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중 잠시 한가한 틈을 타 사무실에서 황차 한 잔을 마시며 여유를 갖는다. 가을을 몰고 온 대추와 함께 신경림 시인의 시 '갈대'를 음미하다.
황차와 대추
갈대 - 신경림
언제 부턴가 갈대는/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속으로 이렇게/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삶의 근원적인 비애를 노래하고 있는 시다. 모든 존재는 고독할 수밖에 없다. 모든 고통과 슬픔을 혼자서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죽음에 이르는 길도 혼자서 가야만 하는 길이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고 해도 죽음에 이르는 길은 함께 갈 수 없다. 여기서 삶의 근원적인 비애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삶의 여정에서 만난 모든 인연이 소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생은 종착역을 향해 달리는 편도선 열차다. 다시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2019.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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