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의학 건강 이야기

시어머니로부터 온 전화 '원장님 며느리가 임신했어요~!'

林 山 2019. 11. 25. 09:49

한 달 하고도 보름 전이었을 거다. 단골로 내원하는 60대 중반의 시어머니가 20대 중반의 며느리와 아들 부부를 데리고 왔다. 다년간의 임상 경험으로 볼 때 이런 경우는 십중팔구 아기 문제였다. 아니나 다를까! 하나밖에 없는 며느리가 임신 3~4주차에 유산을 한 뒤로부터 1년이 훨씬 넘었는데도 임신(姙娠, pregnancy)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며느리가 아기를 가질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먼저 며느리의 얼굴부터 살펴봤다. 사람의 얼굴은 많은 정보를 알려준다. 환자를 살펴보는 것을 시진(視診)이라고 한다. 며느리는 애리애리하고 아담한 체구에 얼굴은 작고 창백한 편이었다. 언뜻 봐도 전형적인 소음인(少陰人) 체질이었다. 소음인은 일반적적으로 양기(陽氣)가 부족해서 몸이 전체적으로 차가운 것이 특징이다. 특히 배와 손발이 차다. 양기가 심하게 부족한 사람은 무더운 한여름에도 발이 시려서 잘 때 양말을 신고 자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양기란 무엇인가? 사전에는 '양의 속성을 가진 기, 음기(陰氣)에 상대되는 말, 정력, 남자의 성기능'이라고 나온다. 양기란 태양(陽)의 기운(氣)이다. 태양계의 모든 생명체는 태양의 기운으로부터 온 것이다. 태양이 없으면 지구의 식물과 동물은 물론 인간도 생존할 수 없다. 따라서 양기는 따뜻한 기운, 생명을 잉태하는 기운이라고 할 수 있다. 곧, 생명 에너지다. 


불임(不姙)이나 난임(難姙) 여성은 대개 몸이 찬 경우가 많다. 몸 가운데에서도 특히 자궁(子宮, uterus)이 위치한 하복부가 차다. 하복부가 차가우면 혈액순환이 불량하게 되고, 어혈(瘀血)이 생겨 생리불순(生理不順)과 생리통(生理痛, dysmenorrhea)이 발생한다. 하복부가 차가와서 생명을 잉태하는 기운, 생명 에너지가 부족하면 임신이 어렵게 된다.     


며느리는 바로 양기가 매우 부족한 체질이었다. 며느리는 아랫배와 손발이 차고, 생리통이 심하다고 했다. 발이 너무 시려서 여름에도 양말을 신고 잔다는 것이었다. 며느리는 양기 부족증 외에도 식욕부진, 변비, 수족다한증(手足多汗症), 다몽(多夢), 숙면(熟眠) 곤란 등의 증상을 가지고 있었다. 식욕부진과 변비는 비허증(脾虛症)으로 인한 것이었다. 다몽, 숙면 곤란, 수족다한증 등은 심허증(心虛症)과 연관이 있었다. 이런 체질은 임신도 어렵거니와 임신을 하더라도 유지하기가 어렵다. 


가문에 하나밖에 없는 며느리라 대를 잇게 해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에 어깨가 무거웠다. 며느리에게 여성의 불임과 난임, 생리불순 치료의 한의학 명방 조경종옥탕(調經種玉湯)에 양기와 심비를 보하는 한약을 가미하여 처방했다. 난소(卵巢, ovary)의 혈액순환을 도와 난자를 성숙시키는 한편 월경(月經, menstruation)을 고르게 하고(調經), 자궁을 튼튼하게 만들어 태아의 성숙 조건을 개선(種玉)시키므로 조경종옥(調經種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육린주(毓麟珠)도 여성 불임과 난임의 명방이다. 특히 자궁발육부전으로 인한 불임, 난임에는 육린주를 쓴다. 부익지황환(附翼地黃丸), 사물황구환(四物黃狗丸)도 여성 불임, 난임에 쓰는 처방이다. 


남성 불임, 난임에는 오자연종환(五子衍宗丸)을 쓴다. 오자연종환은 정력 감퇴, 조루증, 발기부전 환자에게도 처방하는 '한방 비아그라'라고 할 수 있다. 남성 불임에는 경옥고(瓊玉膏)나 공진단(供辰丹)도 응용할 수 있다.


아침에 출근하니 시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와 있었다. 시어머니는 다소 흥분된 목소리로 '원장님 며느리가 드디어 임신을 했어요~!'라며 기쁜 소식을 전했다. 얼마나 기뻤으면 아침 댓바람에 전화를 했을까! 조경종옥탕 두 제를 채 다 복용하기도 전에 임신이 된 것이다. 축하를 해주고, 목적을 달성했으니 남은 한약은 복용을 중단하라고 이르고는 전화를 끊었다. 


한 가문의 대를 잇게 해주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하다. 이럴 때는 한의사로서 큰 보람을 느끼곤 한다. 며느리가 앞으로 임신 기간을 잘 유지해서 건강한 아기를 출산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삼신할매의 가호가 있기를_()()()_ 


2019. 1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