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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9] 비욘드 더 웨이브(Beyond the Waves)

林 山 2019. 8. 25. 02:32

벨기에 알랭 드 알뢰(Alain de Halleux) 감독의 ‘다큐 영화 '비욘드 더 웨이브(Beyond the Waves)'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로 대표되는 극우파들이 국수주의, 외국인 혐오, 재무장 등 일본 사회를 극단적 방향으로 움직여가는 실상을 보여준다. 알랭 드 알뢰 감독은 체르노빌 관련 다큐를 만드는 등 원전의 위험성을 꾸준히 제기해온 감독이다.


배우에서 국회의원으로 변신한 야마모토 다로(山本太郎, 생활당 대표) 참의원 초선의원은 3·11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 ‘더 이상 현실에 눈감을 수 없다’며 정치에 뛰어들었다. 야마모토 의원은 일본 극우파들의 우경화 흐름에 반대하면서 탈원전(脫原電)과 아베 퇴진을 주장해왔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현장을 돌아보는 야마모토 다로 의원


1923년 시즈오카(靜罔), 야마나시(山梨)에서 발생한 간토대지진(關東大地震)은 일본을 큰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간토대지진으로 12만 채의 집이 무너지고, 45만 채가 불탔으며, 사망자와 행방불명자가 총 40만 명에 달하는 큰 피해를 입었다. 간토대지진으로 흉흉한 민심을 돌리기 위해 일본 지배층과 우익은 비열하게도 '조선인들이 폭동을 조장한다'는 유언비어를 퍼트렸다. 비밀리에 선포된계엄령 하에서 일본군과 경찰, 자경단은 사회주의자와 조선인 약 6,000여 명을 학살하는 만행(關東大虐殺)을 저질렀다.


간토대지진으로 일본 사회는 큰 전환기를 맞이했다. 일본은 국수주의와 군국주의로 달려갔고, 마침내 1941년 태평양전쟁(太平洋戰爭)을 일으켰다. 2011년에 발생한 대지진은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로 이어졌다. 그 충격은 일본의 양심과 과거의 망령도 함께 일깨웠다.


모든 생명은 바다에서 시작됐다..... 야마모토는 16살 때부터 해왔던 배우보다 파도타기에 정신을 빼앗겨 마음 내키는 대로 살아놨다. 하지만 어느 날 쓰나미로 인한 밀어닥친 큰 파도는 야마모토에게 새로운 역할을 제시해 주었다. 그의 인생은 원전 사고로 인해 완전히 달라졌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일본의 민낯, 진짜 모습을 알게 된 것이다.


야마모토는 20년 간 몸 담았던 TV와 연예계를 떠나 정계에 입문한다. 그는 오랜 연예계 생활로 매스컴과 영화의 세계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매스컴은 기업에 해가 되는 방송은 절대 내보내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마찬가지였다. 정치권은 묻으려 하고 매스컴은 입을 다물고 있기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아무도 모르고 있다. 그 누구도 수습할 방법을 모른다. 현재 어떤 상황인지도 모른다. 일본인의 안전은 더 이상 보장받지 못한다. 그는 정권을 바꾸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일본인과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아베 정권을 끌어내려야 한다. 이게 야마모토가 국회의원이 되려는 이유다.


일본은 오랜 역사 속에서 태풍, 화산, 지진, 쓰나미, 전쟁, 나가사키(長崎)와 히로시마(廣島)의 원자폭탄 투하 등 수많은 문제에 직면했고 극복했다. 이번에는 후쿠시마 원전 폭발이라는 초유의 사고가 터졌다. 원전 폭발 사고는 일본에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지역에는 인간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후쿠시마에서 5km 떨어진 곳은 유령도시가 되었다. 강에는 해마다 돌아오던 연어가 보이지 않는다. 강박닥이 얼마나 오염됐는지 알 수 없다.


도쿄 국회의사당. 야마모토는 참의원에서 정부에 할 질의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문제는? 방사능 공간선량만 보는 곳은 전세계에서 일본밖에 없다. 방사선 관리구역의 공간선량만 보고 괜찮다고 말한다. 토지 오염은 거의 따지지도 않는다. 실제 토양오염도는 후쿠시마 원전 수준인데 주민들에게 다시 돌아가서 살라고 돌려보내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를 정부에 따질 생각이다.


후쿠시마 현(福島県) 나미에 정(浪江町). 하마도리(浜通り)의 후타바 군(双葉郡) 나미에 정은 2011년 3월 폭발 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곳이다. 현재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2017년 3월 31일 전역 대피령이 해제되었지만 인구는 크게 줄었다.


나미에 주민 증언. 원전 폭발 당시 바람이 바다에서 내륙 쪽으로 불었는데, 사람들은 방사선 수치가 높은 곳으로 도망쳤다. 주민의 아들도 피폭되었다. 아들은 건강이 나빠졌고, 한 달에 두 번은 감기에 걸렸다. 면역력도 떨어졌다. 2년 내내 아팠다. 그는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후쿠시마를 욕되게 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참의원 인터넷 심의 중계. 야마모토 의원은 아베 총리에게 질의한다


야마모토 의원 - 총리, 원전에 대형 사고가 발생해서 뭔가 문제가 발생하면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확실합니까? 

아베 총리 - 지금 말씀하신 게 보상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보상에 대해 말하자면 그 문제는 물론 전력회사가 책임질 문제로 정부에 책임이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러니 전력회사가 책임지고 대응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야마모토 의원 - 확실한 답변을 듣고 싶습니다. 건강에 이상이 생긴 사람들에 대해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하는 겁니까? 물론 금전적인 면은 전력회사가 해결해야겠지만요. 이 부분을 명확하게 답변해 주십시요.


야마모토는 배우로 생활할 때는 자유로웠다. 광고 하나만 찍어도 수입이 굉장히 높았다. 1년 계약에 2천만 엔(약 2억2천7백만 원) 정도였다. 광고 몇 편 찍으면 여유롭게 생활할 수 있으니 바다에 나가 서핑을 하며 하루를 보내곤 했다. 어느 날 집에서 쓰나미 영상을 봤다. 충격이 컸다. 그러다 일본에는 해안선을 따라 50기 정도의 원자력발전소가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모든 전원 상실'이라는 자막을 본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 일본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얼마 후 정부에서 '당장 건강에는 영향이 없다'는 발표를 들었을 때 야마모토는 정말 쓰러지는 줄 알았다. 방사능 오염으로부터 제대로 지켜달라고 발언하고 싶었지만 일이 끊길까봐 두려웠다. 가만히 있자니 그 안의 양심이 분노했다. 마음 한쪽에선 '쓸데없는 짓 하지마. 네 일은 스폰서가 있어야 해. 괜한 소리 했다가 일 끊기면 뭘 하며 먹고 살 거야?'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선 '지금 눈앞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 잠자코 있을 거야? 넌 네 생활과 직업을 핑계 삼아 이 상황에서 정말 해야 할 말은 안하고 도망칠 셈이야?'라고 말했다. 야마모토는 괴로운 내면의 갈등을 겪어야만 했다. 악몽을 꾸고 불면의 밤을 보내기도 했다.


10일 동안 고민 끝에 야마모토는 인터넷에 그의 의견을 표명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그는 원전 문제 말고도 일본에는 빈곤, 노동 문제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다 선거에 입후보까지 하게 된 것이다. 그는 주민들의 열렬한 지지로 666,000표를 얻어 마침내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2013년 야마모토 다로 의원의 국회 첫 등원. 다로 의원은 취재진의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등원했다.


야마모토 의원 - 2011년 3월 도쿄 전력이 원전 사고를 일으켰습니다. 6월 후쿠시마 주민의 불안을 없애기 위해 건강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올해로 건강조사를 시작한 지 5년 반이 됩니다. 총리께 묻습니다. 본 검사에서 현재 갑상선암에 걸렸거나 갑상선암이 의심되는 어린이 수가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답변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베 총리 - 기본적으로 소위 수치에 대한 질문을 할 경우 사전 통보가 원칙입니다. 사전 통보하지 않은 질문이므로 대답할 수 없습니다.

야마모토 의원 - 원전 사고 발생 시의 책임에 관해 어느 범위까지를 책임으로간주하고 있으며 문제의식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묻기 위해 통보하지 않았습니다. 총리께서 인식하고 계신지 묻고 싶었습니다. 분명 주가나 환율 수치는 잘 알고 계시곘죠.


아마 10월인가 11월, 의원이 된 지 두 달 야마모토 의원은 국회에선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국회라는 곳이 돈이 되는 일에만 신경을 쓰는 곳이란 사실도 알게 된다.


야마모토 의원은 한 신문사 기자의 전화를 받았다. 야마모토 의원이 천황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이 무엇이냐고 묻는 전화였다. 기자도 깜짝 놀랐다. 큰일이 일어나겠다 싶었다. 야마모토 의원이 아카사카교엔에서 열린 가든 파티에서 흰 종이를 접은 편지를 천황에게 전달했다는 사실이 공개되었다. 궁내청 관계자는 천황에게 편지를 직접 건네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일본인들은 국회의원이 천황에게 편지를 건네는 일은 안 될 일이라고 비난했다. 정치에 이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야마모토 의원의 편지는 그가 전국을 돌면서 많은 일본인들로부터 들은 이야기였다. 예를 들어 자녀의 피폭을 막기 위해 필사적인 엄마와 고향을 버리고 떠난 이후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현장을 수습하는 노동자들이 아주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월급도 받지 못한 채 목숨을 걸고 일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편지가 공개되자 야마모토 의원에게 총이나 칼이 배달되기도 하는 등 많은 일이 벌어졌다.


참의원 본회의에서 아베 총리에게 질의하는 야마모토 다로 의원


야마모토는 의원이 된 이후 사는 게 완전히 달라졌다. 지금은 스님처럼 살고 있다. 사고 방식과 삶 자체가 변했다. 뭔가를 바꾸겠다는 마음이 강해졌다. 원전 사고는 그를 이렇게 바꿔 놓았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반대 여론이 높았지만 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 등 다른 문제들과 뒤섞이면서 점차 희석됐다. TPP는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등 태평양 연안의 12개국이 참여하는 광역 자유무역협정(FTA)으로 2015년 10월 6일 타결됐다. 하지만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탈퇴 선언으로 TPP는 좌초 위기를 맞았다. 이에 일본인들은 '미국은 믿을 수 없다. 국회의원들은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것인가?, 여당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인가? 시민운동은 안중에도 없나?'라고 하면서 거리로 쏟아져 나와 TPP 반대운동을 벌였다.


야마모토 의원은 'TPP는 지금까지의 무역협정과는 달라요. WTO와 연계되어 있는 문제들을 앞으로는 각 국가별로 논의하는 거예요. 제9조 16항을 보면 투자 관련 장을 위반한 게 아니라면 투자 규칙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고 돼 있어요. 완전히 의미없는 얘기를 하고 있죠. 이걸 이해할 수 있을까요? 도저히 모르겠네요. 어려워요. 게다가 길기까지 해요'라고 토로한다. TPP 문서는 8,300 페이지로 되어 있다. 이걸 끝까지 다 읽은 정치인이 있을까? 정치의 어려움을 토로한 것이다.


야마모토 의원도 TPP를 반대하는 시민들의 편에 서 있다. 그도 거리에서 'TPP 절대 반대! 힘내라 오가와!, 힘내라 오노!'를 외친다. 그는 시민들과 자주 소통한다. 유권자들은 공부하고 소통하는 그를 신뢰한다. 보좌관은 야마모토 의원이 사명감을 갖고 민주주의와 대치되는 사안에 맞서 싸우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고 인정한다.


국제정보국장을 지낸 한 일본인은 '일본은 어떤 의미로는 이상적인 나라였다. 평화와 번영이 있었다. 그런데 정책이 바뀌면서 매우 위험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벼랑 끝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든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아베 총리가 전면에 나오기는 했지만 그만 이런 태도를 취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은 점점 우경화되어 전쟁 이전의 일본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전 국제정보국장은 또 '일본의 우익 집단은 국수주의자들이다. 국수주의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2차 대전 때 일본이 했던 행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일본이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2차 대전으로 인해 310만 명의 일본인이 목숨을 잃었다. 그들은 310만 명을 죽게 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조차 꺼진다. 단 하루만에 전쟁국가에서 평화국가가 되었기 때문에 단 하루만에 평화국가에서 전쟁국가가 될 수 있다고 믿으면서 지금 그런 일을 벌이고 있는 거다.


야마모토 의원은 말한다. 아베 정부는 '애국자'라는 말을 자주 쓴다. '나라를 사랑하라, 일본이 최고다.' 그런 말을 한다. 그렇다면 이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고통을 없앨 방안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


불안에 빠진 사람들은 강한 지도자를 원한다. 그들은 사회에서 별로 필요로 하지 않는 이들이다. 어느 직장을 가도 그 대신 일할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게다가 임금은 그리 높지 않다. 그들은 의지할 데도 없고 내세울 것도 딱히 없다. 자신감도 잃었다. 그들이 자신의 미래에 희망을 걸 수 있을까? 없다. 그럼 지금까지 살아온 이력 중에 내세울 것이 있을까? 그것도 답하기 어렵다. 자신이 보기에도 비참한 상황이다. 그런 그들에게 남아 있는 거라곤 일본인이라는 정체성뿐이다.


일본 우익 집단은 '전쟁법안이라는 게 안보법안이다. 일본을 둘러싼 안보 환경이 눈에 띄게 변하고 있다. 중국과 한국을 봐라. 일본을 지키기 위해 군비를 강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야마모토 의원은 '종전 후 70년 동안 지켜온 것을 근본적으로 뒤집으려고 하는 거다. 긴장이 고조되면 방어 장비와 무기를 파는 기업은 돈을 벌 수 있다. 만약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이들만큼은 돈을 계속 벌 수 있다.'고 말한다.


야마모토 의원은 아베 정권을 실각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한다. 아베 총리는 70년 역사를 뒤엎을 일을 하나씩 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전쟁법안에 대해 '일본을 둘러싼 안보 환경은 매우 엄중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전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안이다.'라고 강조한다. 이에 대해 전 국제정보국장은 '아베 총리가 가장 바라는 것은 일본의 일인자인 총리 자리에 오랫동안 앉아있는 것이다. 그러려면 정책을 세워야 하는데 그의 생각으로는 가장 중요한 게 미국의 지지를 얻는 것이다. 미국을 따르지 않는 총리는 반드시 내쳐진다.'고 말한다.


일본의 우경화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전쟁에 대항하기 위한 전쟁! 도쿄는 파시즘에 반대한다! 헌법을 지켜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거리로 나섰다. 시위 참가자는 '그들은 우리를 점점 전쟁 쪽으로 몰아가고 있다. 우리의 헌법은 비참한 전쟁의 재발을 막고자 하는 사람들이 만든 것이다. 이는 70년이 지나도 전혀 바뀌지 않는다. 우리는 평화와 민주주의를 계속 지키고 싶다.'고 말한다. 또 다른 참가자는 '다시는 전쟁을 하지 않기로 헌법으로써 약속했는데 아베 정권은 전쟁 지역에 자위대를 파견하려고 한다. 선거로 뽑힌 국회의원은 시민의 목소리를 들을 의무가 있다. 전쟁법안 절대 반대!'라고 외친다. 야마모토 의원도 전쟁법안에 반대한다.


선거 때만 되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양이다. 또 중국 어선 문제도 발생하는 모양이다. 전쟁법안에 대해 반대하는 시민들에게 '북한이 미사일 공격을 하고, 중국이 침략하면 어떻게 할 거냐?'면서 노골적으로 '원주민', '지나인'이라고 공격한다고 한다, '원주민', '지나인'은 우익 집단이 인터넷에서 쓰는 말인데 일반인들에게 퍼져나간 것이다.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 태도나 역사수정주의, 배타주의는 모두 전쟁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여기에 하나가 더 필요하다. 바로 비밀주의다. 1923년 간토대지진이 일어났다. 대지진 후 일본 정부는 사람들을 통제하기 쉽게 법을 바꾼다. 바로 치안유지법이다. 그 후로 언제부터인가 정부에 대한 불만이나 정부와 반대되는 의견을 내는 사람들이 검거되기 시작했다.


2011년 도호쿠 대지진과 원전 사고가 발생해서 일본이 큰 혼란에 빠졌다. 그러다 2013년 특정비밀보호법이 통과됐다. 현대식 치안유지법이다. 여의치 않은 건 전부 숨길 수 있게 해주는 법이다. 긴급사태시에는 인권도 제한할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게 만든 법이 특정비밀보호법이다. 결국 전체주의로 가려는 것이다. 나라를 지키려면 비밀이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진실을 숨기는 행위를 공공연하게 허락한 것이다. 정권에 불리한 모든 일을 이 법으로 덮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후쿠시마 곳곳에는 폐기물들이 쌓여 있다. 이미지를 좋게 하려고 녹색 시트로 덮었다. 녹색으로 덮으면 주변과 비슷해서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검은색으로 덮었다면 폐기물이 얼마나 많은지 한눈에 드러날 것이다. 녹색 시트는 기발한 아이디어다.


2000년쯤부터 관료뿐만 아니라 회사까지 일본 사회 전체가 옳은 이야기를 안 하기 시작했다. 옳은 말을 하면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조지 오웰이 말한 빅 브라더 같은 것이다. 아베가 '2+2=3이다'라고 말하면 3이 맞고, 5라고 말하면 5가 맞다고 해야 한다.


권력을 쥔 사람에게 중요한 건 결국 미국과의 관계다. 그걸 위해서라면 논리 따위는 버린다. 야마모토 의원이 이상한 점을 아무리 추궁하고 뭐가 옳은지 알아내도 그 정도로는 해결이 안 된다. 미일관계가 우선이니까. 일본 국민들이 '미국을 무조건 추종하는 일본의 행동은 이상하지 않은가?'라는 의문을 품지 않는 이상 근본적으로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미국을 추종하다 보면 일본에 옳은 것은 외면하게 된다. 논리가 옳은지 아닌지는 이제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야마모토 의원 같은 사람들이 고생하는 거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키나와는 일본의 모든 부조리가 존재하는 곳이다.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는데 대부분 미군기지에 관련된 문제다. 오키나와는 일본 국토의 0.6%밖에 안 되는데 미군 전용 시설의 74%가 이곳에 집중돼 있다. 흔히 오키나와를 '민주주의의 카나리아'라고 부른다. 옛날에는 탄광에 카나리아를 키웠다.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카나리아는 노래를 멈추거나 죽는다. 카나리아를 통해서 위험을 감지하는 것이다. 오키나와 문제에 대해서 오키나와 외부의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오키나와 사람들의 고통을 언젠가는 일본 본토인들도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것이다.


오키나와 사람들이 투표로 헤노코 신기지 건설에 대해 반대했음에도 완전히 묵살당하고 있다. 일본은 경찰을 동원해서 오키나와인들의 항의 시위를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무자비한 시위 진압을 허용하는 법안이 자꾸 통과되고 있다. 야마모토 의원 혼자 반대한 법안도 통과됐다. 일본이 전체주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일본의 전체주의와 맞서 싸우는 최전선에 바로 오키나와가 버티고 있는 것이다.


오키나와에 헤코노 기지가 건설되면 전투기가 날아다니고 군함이 정박할 것이다. 전쟁 억지력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것 때문에 오히려 전쟁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전쟁을 경험한 세대는 잘 알 것이다. 주일미군 주둔비 중 75%를 일본이 부담한다. 이러다 나머지 25%도 일본이 부담하라는 말이 나올 수 있다.


일본 국회의사당 앞 전쟁법안 반대 시위 현장. 야마모토 의원도 참가했다. 이들은 주장한다. 전쟁법안은 일본 헌법에 위배된다. 전쟁법안이 통과되면 미국이 일으킨 전쟁에 자위대를 보낼 수 있게 된다. 전 세계로 자위대를 파견하면 결국 이들이 죽거나 누군가를 죽이게 된다. 일본은 70년 동안 평화헌법을 수호해왔다. 두 번 다시 우리 아이들을 전쟁터에 보내지 말자. 전쟁 반대! 독재 반대! 아베는 물러나라!


일본 국회 회의장. 야마모토 의원은 '여러분도 들으셨죠? 저 밖의 함성 말입니다. 여긴 웬만해선 트럭 소리도 안 들리는 곳입니다. 그런데, 그 많은 사람들이 국회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어요. 왜 그랬을까요? 한가해서요? 아닙니다. 지금 이 법안이 통과되면 희망도 없을 뿐더러 한 줄기 빛도 없어질 것을 예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군을 기쁘게 하려고 이 나라의 법을 바꾸다니요.'라고 말하는 순간 다른 의원이 '이 법이 통과된다고 우리가 전쟁에 나갑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에 야마모토 의원은 '말씀 잘 하셨습니다. 그럼 본인이 가시죠. 국회의원들이 가면 되잖습니까. 그렇게 결정한 총리부터 가면 되겠네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쟁법안 반대 시위를 틈타 도쿄 전력이 슬그머니 일을 벌이고 있다. 3호기에서 35톤짜리 연료교환기를 '사용 후 핵연료 저장조'에서 끌어올리려고 한다. 충분히 주목을 받을 만한 사안인데 세상이 시끄러워서 묻히고 있다. 고르바초프는 페레스트로이카 때문이 아니라 체르노빌 사고 때문에 소련이 붕괴했다고 말했다. 원전 사고는 소련처럼 거대한 나라도 붕괴시킬 수 있는 것이다.


야마모토 의원은 자문한다. 나는 무엇과 싸우고 있는가? 아베 총리인가? 미국인가? 대기업인가? 언론인가? 애초에 싸울 필요가 있는 것일까?


참의원 심의 인터넷 중계. 참의원 본회의. 아베 총리도 참석해 있다. 야마모토 의원은 출석 체크 하러 단상에 올라갔다가 참의원들을 향해 외친다.


미국과 경제단체연합회에 좌지우지되는 정치는 집어치워요. 정말 재선되고 싶습니까? 자리를 보전하고 싶습니까? 당신들은 누구를 위해 정치를 합니까? 바깥의 소리가 안 들립니까? 그 소리가 안 들린다면 정치를 때려치워요. 당신들은 지금 헌법에 위배되는 일을 하고 있어요. 다함께 이 나라를 바꿉시다. 언제까지 식민지처럼 행동할 겁니까? 제대로 해봅시다. 아베 총리 미국에 좋은 선물을 가져가시는군요.'라고 말하는 순간 참의원 의장이 '야마모토 의원 투표하세요'라는 말로 제지한다. 투표는 종료되고 개표 순서다. 투표수 238표, 찬성 148표, 반대 90표로 법안은 가결되었다.


일본은 지금 빈곤이 어린이에까지 번지고 있다. 노동자들은 부품처럼 쓰이고 버려진다. 원전 사고는 수습되지 않고 있고, 오염수는 멈추지 않고 있다. 야마모토 의원은 자문한다. 폐기물, 인권? 일본에 인권 같은 게 있었던가? 정치인들은 무엇을 하고 있나? 어째서 그들은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가? '해결하지 않는 게 최선의 해결책' 그 방법을 택한 것인가? 그렇다면 이 고통과 괴로움을 누구에게 쏟아야 한다는 말인가? 누가 그 책임을 질 것인가? 야마모토 의원은 자답한다. 나 자신이다.


야마모토 다로 의원을 응원한다. 야마모토 의원이 일본 총리가 되기를 기원한다. 오키나와의 독립을 지지한다. 대한민국에도 야마모토 다로 의원 같은 국회의원이 많았으면 좋겠다.


2019. 8.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