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인 인도법은 홍콩의 특별한 지위를 손상시킬 것인가?

홍콩의 범죄인 본국송환법에 대한 개정은 홍콩을 아시아의 주요 금융 중심지로 만든 자치권을 해칠 수도 있다. 범죄인 인도법은 홍콩에서 광범위한 항의를 불러 일으켰고 수십 년만에 최악의 폭력사태를 촉발시켰다. 많은 사람들은 범죄인 인도법이 통과되면 아시아에서 사업을 하는 다국적 기업 경영의 중심지이자 국제 금융 중심지로서의 홍콩의 위상이 위태로워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홍콩 정부의 의도대로 범죄인 인도법이 개정되면 중국 본토나 타이완, 마카오 당국으로부터 살인이나 강간 등 범죄 혐의로 기소된 용의자에 대한 본국 송환 요청이 가능해지게 된다. 홍콩 당국은 '홍콩 법원이 그러한 본국 송환 요청을 허용할지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갖게 될 것이며 정치적, 종교적 범죄로 기소된 용의자들은 송환되지 않을 것이다. 탈세와 같은 몇몇 상업적인 범죄들은 부당한 범죄들 목록에서 빠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화이트 칼라 범죄가 배제된다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사업가들이 위험이나 곤경에서 벗어났다는 뜻은 아니다. 왜냐하면 다른 방법을 써서 얼마든지 송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 기업들은 중국 본토에서의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로 범죄인 인도법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를 꺼리고 있다. 영국 상공회의소와 홍콩의 호주 상공회의소도 범죄인 인도법에 대해 논평하기를 거부했다.

홍콩의 외국계 기업들도 범죄인 인도법의 통과를 우려하고 있다. 홍콩은 아시아로 향하는 상품과 자본의 관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범죄인 인도법이 통과될 경우 이는 기업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업은 위험을 피하기 위해 홍콩에 더이상 투자를 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1984년 영국과 중국은 홍콩이 1997년 중국으로 돌아갈 때 하나의 국가, 두개의 체제라는 원칙 아래' 높은 수준의 자치권'을 누리는 협정을 체결했다. 그 결과 홍콩은 자체적인 법 체계와 국경을 가지고 있고, 집회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포함한 권리를 보호받고 있다. 홍콩 별도의 관습, 이민, 세금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젠 홍콩을 중국과 별개의 지역으로 인식하는 것이 위협받고 있다. 한 국가, 두 체제의 틀이 계속해서 무너짐에 따라 홍콩은 오랫동안 국제무대에서 누렸던 특별한 지위를 잃게 될 위험에 처하게 된 것이다.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도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 수정안에 대해 홍콩의 사업 환경을 해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여 왔다. 미국인들도 중국의 변덕스러운 사법제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홍콩이 별도의 지위를 잃게 되면 미국이 중국 수출에 적용하는 모든 의무가 홍콩 수출에 적용될 것이고, 중국으로의 첨단 기술 이전에 대한 금지 조치가 홍콩에도 적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홍콩의 특별한 지위는 미국의 홍콩정책법에 의해 인정되고 있다. 하지만, 미 의회는 1992년 홍콩정책법을 개정하기 위한 법안을 제출했다. 개정안은 미 국무장관에게 '미국의 특별 대우를 정당화하기 위해 홍콩이 매년 독립성 증명서를 발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가 홍콩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홍콩은 수십 년만에 다시 발생한 대규모 시위 사태로 일부 정부 기관과 은행이 문을 닫았다. 이 법안 상정이 시도되는 한 시위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스탠더드 차타드는 이번 주 초에 문을 닫았던 지점들이 금요일에 영업을 재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2014년 홍콩 점거 시위 당시에는 70일 이상 홍콩 섬의 많은 지역에 경제적 정체를 가져왔지만, 소매점 매출이나 관광 수입에는 큰 영향은 없었다. 이번 시위도 몇 주간 지속된다고 해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며, 올해 국내 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도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홍콩이 세계 금융 중심지로서의 위상이 흔들리면 싱가포르와 같은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이 반사적 이득을 볼 수도 있다. 싱가포르는 강력한 법적 틀을 가지고 있고, 중국과 범죄인 본국 송환 조약이 체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2019. 6.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