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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해 유조선을 공격한 진범은 과연 누구일까?

林 山 2019. 6. 14. 16:18

6월 13일 오만 해역에서 노르웨이 선사 프론트라인 소유 프론트 알타이르 호와 일본 해운업체 고쿠카산업 소속 고쿠카 코레이져스 호 등 대형 유조선 두 척이 피격을 당했다. 피습 유조선들이 어뢰에 맞았다거나 포격을 당했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으나 구체적인 공격 무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유조선 두 척의 선원 44명은 무사히 구조돼 부상 1명 외에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공격을 받은 두 척 중 한 척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만5천톤의 메탄올을 적재한 채 싱가포르로 이동하던 중이었으며, 다른 한 척은 나프타 10만톤을 싣고 일본을 향하고 있었다. 유조선 피습 소식이 알려지자 유가가 즉각 4% 급등하는 등 원유 시장이 요동치는 모습을 보였다.


유조선 피격 직후 미국의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란에게 책임이 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유조선 공격 사건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한 것이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이란이 범인이라는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지는 못했다.


미국과 군사적으로 대치해온 이란은 최근 호르무즈 해협 폐쇄 가능성을 수차례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범인으로 지목된 이란은 즉각 이를 부인하고 미국이 대이란 파병을 위해 사건을 날조했다고 반박했다. 미국이 이번 오만해 유조선 피습 사건을 이란의 소행으로 몰아부치면서 공격의 빌미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란을 테러국가로 지목하여 공격의 정당성을 확보한 뒤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수순이라는 것이다.


이란은 핵 개발을 비롯해서 사사건건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란은 현재 중동에서 이라크 등 반미국가들이 거의 사라지거나 친미로 돌아선 상태에서 이슬람의 정통성을 간직한 아랍의 맹주로 자처하고 있다. 따라서 이란은 중동에서 미국의 유일한 눈엣가시다. 


미국은 과거 존슨 대통령 때 통킹만에서 구축함 USS 매독스호 피습 자작극을 만들어 의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일으켜 20여년 동안 베트남인들을 생지옥으로 몰아넣은 전례가 있다. 이란은 유조선 공격 사건을 중동판 통킹만 사건이라는 음모론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언 이란 의회 외교위원회 특별고문은 14일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의 정보기관(CIA)과 이스라엘 모사드가 페르시아만과 오만해를 통한 원유 수출을 불안하게 만드는 주요 용의자'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이란을 중재하려는 아베 일본 총리의 노력도 물거품이 되었다. 아베 총리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를 만나 ‘미국은 이란 정권을 교체하려 하지 않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메시지를 ‘대독’했다. 하지만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아베 총리가 또 '미국은 이란과 기꺼이 솔직하게 협상하겠다'라고 말하자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우리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며 '정직한 협상은 트럼프와 같은 이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정직한 미국 관리는 매우 보기 드물다'고 불신을 나타냈다. 마지막으로 아베 총리는 '미국과 대화하면 이란이 발전할 것'이라고 대화를 권유했으나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알라의 가호로 제재 속에서도 미국과 협상하지 않고도 우리는 번영할 수 있다'고 못을 박았다.


이란이 바보가 아닌 이상 유조선을 공격했을 가능성은 현저하게 낮아 보인다. 세계 최강국 미국이 호시탐탐 이란을 공격할 기회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판에 이란이 유조선 공격으로 미국에게 침략 전쟁의 명분을 주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번 공격이 지난해 예멘 인근 홍해에서 발생한 후티 반군(예멘 정부)의 사우디 유조선 공격과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후티 반군은 예멘의 이슬람 자이디야 시아파 무장 단체이다. 사우디아라비아군과 후티 반군 사이에는 여러 차례 군사적 충돌이 일어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오만해에 자주 출몰하는 소말리아 해적들의 소행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해적들의 목적은 돈이다. 유조선을 납치해서 몸값을 뜯어내지 않고 배 자체를 공격 목표로 삼는다는 것은 누가 봐도 비상식적이다.


유조선 공격 무기가 어뢰라면 잠수함, 함포라면 구축함을 운용할 수 있는 나라가 범인 후보다. 소말리아 해적이 잠수함이나 구축함을 운용하고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오만해 유조선을 공격한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 미국이 주장하는 대로 이란일까? 이란이 주장하는 대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작품일까? 아니면 제3의 국가일까? 네티즌 수사대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2019. 6.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