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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9] 생의 마지막 한 걸음(A Step Forward)

林 山 2019. 8. 28. 21:16

일본의 카세자와 아츠시(Atsushi Kasezawa) 감독이 찍은 다큐 '생의 마지막 한 걸음(A Step Forward)'은 제목만 봐도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생의 마지막 한 걸음'이란 무엇이겠는가? 바로 죽음으로 가는 마지막 한 걸음인 것이다. 즉 자살(自殺, suicide)이다.


카세자와 아츠시 감독


일본 혼슈(本州) 서부 와카야마 켄(和歌山県) 시라하마 초(白浜町)에 있는 산단베키(三段壁)는 인기 있는 관광지이다. 산단베키는 높이 50m, 길이 약 2km에 달하는 단애절벽이다. 1950년 젊은 남녀가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며 산단베키에서 뛰어 내려 동반자살을 했다. 그 이후 매년 10여 명이 자살을 할 정도로 산단베키는 자살의 명소로 알려졌다.


와카야마 켄(和歌山県) 시라하마 초(白浜町)에 있는 산단베키(三段壁)


후지야부 요이치(藤藪庸一) 침례교회 목사는 1999년부터 산단베키 자살 시도자들의 지킴이를 맡아왔다. 그는 자살할 목적으로 이 곳을 방문했던 사람들의 사연을 들어주고, 거처를 마련해주며, 그들이 삶을 재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다큐는 자살의 위기를 극복하고 여기서 함께 살아가면서 삶의 희망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생명의 전화 안내판


산단베키 절벽 위에는 '중대한 결단을 내리기 전 한번만 전화해 주세요'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생명의 전화는 후지야부 목사의 휴대전화로 곧바로 연결된다.


후지야부 요이치(藤藪庸一) 침례교회 목사


한밤중 생명의 전화가 울린다. 젊은 여자의 목소리다. 후지야부 목사는 부리나케 차를 몰고 산단베키로 달려간다. 산단베키 절벽 위에는 자살을 하기 위해서 찾아온 사람이 어둠 속에서 망부석처럼 서 있다. 후지야부 목사는 몇 시간이나 설득한 끝에 자살 시도자를 교회로 데려온다. 또 한 사람의 목숨을 구한 것이다. 하지만 여성 자살 시도자는 며칠 후 교회를 나가 버스를 타고 떠난다. 그 후의 일은 알 수 없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자활식당


돌아갈 곳 없는 자살 시도자들은 자립을 목표로 교회에서 함께 생활한다. 후지야부 목사는 자살 시도자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교회 근처에서 도시락 배달이 가능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자살 위기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대부분 식당 일에 잘 적응하면서 삶의 의욕을 되찾아가고 있다.


산단베키 자살명소


엔당 크레딧 이후 짤막한 영상이 나온다. 산단베키에서 후지야부 목사는 모리의 자살 소식을 들려준다. 교회를 떠나 고향의 레스토랑에 요리사로 취업했던 모리가 3년만에 결국 자살했다는 이야기다.


'생의 마지막 한 걸음'은 '삶은 무엇인가?', 또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는 다큐 영화다. 톨스토이는 인간은 자살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인간은 정말 자살할 권리가 있을까?


2019. 8.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