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타 마이아(Rita Maia), 바스코 비아나(Vasco Viana) 감독의 '리스본 비트(Lisbon Beat)'는 복잡한 정체성 혼란의 도시에서 자신들이 살아갈 터전을 확보하는 아프리카 출신 뮤지션들의 삶을 통해 리스본 교외 지역의 풍경을 들여다본다. 아프리카 앙골라에서 상투메 프린시페, 카보베르데, 기니비사우까지 다양한 배경과 세대의 만남을 여러 아티스트들과 젊은 프로듀서들을 통해 보여준다.
'리스본 비트'의 한 장면
니가 폭스(Nigga Fox, LX 몽키스, 으왐부 프린시페 디스코스 2013)는 DJ다. DJ 니가 폭스는 5월 18일 DJ 마르폭스(Marfox, DJS 두 게토, 프린시페), DJ 피르메자(Firmeza, 피케누스 DJS 두 게토, 프린시페)와 함께 런던 - 캠던 어셈블리에서 프린시페 쇼케이스를 가졌다. 런던 해크니의 월드와이드 FM 방송국 스튜디오에 프린시페 레이블이 나와 있다. 이 방송국의 마이그란트 사운즈 쇼 진행자는 바로 '리스본 비트'의 감독 리타 마이아다. 세 DJ는 영국에 리스본에서 탄생한 비트 음악을 들려준다. 니가 폭스, 마르폭스, 피르메자는 유명 DJ로 유럽과 미국 등지로 공연을 다닌다. 이들은 아프리카에서 포르투갈로 이주한 사람들이다.
20세기 들어서 리스본은 인구 수십만 명에서 3백만 명의 도시로 급격하게 팽창했다. 1974년 4월 25일 포르투갈은 젊은 장교들이 중심이 된 카네이션 혁명으로 살라자르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민주화가 실현되었다. 살라자르 독재정권이 무너지면서 앙골라, 모잠비크, 기니비사우, 카보베르데, 모잠비크, 상투메 프린시페 등 포르투갈 식민지들도 독립했다. 하지만 이들 나라의 독립 과정에서 발생한 내전으로 정치경제적 불안정이 지속되자 수십만 명의 아프리카인과 포르투갈인이 리스본으로 이주했다.
살 곳이 없는 이주민들은 리스본 변두리에 자리를 잡았고, 그 지역은 '바이후스 드 라타' 또는 '판자촌'이라 불렸다. 1993년 포르투갈 정부는 판자촌을 철거하고 이주민을 위한 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새 거주지가 세워진 리스본 변두리는 교통 시설, 오락 시설, 학교, 일자리가 부족했다.
'리스본 비트'의 한 장면
DJ 니가 폭스, 마르폭스, 피르메자와 마찬가지로 DJ 네르보주(Nervoso, DJS 두 게토, 프린시페), DJ 파미폭스(Famifox, 스터드 디 브로스), DJ 리오콕스(Riocox, DJS 두 게토)도 아프리카 이주민이다. 이들도 비트 음악을 동네 파티에서 시작했다. 동네 파티에서 이들은 힙합, 펑크, 셈바, 타하슈 등 아프리카 클럽 음악을 연주했다. 바투카다를 연주하는 DJ도 있었다. 바투카다는 일명 미친 비트다.
포르투갈의 조제 소크라트스 전 총리가 잘한 유일한 한 가지는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준 것이다. 이들은 컴퓨터를 가지고 멋진 음악을 만들어냈다. DJS 두 게토는 그렇게 시작됐다. 6명이 동네마다 비트 음악을 전파했다. 이들이 프로듀싱을 시작할 때는 쿠두루(Kuduro)가 인기였다. 쿠두루는 1980년대 앙골라에서 포르투갈어 가사로 만들어진 음악이었다. 쿠두루는 보컬이 있지만 바티다는 보컬이 없다. 바티다는 게토에서 나온 음악이다. 쿠두루만의 춤이 있는데 아무나 출 수 없다. 이 쿠두루에 도전장을 낸 음악이 1990년대 남아프리카에서 발생한 댄스 음악 아프로 하우스(afro house)다.
이들은 런던, 파리, 마르세유, 니스, 스위스, 룩셈부르크 등지를 다니며 아프리카 공동체를 위해 음악 활동을 했다. 이들의 음악은 점점 인기를 얻었으며, 사람들은 이들의 음악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부터 이들은 외국 공연에서 1회 공연에 500유로(67만원)를 받기 시작했다. 이들은 신이 났다. 이들이 스타가 되자 DJ 지망생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피케누스 DJS 두 게토(작은 게토 DJS)도 그중 하나다.
리스본의 게토(ghetto) 사운드는 곧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음악으로 자리잡았다. 아프리카 이주민들은 음악을 통해서 그렇게 유럽의 일원이 되었다. 리타 마이아 감독은 리스본에서 탄생한 아프리카 이주민들의 본능에 충실한 음악에 '리스본 비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리스본 비트'의 한 장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여행할 때 아프리카인들이 얼마나 흥이 많은 사람들인지 알게 되었다. 그들은 어디서든 음악만 나오면 몸을 흔들어 댔다. 아프리카인들의 피에는 음악이 흐르는 듯했다. 이들의 심장은 비트로 요동치는 듯했다.
다큐 영화 '리스본 비트'는 무슨 주제를 내세우거나 하지는 않는다. 다만 포르투갈 식민지에서 건너온 아프리카인들이 음악을 통해서 유럽인의 일원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다.
2019.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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