기념관 정원의 오사 골드는 2014년에 16살이 되었다. 2013년 오사 골드는 그루당 1,500개의 열매가 열렸다. 배의 평균 무게는 400g, 당도는 12 ~ 13도 정도였다.     


일본배


배 기념관 1층에는 니뽄나시, 중궈리, 서양배와 함께 한국배를 품종별로 전시해놓은 전시실이 있다. 니뽄에서는 배(梨)를 나시(なし)라고 한다. '없다'를 뜻하는 '無(なし)'와 발음이 같다. 그래서, '梨(なし)は 無しにしてください(나시와 나시니시테구다사이) - 나시는 나시해 주세요. 배는 빼 주세요.)' 같은 말장난이 있다. 돌배(山梨)를 야마나시(ヤマナシ)로 부르기도 하는데, 현 이름과 구별하기 위해 가타카나(片仮名)로 쓴다.


시식 일본배 종류


배 기념관에는 시식 코너도 있다. 시식 코너에는 신코(新興), 아타고(愛宕), 오슈(玉秋) 배가 마련되어 있었다. 안내문에는 '오늘 먹고 비교해 볼 품종 - 일년 중 매일 세 종류의 배를 먹어보고 비교해 보세요'라고 쓰여 있었다. 또 다른 안내문에는 '시식품은 키친 갤러리에서 먹어 주세요'라고 쓰여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오슈>아타고>신코 순으로 풍미가 있을 듯했다. 아침을 먹은 지 아직 얼마 안 되어 실제로 맛을 보지는 않았다. 


신코(新興)는 1941년에 니가타켄 농업시험장이 육성했다. 이 배는 니짓세이키(二十世紀)와 아마노가와(天の川)의 교배종이다. 니가타켄에서 육성했지만, 따뜻한 기후에 알맞은 품종이라 돗토리켄에 보급되었다. 과일 무게는 500g 정도이고, 저장성도 있다. 아타고(愛宕)는 1927년에 키쿠치 아키오(菊地秋雄)가 육성한 품종이다. 이 배도 니짓세이키와 아마노가와 교배종이다. 11월 중순 경에 익고, 보존성도 매우 좋다. 과일 무게는 1kg 정도이다. 과육은 부드럽고 먹으면 바삭바삭한 식감이 있다. 오슈(玉秋)는 2003년 니뽄 농림수산성이 육성하여 품종 등록한 배다. 중궈리 츠리(慈梨)와 니짓세이키 교배종에다가 다시 신세츠를 교배한 품종이다. 10월 하순~11월 중순에 수확하는 만생종 배다. 중궈리의 형질을 이어받아 럭비공처럼 생겼다. 과육이 부드럽고 육즙이 풍부하다. 만생종 중에서 최고의 맛을 자랑하며, 보존성도 매우 좋다.


사유리(早優利)는 1981년 돗토리 대학(鳥取大學)가 오사니짓세이키(おさ二十世紀)와 신수이(新水)를 교배시켜 육성한 배다. 수확은 7월 말~8월 초로 극조생종이다. 과일 무게는 250g이며, 성장촉진제 지베렐린(Gibberellin) 처리를 하면 300g 이상도 가능하다. 당도는 12~15도이며, 약간 신맛이 난다. 코수이(幸水)는 1959년 니뽄 농림수산성이 키쿠수이(菊水)와 와세코조(早生幸蔵)를 교배시켜 육성한 품종이다. 


나츠사야카(夏さやか)는 2008년 돗토리 원예시험장에서 야쿠모(八雲)와 오사니짓세이키를 교배시켜 육성한 배다. 8월 상순에 수확한다. 나츠시즈쿠(夏しずく)는 2005년 니뽄 농림수산성이 히라츠카25고(平塚25号)와 치쿠수이(筑水)를 교배시켜 육성한 배다. 8월 중순에 수확한다. 나츠히메(なつひめ)는 2007년 돗토리 원예시험장이 치쿠수이와 오사니짓세이키를 교배시켜 육성한 배다. 수확기는 8월 하순~9월 상순이다. 과일 무게는 350g 정도이고, 니짓세이키보다 신맛이 적고 달콤하다. 

  

신칸센(新甘泉)은 2008년 돗토리 원예시험장에서 치쿠수이와 오사니짓세이키를 교배시켜 육성한 배다. 수확기는 8월 하순~9월 상순이다. 과일 무게는 400g 정도이다. 코수이나 호수이(豊水)보다 단맛이 강하고 과육이 부드럽다. 육즙이 풍부하여 폭넓은 연령층에 인기가 있다. 아키바에(秋栄)는 1997년 돗토리 대학에서 오사니짓세이키와 코수이를 교배시켜 육성한 품종이다. 수확기는 8월 하순~9월 상순이다. 단맛이 강하여 달콤한 맛이 난다. 아키바에는 인공수분이 필요없다. 


호수이(豊水)는 1972년 니뽄 농림수산성에서 이-33(イー33)과 코수이를 교배시켜 육성한 배다. 니짓세이키에 비해 과육이 부드럽고 당도가 높다. 신맛도 니짓세이키보다 적어서 깊고 진한 맛이 난다. 재배 면적은 니뽄에서 코수이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아키칸센(秋甘泉)은 2009년 돗토리 원예시험장에서 오사니짓세이키와 호수이를 교배시켜 육성한 품종이다. 과일 무게는 400g 정도이고, 육즙은 단맛이 강하다. 아키바에처럼 인공 수분이 필요없는 품종이다.


아키즈키(あきづき)는 1998년 니뽄 농림수산성이 니이타카(新高)와 호수이 교배종에다가 다시 코수이를 교배하여 육성한 배다. 호수이보다 수확기가 다소 늦다. 니이타카(新高)는 1927년 키쿠치 아키오가 아마노가와와 쵸쥬로(長十郎)를 교배시켜 육성한 품종이다. 과육은 즙이 많고 부드럽다. 신맛이 적고 단맛이 강하다. 만생종에서는 호수이 이후의 주력 품종이다. 한국에서는 신고(新高)라는 이름으로 사랑받고 있다. 신고는 한국배 생산량의 약 70 %를 차지하고 있다.


소우칸(爽甘)은 돗토리 대학이 아카바에와 중궈의 쿠얼러샨리(庫爾勒香梨)를 교배시켜 육성한 배다. 수확기는 10월 상순으로 만생종이다. 과일 무게는 600g 정도, 당도는 14~16도로 매우 높은 편이다. 당의 대부분이 과당으로 상쾌하고 달콤한 맛이 난다. 신세츠(新雪)는 1949년 니가타켄 농업시험장이 오쿠산기치(晩三吉)와 이마무라아키(今村秋)를 교배해서 만든 품종이다. 신세츠는 11월 경에 수확하는 만생종이며, 과즙이 많고 저장성이 뛰어나다. 

일본배 품평회에서 우승한 신세츠 배


제9회 '전국 큰 배 컨테스트' 신세츠(新雪) 부문에서 우승한 배도 전시되어 있었다. 우승한 배의 무게는 3,065g이었다. 배 한 개의 무게가 3kg이 넘는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저렇게 큰 배가 달리면 가지가 부러지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신세츠(新雪) 배 품평회


'전국 큰 배 콘테스트' 신세츠 부에서는 돗토리켄 구라요시시(倉吉市) 나싯코관(なしっこ館)에서 출품한 신세츠 배가 2,120g으로 우승했다. 나싯코관은 니싯세이키나시 기념관에 있다. 나머지 배들은 2kg을 넘지 못했다. 


아타고(愛宕) 배 품평회


'전국 큰 배 콘테스트' 아타고 부에서는 도토리켄 사이하쿠군(西伯郡) 난부쵸(南部町)의 이시즈카 모리이치(石塚盛一)가 출품한 배가 2,565g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2위와 3위를 차지한 배도 2kg이 넘었다.  


한국배


한국에서는 삼한 시대(三韓時代, 기원전 300년~기원후 300년)와 신라의 문헌에 배에 관한 기록이 있고, 고려 시대에 배 재배를 장려했다는 기록이 있다. 한국에서 생산된 배는 맛이 좋아 상당량이 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옛날 한국에서 재배하던 장십랑(長十郞, 쵸쥬로), 신고(新高, 니이타카), 만삼길(晩三吉, 오쿠산기치), 금촌추(今村秋, 이마무라아키) 등은 니뽄에서 육성한 품종들을 들여온 것이다. 


장십랑은 나무가 튼튼해서 가꾸기 쉽고 병충해에 대한 저항력도 강하다. 열매는 중간 크기 정도이며, 껍질은 붉은빛을 띤 황갈색이다. 1894년 경 이 나무가 발견된 마당의 주인인 니혼진(日本人)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 니혼진의 이름이 바로 쵸쥬로(長十郞)이다. 


강원도 양양의 낙산사(洛山寺) 심검당(尋劍堂) 길머리에는 낙산배(落山梨) 시조목(始祖木)이 서 있다. 낙산 주변에서는 예로부터 재래종 황실배(皇室梨)를 재배하였다. 기록에 따르면 조선 성종(成宗) 때 황실배 상품(上品)은 궁중의 진상품(進上品)으로 올렸다. 1893년 니혼진들이 이곳에서 재배하던 배나무를 니본으로 가져가 품종을 개량했다. 이 품종이 바로 장십랑(長十郞, 쵸쥬로)이다. 1915년 낙산사 주지가 이 배나무를 국내로 들여와 심은 것이 낙산배 시조목이 되었다고 한다. 


신고(新高, 니이타카)는 전라남도 나주에서 재배되는 대표적인 배다. 나주배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과육이 부드럽고 과즙이 풍부하며 맛이 좋아 1930년대에 니뽄에서 도입한 품종이다. 수확기는 9월 하순~10월 상순으로 중생종이다. 과일 무게는 500g 이상으로 대과종에 속한다. 과형은 편원형, 과피는 담황갈색이다. 


만삼길(晩三吉, 오쿠산기치)는 니뽄 니이가타켄에서 와세산기치(早生三吉)의 우연 실생(遇然實生)으로 발견된 품종이다. 우연실생이란 자연 상태에서 자유방임으로 수분하여 맺은 종자가 땅에 떨어져 발아한 어린 식물 중에서 우연히 나타난 변이종을 말한다. 1907년 니뽄에서 들여온 만삼길은 저장성이 뛰어나 널리 재배되었다. 과일 무게는 400∼600g이고, 생김새는 윗부분이 뾰족한 공 모양이며, 과피는 담황갈색이다. 육질은 돌세포가 비교적 적고 즙이 많으며, 단맛이 적은 편이지만 따뜻한 지방에서 생산한 것은 품질이 뛰어나다. 수확기는 10월 하순∼11월 상순으로 만생종이다. 하지만 이듬해 5∼6월까지 저장할 수 있고, 운반할 때도 손상이 적어 수출용으로도 유망하다. 흑반병 및 흑성병에는 매우 약한 단점이 있다.


금촌추(今村秋, 이마무라아키)는 니뽄 시고쿠(四國) 고치켄(高知縣)에서 1830년~1844년 우연 실생으로 발견된 품종으로 한국에는 1907년에 도입되었다. 만생종으로 나주에서는 10월 하순에 수확한다. 과실 모양은 돌출된 원추형이고, 과일 무게는 520g 정도이다. 과피는 황갈색으로 과분이 많고 거칠다. 과육은 부드럽고 연하며 과즙이 많다. 당도는 12.1도이고, 신맛이 강하며 떫은맛이 있다. 남부 지방의 금촌추는 품질이 좋으나 중북부 지방에서는 신맛과 떫은맛이 강하다.


이들 배 외에도 울산배가 있다. 울산배는 사람의 머리통만큼이나 크다. 그래서, 울산에서는 배를 만들어서 배를 넣어 수출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서울특별시 중랑구 묵동 주변 지역에서 유래하여 경기도 남양주시와 그 주변 지역에서 재배하는 먹골배도 유명하다. 하지만 남양주시의 배 생산량은 전국 10위권을 맴돌고 있다. 대전 유성배도 한때는 유명했었다. 지금은 배 과수원이 부도심으로 개발되면서 유성배의 명성도 사라졌다. 지금은 안성, 천안 등의 지역이 나주의 뒤를 잇는 배 산지로 유명하다. 


최근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에서는 기존의 배보다 품질이 뛰어난 황금배, 감천배, 영산배 등의 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황금배는 맛과 품질이 뛰어나 수출용 품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남원의 특산품 황금배는 1967년 니이타카에 니짓세이키를 교배하여 만든 품종이다. 1984년에 최종 선발하여 황금배라는 이름을 붙였다. 황금배는 과실이 큰 편으로 무게가 400~450g이다. 모양은 원형에 가깝다. 껍질이 매우 얇고 황금색이며, 과육은 투명한 흰색이다. 과즙이 매우 풍부하고, 과육이 부드러우며, 단맛이 강하여 맛이 우수하다. 


감천배는 1970년 국립 원예 특작 과학원에서 만삼길과 단배를 교배하여 1990년에 최종 선발하였다. 중만생종으로 10월 상중순에 수확이 가능하다. 과실은 편원형이고, 무게는 600g 정도로 대과이다. 때로는 1kg 이상 나가는 열매가 달리기도 한다. 당도는 13.3도로 단맛이 좋고, 산미는 극히 적어 맛이 매우 좋다. 


산배는 1970년 원예연구소에서 신고배에 단배를 교배하여 1986년 최종 선발하였다. 중생종으로, 9월 하순에 수확한다. 과실은 원형이고, 무게는 540g 전후로 대과이다. 과육이 연하지만 과즙은 많지 않다. 당도는 신고배보다 높다. 신맛이 적고 단맛이 강하여 식감이 매우 좋다. 흑반병과 흑성병에도 비교적 강한 저항성이 있다.


한국관


1층 한켠에는 한국관이 마련되어 있다. 한국관에는 한국에서 생산되는 배와 배로 만든 음료수 등의 제품, 환갑 잔치와 돐 잔치 사진, 환갑 잔치와 돐 잔치 상차림 등이 전시되어 있다.  


한국산 배 관련 제품들


한쪽 벽에는 나주배를 비롯해서 안성배, 울산배, 성환배, 천안배, 황금배 등의 상자들이 쌓여 있었다. 그 바로 앞에는 배로 만든 음료수와 술 등이 진열되어 있었다. 배 포장 상자들 옆에는 나주 배 박물관 안내판이 걸려 있었다. 한국관은 한국인 관광객들을 고려해서 만들어 놓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그만큼 많이 온다는 이야기다.    


중국배


중궈에서는 배를 梨(lí)라고 한다. 이별을 뜻하는 離(lí)와 발음이 같기 때문에 중궈에서는 연인끼리 배를 먹지 않는 풍습이 있다. 중궈리는 거의 다 한국이나 니뽄처럼 크기가 크지 않고 주먹만하여 대개 하나씩 손에 들고 먹는다.


중궈리는 쿠얼러샹리(庫爾勒香梨)가 유명하다. 샹리(香梨)는 신장웨이우얼(위구르)즈쯔취(新疆維吾兒自治區) 특산이다. 이름 그대로 향기로운 배라는 뜻이다. 웨이우얼(위구르)족들은 샹리를 나씨무티라고 부른다. 껍질이 얇고 향기로우며 즙이 풍부하여 맛이 매우 좋다. 


서양배


서양배는 동양배와 달리 생김새가 조롱박 모양이다. 서양배를 생과일로 먹으면 대부분 푸석푸석하고 물렁물렁하다. 하지만 서양배는 오븐이나 그릴에 익혀 먹을 때 당도가 높아지고 부드러워져 훨씬 맛이 좋아진다. 서양에서는 배를 설탕에 절여서 먹거나 파이로 만들어 먹는 등 배를 이용한 요리법이 발달되어 있다. 


니뽄에서는 과수농업으로 유명한 야마가타켄(山形県)에서 동양배와 함께 서양배를 많이 재배한다. 야마가타켄에서는 에도 시대 초기부터 배를 재배했다. 주요 산지는 사카타시(酒田市)와 쓰루오카시(鶴岡市) 등이다. 특히 사카타시의 카리야(刈屋) 지역에서 생산되는 배는 '카리야배(刈屋のなし)'라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예전에 '남부는 니짓세이키, 북부는 쵸쥬로'라는 말이 있듯이 카리야 지역을 중심으로 쵸쥬로나시를 많이 생산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제는 카리야에서는 코수이, 호수이 등의 품종을 주로 재배하고 있다. 과일 타운이라 불리는 쓰루오카시의 쿠시비키(櫛引) 지역은 관광 과수원이 곳곳에 있다. 


쿠시비키 관광 농원에서는 코수이, 호수이 등과 함께 라 프랑스 등 서양배도 재배한다. 라 프랑스의 과피는 푸른 색이 감돌고, 과즙이 많으며, 과육이 부드럽다. 한국에서는 한번도 못 본 배다. 


돗토리 니짓세이키나시 기념관은 패키지 관광객들이 아니면 별로 오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이왕 왔으니 공부하는 마음으로 니혼나시에 대해서 많이 알고 가는 것도 좋다. 배 기념관을 떠나 마지막 여행지 아카가와라(赤瓦) 마을로 향하다. 


2018. 1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