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엠 페이의 건축 세계(I.M. PEI: Building China Modern)'는 미국의 앤 메이크피스(Anne Makepeace) 감독이 2010년에 만든 다큐 영화다. 성 'Makepeace'는 '화해', '평화'라는 뜻이다. 메이크피스는 올해 72세의 할머니다. 70세 때에는 'Tribal Justice'를 찍는 노익장을 과시하기도 했다. 메이크피스의 작품에는 'We Still Live Here(2011)', 'Rain in a Dry Land(2006)' 등이 있다.
젊은 시절의 앤 메이크피스 감독
루브르 박물관의 피라미드 입구를 디자인 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았던 건축가 중 한 사람인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 이오 밍 페이(Ieoh Ming Pei, 貝聿銘, 베이위밍)가 2019년 5월 15일 10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모더니즘 건축의 마지막 건축가로 알려진 페이는 아이엠 페이(I. M. Pei)로 잘 알려져 있다.
페이는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1961), 타이완(臺灣) 퉁하이따쉬에(東海大學) 루스 예배당(1963), 미국 내셔널 갤러리 동관(1974), 인디애나 미술관(1978), 홍콩(香港) 중국은행 타워(1989), 미국 로큰롤 명예의 전당(1999) 등을 설계하고 시공했다. 그는 중국 건축을 현대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 그가 세운 존 F 케네디 도서관은 미국 건축계에 파란을 일으키며 현재까지 미국 건축사상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아이엠 페이
'최후의 모더니즘 건축가' 페이는 그의 작품 세계를 인정받아 1963년 국립문예예술연구소에서 수여하는 아르놀드 브러너상을 받았으며, 1979년에는 미국문예예술아카데미 건축부문 금메달을 수상했다. 1983년에는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했으며, 1989년에는 첫 프리미엄 임페리얼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2010년에는 영국왕립건축가협회가 수여하는 로열 금메달을 수상했다. 또 50명 정원으로 한정되어 있는 미국건축가협회(AIA)의 종신회원으로 활동해왔다.
페이는 1917년 4월 26일 중국 광저우(广州)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페이의 아버지는 중국은행 은행장과 중국중앙은행 총재를 역임했다. 그의 가족은 이후 상하이(上海) 인근 일명 '정원의 도시' 쑤저우(苏州,)로 이주했다.
페이는 홍콩의 세인트 폴스 칼리지(St. Paul's College)와 상하이의 세인트 존스 대학에 진학했다. 18세에 미국으로 이주한 페이는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건축학을 공부하고, 1940년 매사추세츠 공과 대학교에서 건축학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하버드 대학교 디자인 대학원에 들어가 잠시 공부한 뒤 프리스턴에 있는 국방연구위원회에 들어갔다. 1944년 페이는 하버드로 돌아와 발터 그로피우스의 지도를 받고 1946년 건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하버드 대학교의 조교수를 역임하였고, 1954년에는 미국 국적을 취득하였다.
쑤저우 박물관
필자가 이 다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미푸(米芾)라는 중국 베이숭(北宋) 시대의 서예가 때문이다. 그는 차이샹(蔡襄), 쑤둥포(蘇東坡), 황팅지엔(黃庭堅)과 함께 숭(宋)4대가로 불린다. 붓을 쓰지않고, 연뿌리나 사탕수수를 짜고 난 찌꺼기 등을 이용한 그의 조방(粗放)한 화풍은 후세에 '미자산(米家山)'이라 불리는 형식화된 점태법(點苔法)으로 변화되어 남종(南宗) 문인화(文人畵)에 많이 이용되었다.
남종화의 시조 탕(唐)대 왕웨이(王維)를 계승한 미푸의 청담한 화풍은 위안(元)대의 니잔(倪瓚)과 황궁왕(黃公望), 밍(明)대의 둥치창(董其昌)으로 이어지고, 조선의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에게 전해졌다. 추사의 화풍은 그의 제자 소치(小痴) 허련(許鍊)에게도 이어졌다.
영화는 페이가 그의 고향인 중국 쑤저우로 돌아가는 여정을 따라간다. 그는 2,500년 된 도시의 가장 오래된 지역에 새로운 박물관을 디자인한다. 이 박물관에는 미푸의 작품도 전시될 예정이다.
페이가 중국 본토에 남긴 작품으로는 향산 호텔(香山饭店)과 쑤저우 박물관이 대표적이다. 그의 중국 내 첫 작품인 향산 호텔은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외국 국적 건축가의 첫 작품이었기에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향산 호텔은 당시 중국 건축계에 중국 전통 건축과 모더니즘에 대한 격렬한 토론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쑤저우 박물관은 미푸의 서화 작품을 비롯해서 15,000점의 귀중한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그밖에도 희귀 도서, 상아, 회화, 도자기 예술품 등 각종 유물이 전시돼 있다. 특히 옥과 상아 조각 작품은 그 예술성이 매우 뛰어나다. 쑤저우 박물관의 출구는 타이핑티엔궈(太平天国)의 쭝왕푸(忠王府)로 이어진다. 쭝왕푸는 이전에 쑤저우 박물관으로 사용된 곳이기도 하다.
쑤저우 박물관은 특이하게도 건물 자체도 매우 주목을 받고 있다. 박물관 바로 옆에는 쑤저우의 류위안(留园), 베이징(北京)의 이허위안(颐和园), 허베이 성(河北省)의 청더리궁(承德离宫)과 함께 중국 4대 정원의 하나인 쭤정위안(拙政園)이 있다. 쭤정위안이 고전적 원림이라면, 쑤저우 박물관은 21세기 현대적 원림이라고 할 수 있다.
쑤저우 박물관
페이는 어린 시절을 쭤정위안, 류위안, 창랑팅(沧浪亭)과 함께 쑤저우 4대 원림으로 꼽히는 시즈린(狮子林)에서 보내곤 했다. 시즈린은 페이의 삼촌 소유였기 때뮨이다. 시즈린에서 숨바꼭질을 하면서 놀던 특별했던 유년의 추억은 이후 그의 건축 작품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어린 시절의 추억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뜰에 설치된 유리 피라미드, 홍콩의 대나무를 형상화한 72층의 중국은행 건물, 미국의 인디애나폴리스 미술관에 반영되었다. 이들 작품은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독창적으로 융화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페이의 동양적 원림관은 쑤저우 박물관에서 활짝 꽃을 피웠다. 생애 마지막 작품이라는 것을 예감이라도 한 듯 페이는 자신의 모든 정열과 혼을 이 박물관 건축에 쏟아부었다. 5년의 공사 끝에 2006년에 완공된 쑤저우 박물관은 간결한 선을 이용한 동양적인 아름다움과 사오각형 패널의 건축 소재를 통한 현대적 미가 이상적으로 조화된 건축물로 탄생했다. 지붕은 통유리창을 활용해서 내부 채광이 뛰어나고, 연못과 바위가 조화된 정원은 건물과 잘 어울린다.
인간은 죽음에 임박하면 걸작을 남기기 힘들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아이엠 페이의 쑤저우 박물관도 그렇고, 추사가 죽기 3일 전에 쓴 봉은사(奉恩寺) '板殿(판전)' 편액도 그렇다.
2019.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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