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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끝나지 않은 '비밀 전쟁' - 미군이 라오스에 투하한 불발탄

林 山 2019. 4. 30. 15:16

오늘 BBC earth 채널에서 베트남전 당시 미군이 라오스에 투하한 불발탄 푹발로 인해 해마다 300명 이상의 라오스인이 죽거나 다친다고 하는 소식을 들었다. 베트남전이 끝난 지 언제인데 라오스는 지금도 미국이 라오스에 벌인 '비밀 전쟁(Secret War)'의 여파에 시달리고 있다. 


1964년~1973년 사이 미군은 라오스 상공에서 58만여 차례의 공습을 실시했다. 미군의 타겟이었던 호치민 트레일(Ho Chi Minh Trail)이 라오스를 관통하기 때문이었다. 이 공습은 인류 역사상 가장 집중적으로 진행한 대규모 비밀 작전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이 공습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이 없다. 그래서, 이 공습을 '비밀 전쟁'이라 부른다. 베트남 전쟁이 끝난 뒤 미군이 투하한 불발탄으로 인해 사망한 라오스인은 무려 8천여 명, 부상자는 1만2천여 명에 이른다.


라오스 영토에 남아있는 미군의 불발탄 지도(충처 CNN)


미군은 살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하나의 폭탄이 여러 개의 작은 폭탄을 품고 있는 집속탄을 라오스에 집중 투하했다. 이 작은 폭탄들이 진흙탕 같은 라오스의 토질 등 여러 이유로 터지지 않고 남아 여전히 라오스인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라오스의 불발탄 제거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이 라오스의 불발탄 제거에 들인 예산은 연간 250만 달러에 불과했다. 이에 차나파 캄봉사(Channapha Khamvongsa)라는 라오스계 미국인 활동가는 10여 년 동안 거의 홀몸으로 대정부 로비와 대중 상대 캠페인을 벌였다. 


2014년 한해 동안 제거한 불발탄만 해도 5만6천여 개에 달한다. 전세계 곳곳을 누비며 불발탄을 제거해온 전문가들도 아프간이나 캄보디아, 모잠비크, 앙골라보다도 불발탄 수가 가장 많다고 말한다. 불발탄 수를 놓고 볼 때 라오스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라고 한다. 


차나파 캄봉사의 캠페인에 힘입어 2015년 라오스 불발탄 제거를 위한 지원 예산은 무려 1,200만 달러로 증가했다. 라오스 불발탄 제거팀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정글과 논밭을 가리지 않고 누비며 활약하고 있다. 라오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민간단체가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인도주의 차원에서라도 예산 지원뿐만 아니라 폭발물 제거 부대라도 보내서 이들을 돕기 바란다. 씨는 뿌린 자가 거두어야 한다. 


2019. 4.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