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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9] 침묵하는 여성들을 위하여(A Thousand Girls Like Me)

林 山 2019. 8. 28. 10:08

해마다 내가 'EBS 국제 다큐영화제(EIDF)'를 기다리는 이유는 평소에는 접하기 어려운 중동 이슬람권 나라들에서 제작된 다큐 영화를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너무 미국과 일본 문화, 중국의 저급 문화에 치우쳐 있어서 잘못하면 문화적 기형아가 될 위험성이 다분하다.


아프가니스탄 여성 감독 사흐라 마니(Sahra Mani)


제16회 EIDF에서는 반갑게도 아프가니스탄 여성 감독 사흐라 마니(Sahra Mani)의 다큐 '침묵하는 여성들을 위하여(A Thousand Girls Like Me)'라는 작품도 출품됐다. 사흐라 마니 감독은 이 다큐를 통하여 차마 믿고 싶지도 않은 조국의 치부를 드러낸다. 이 다큐는 인내심을 가지고 봐야만 한다. 짐승만도 못한 아버지로부터 강간을 당해 임신까지 한 딸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 영화이기 때문이다.


23살의 아프가니스탄 여성 카테라는 아버지의 성적 학대를 폭로하며 정의를 위해 가족과 전통에 맞선다. 그녀의 노력은 아프가니스탄 법체계의 오류와 그 법이 지켜주지 못하는 여성들을 조명한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이 여성의 힘든 싸움은 두려움에 맞서 행동하는 힘을 보여준다.


아버지에게 강간을 당해서 낳은 카테라의 딸이자 동생


아프가니스탄 카불, 카테라는 둘째 아이 출산을 앞두고 있다. 두 번의 임신 모두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한 결과였다. 카테라의 증언이다. 아버지가 내 몸을 위아래로 만지기 시작했다. 나한테 왜 이러는 거냐고 아버지한테 물었다. 아버지는 너한테 다정하게 대하는 거라면서 모든 아버지가 이렇게 한다고 했다.


카레라는 13년 넘게 아버지에게 여러 차례 강간을 당했다. 하루는 방에 들어간 후 문을 잠그고 경찰에 전화를 했다. 아버지가 체포된 게 오후 1시였는데, 오후 4시에 집에 왔다. 아프가니스탄 경찰도 카테라를 보호해 주지 않았다.


'침묵하는 여성들을 위하여'의 한 장면


정의를 구현하려고 수년 간 노력한 끝에 카레라의 아버지는 마침내 구속되어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합의된 성교가 아니라 강간이라는 걸 입증해야 한다. 안 그러면 불법 성교 혐의로 되레 카테라가 기소될 수있다.


카테라는 증언한다. 나같은 소녀들이 수천 명은 될지도 모른다. 카테라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처음으로 근친상간 소송을 제기했다. 판사는 거짓말을 한다고 했다. 하지만 내 뱃속에 증거가 있지 않느냐! 내 말이 거짓말이라면 내 딸과 뱃속의 아기는 어디서 생겼겠는가? 법원에서 아버지에게 유죄를 선고하지 않으면 나와 내 아이는 위험에 처할 거다, 친가쪽 식구들이 우리를 가만두지 않을 거다.


다음달에 카테라는 아프가니스탄을 영원히 떠날 방법을 찾을 예정이다. 카테라가 아프가니스탄을 떠나 영원히 안식할 수 있는 곳을 찾았으면 좋겠다.


강간범 아버지의 아이를 출산한 카테라


아프가니스탄 뭐 이런 나라가 다 있나! 카테라의 아비 뭐 이런 인간이 다 있나! 이슬람 국가 다른 건 다 좋은데 남녀 차별이 너무 심하다. 그런데 사람들 특히 여성들은 왜 무슬림이 되는가? 일부다처제를 공공연히 허용하는 종교를! 이해할 수 없다.


이 다큐를 보는 내내 같은 인간으로서 분노가 치미는 것을 떨칠 수 없었다. 카테라가 아프가니스탄을 떠나 행복을 찾기 바란다. 카테라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도 카테라처럼 용기를 내서 강간범 아버지로부터 해방되기를 바란다.


2019. 8.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