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는 가라 - 신동엽 시, 김성장 서
껍데기는 가라 -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사월(四月)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군부 독재 체제의 시대 상황 속에서 친일파, 수구파, 극우파, 사대주의자 등 부정적인 세력이 물러가고 민주주의와 평화, 통일의 시대가 도래하기를 바라는 소망을 상징적인 시어를 통해 표현한 시다.
껍데기 대신 부일민족반역자, 군부독재자, 반통일 세력, 사대주의자, 부당한 외세 등으로 바꿔서 읽어도 된다. 신동엽은 그렇게 바꿔서 읽으라고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지금은 껍데기가 없을까? 이 시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할 수 있다.
2019. 10. 14.
'책 한 권 시 한 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갈대 - 신경림 시, 임 산 해설 (0) | 2019.10.15 |
---|---|
시시비비(是是非非) - 김삿갓 시, 김성장 서 (0) | 2019.10.14 |
서시 - 윤동주 시, 김성장 서 (0) | 2019.10.14 |
일하며 부르는 노래 - 하태성 신작 시집 '불량 시민' (0) | 2018.05.28 |
안재성 장편소설『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 (0) | 2018.0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