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족의 염원은 자주 독립 국가 쿠르디스탄을 건국하는 것이다. 쿠르디스탄으로 불리는 쿠르드족 밀집 거주지역은 터키 동남부, 시리아 북동부, 이라크 북부, 이란의 북서부 국경지대에 걸쳐 있다. 쿠르드족이 쿠르디스탄 지역에서 독립을 선포한다고 해도 터키와 시리아, 이라크, 이란 등 4개국이 영토를 내놓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강대국들도 터키나 이란의 눈치를 보느라 쿠르드족의 독립을 반대하고 있다. 쿠르드족이 군사력을 키워 이들 4개국을 압도하기 전에는 독립국가 건설의 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세브르 조약에서 연합국이 쿠르드족에게 독립국가 수립을 약속했던 쿠르디스탄 지도
터키와 이란은 지역 강국이어서 상대적으로 쿠르드족의 독립 가능성이 훨씬 낮다고 할 수 있다. 터키에서는 쿠르디스탄 노동자당(PKK)이 분리독립 무장투쟁을 벌이고 있다. 터키는 PKK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철저하게 탄압하고 있다. 인민민주당(HADEP)은 쿠르드족의 민족 자치권을 주장한다. 인민노동당(HEP)은 헌법재판소로부터 해산당한 뒤 쿠르드 민주당(DEP)을 창당했다. DEP는 소속 의원들의 의회에서 쿠르드어 발언으로 또 다시 불법화됐다. 민주사회당(DTP)도 강제 해산 명령을 받았다. 쿠르드 평화민주당(BDP)은 비폭력 노선으로 쿠르드인들의 기본권과 자치권 확대를 추구하는 정당이다. 전에는 PKK가 쿠르드족 투쟁을 주도했지만, 지금은 비폭력 세력이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쿠르디스탄 노당자당(PKK)
이란에서는 쿠르드 민주당(KDPI), 쿠르드 자유생명당(PJAK), 이란 쿠르디스탄 혁명노동자당 약칭 코말라(Komala), 쿠르디스탄 자유당(PAK) 등이 분린독립 투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란 쿠르드족의 대부분은 분리독립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란 쿠르디스탄 혁명노동자당 약칭 코말라(Komala) 집회
쿠르드족 독립국가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이라크 북부의 남쿠르디스탄이다. 시리아 북동부의 서쿠르디스탄도 독립국가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시리아 북동부 서쿠르디스탄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하면서 시리아 중앙정부의 통제력이 약화되자 서쿠르디스탄의 독립운동이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2014년 쿠르드족은 로자바(Rojava)라는 이름의 자치정부 수립을 선포하고, 시리아 중앙정부의 지배에서 사실상 벗어났다. 2016년 3월 17일 시리아 북동부 서쿠르디스탄의 쿠르드족은 북시리아 연방(FBS)-로자바(Rojava)를 선포하였고, 같은 해 12월 28일 새 헌법을 채택하면서 정식명칭을 북시리아 민주연방체제(DFSNS)로 개정하였다.
서쿠르디스탄 쿠르드족 민병대 인민수호부대(YPG)와 여성수호부대(YPJ)
로자바는 시리아 내전에서 다에시(IS)라는 공동의 적을 두고 미군과 동맹을 맺고, 시리아 정부군과도 협력했다. 로자바의 군사조직 서쿠르디스탄 쿠르드족 민병대인 인민수호부대(YPG)와 여성수호부대(YPJ)는 2014년부터 미군, 시리아 정부군과 함께 다에시(IS)를 상대로 싸웠다. 2019년 초에는 텔 아비아드와 라스 알아인 등 두 지역에서 다에시(IS)를 완전히 내쫓으면서 시리아 전체 영토의 1/3에 해당하는 북동부 지역을 장악해 사실상 자치를 누려왔다. 서쿠르디스탄 쿠르드족은 곧 독립국가 건설이라는 목표를 실현하는 듯했다.
시리아 북동부 국경지대 쿠르드족을 공격하는 터키군
2019년 10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서 미군 철수를 단행했다. 미국의 승인과 러시아의 묵인 하에 터키는 10월 9일 북쿠르디스탄 쿠르드족의 독립투쟁 배후 근거지를 근절하기 위해 시리아 북동부 국경를 넘어 서쿠르디스탄에 대한 무력 공격을 개시하였다. 미 트럼프 행정부의 배신으로 YPG는 터키군과 터키의 지원과 지휘를 받는 시리아 반군인 자유시리아군(FSA)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시리아 반군 자유시리아군(FSA)
로자바와 시리아 정부는 다에시(IS) 격퇴전에서는 협력 관계였지만 정세가 변하면 언제든지 적대 관계로 돌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로자바는 시리아 내에서 연방제를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로자바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Bashar al-Assad) 정부는 물론 세계 그 어떤 나라로부터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시리아의 서쿠르디스탄 쿠르드족보다는 이라크의 남쿠르디스탄 쿠르드족의 독립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시작된 이라크 전쟁 당시 쿠르드족 민병대인 페쉬메르가(Peshmerga)는 미군과 동맹군으로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린 공로로 남쿠르디스탄에 쿠르드 자치정부(KRG)를 수립했다.
남쿠르디스탄 쿠르드 자치정부(KRG) 마수드 바르자니 대통령
2017년 9월 25일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 자치정부(KRG)는 쿠르디스탄의 분리독립을 묻는 투표를 실시해서 77.8%의 투표율에 91.8%의 찬성률을 얻었다. 하지만 쿠르디스탄 민주당(KDP) 지도자 마수드 바르자니(Mesûd Barzanî)가 이끄는 쿠르드 자치정부는 내부 분열로 바그다드의 이라크 중앙정부와 협상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남쿠르디스탄의 유력 가문인 바르자니 가문은 유태인계 쿠르드족이다. 바르자니는 현재 남쿠르디스탄 쿠르드 지방정부의 대통령이다.
남쿠르디스탄 KDP와 PUK의 지배 영역
이라크 내 쿠르드족의 내부 분열은 남쿠르디스탄 독립국가 수립에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2014년 다에시(IS)가 반란을 일으켜 이라크 북부의 팔루자와 모술 등 주요 지역을 점령한 뒤 신자르에서 야지디족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야지디족을 구하기 위해 쿠르디스탄 노동자당(PKK) 민병대가 신자르 지역으로 들어왔다. 터키는 PKK 토벌을 위해 남쿠르디스탄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다. 터키의 위협에 굴복한 쿠르디스탄 민주당(KDP) 주도의 쿠르드 자치정부(KRG)는 야지디족 지역인 신자르에서 PKK의 철수를 요구했다.
하지만 쿠르디스탄 애국동맹(PUK)은 남쿠르디스탄의 PKK와 시리아 북동부 서쿠르디스탄 자치정부인 로자바(Rojava), 신자르 지역의 야지디족 민병대인 신자르 저항부대(YBŞ)에 대한 지지 선언을 했다. PUK는 또 터키 제2야당이자 친쿠르드 좌파 인민민주당(HDP)에 대한 탄압을 규탄하면서 구속된 HDP 인사들을 즉시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야지디족 민병대 신자르 저항부대(YBŞ)
PUK와 PUK 산하 페쉬메르가는 만약 터키가 남쿠르디스탄의 PKK나 신자르 지역의 야지디족 민병대인 신자르 저항부대(YBŞ)를 공격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남쿠르디스탄의 청년들도 터키 침공에 대항하기 위해 칸딜(Qandil) 산맥의 PKK를 지지 방문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쿠르디스탄 민주당(KDP) 지도부
야지디족과 PKK 문제로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 내 KDP와 PUK의 내분은 내전을 촉발시킬 수 있는 단계까지 계속 증폭되고 있다. 쿠르드 자치정부는 이라크로부터의 분리독립은 커녕 당장 친이라크 PDK 쿠르디스탄과 친이란 PUK 쿠르디스탄으로 분단될 수도 있는 정치적 위기에 처해 있다.
남쿠르디스탄 북부는 현 쿠르드 자치정부(KRG) 수반 바르자니가 이끄는 KDP, 남부는 KRG 연정 파트너이자 이라크 대통령직을 맡고 있는 PUK가 장악하고 있다. 군사조직인 페쉬메르가도 KDP와 PUK가 각각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다에시(IS)와 전투에서 새로 뺏은 지역 중 유전지대인 키르쿠크 지역에서는 PUK와 PKK의 군사력이 KDP보다 월등하다. KDP 주도 KRG는 이라크 중앙정부와 키르쿠크 시 관할권 분쟁에서 PUK 없이는 발언권이 약할 수밖에 없다. 키르쿠크 유전지대에서 생산되는 원유는 남쿠르디스탄 경제력의 바탕이 되고 있다.
쿠르디스탄 애국동맹(PUK) 집회
KRG 수반 바르자니의 지도력이 하락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KDP는 PUK의 분당으로 PUK 지역에서 한때 제1당까지 넘봤다. 하지만 최근 선거에서 바르자니가 이끄는 KDP는 PUK 지역에서 패배함으로써 소수정당으로 밀려났다. 현재 KDP와 PUK는 정책과 이슈에서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여기에 양당에 충성하는 독자적인 페쉬메르가를 보유하고 있어 언제든지 내전이 발발할 수 있는 조건이 상존하고 있다.
미국은 주요 무기 수출국이자 세계 최대 쿠르드족 거주국인 터키의 반발을 고려해 남쿠르디스탄의 독립국가 수립에는 매우 미온적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KRG와 매우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바르자니 가문이 유태인계 쿠르드족이기 때문이다. KRG는 이스라엘로부터 상당한 지지와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쿠르디스탄의 독립을 지지했다. KRG는 터키 정부와도 관계가 나쁘지 않다. KRG가 터키를 통해서 원유 거래를 하면서 서로 막대한 이득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터키 동부 아라라트 산
쿠르드족의 독립에 아르메니아가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1927년 쿠르드인들이 터키 동부 아라라트 산 일대에 아라라트 공화국을 세운 적이 있다. 아르메니아는 아라라트 산 주변에서 건국했기에 아르메니아인들에게 이 산은 성지였다. 아르메니아인들은 자신들의 성지에 나라를 세운 쿠르드족과 전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5,000명이 넘는 아르메니아인들이 죽었다. 쿠르드족이 독립한다면 아라라트 산을 두고 아르메니아인들과 또 사생결단의 전쟁이 벌어질 것이 뻔하다. 그래서 아르메니아는 쿠르드족의 독립을 반대하고 있다.
해외에 거주하는 쿠르드족의 발언권이 약한 것도 독립운동에 제약이 되고 있다. 쿠르드족은 독일과 이스라엘 등 외국에 200만 명 정도 거주하는데, 미국 거주자는 15,400명뿐이어서 국제적 발언권이 매우 약하다. 쿠르드족은 미국을 움직이는 유태인들처럼 국제적 발언권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2019.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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