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를 끝내고 원장실로 돌아오자 일본에서 온 전화가 기다리고 있었다. 약간 나이가 든 남자의 목소리였다. 재일교포라고 했다. 부친의 병환 때문에 실례를 무릅쓰고 전화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양해를 구했다.
사연인즉슨 82세의 부친이 지난 10월 중순부터 황달(黃疸, jaundice)이 왔는데 낫지를 않는다는 것이었다. 4년 전 위에서 악성 신생물(암)이 발견되어 위를 통째로 들어내는 절제술을 받았다고 했다. 일본 의사들 소견으로는 간과 담낭 사이의 이물질이 황달의 원인이라고 했다.
황달에 걸린 눈
'일본의 대학병원에도 가봤나요? 황달의 원인을 아는데도 치료를 할 수 없답니까?' 하고 내가 물었다. 대학병원 등 여러 병의원을 다녔는데도 의사들로부터 방법이 없다는 말만 들었다고 했다. 집에 가서 자연적으로 낫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환자의 보호자로서는 이처럼 답답할 데가 또 없을 것이었다.
고령의 환자를 일본에서 한국으로 모시고 오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황달을 치료할 수 있는 한약 처방 대시호탕(大柴胡湯)을 일러 주었다. 대시호탕은 소화기계 질환인 위염, 위산과다증, 위궤양, 장염, 대장염, 십이지장궤양, 변비, 구취증, 딸꾹질 등에 많이 쓰이면서 간염, 간경변증, 황달, 담낭염, 담석증, 췌장염 등의 치료에도 많이 쓰이는 한약 처방이다. 단, 대시호탕은 열성 질환이면서 맥과 증이 다 실증(實證)일 때 쓴다.
황달은 적혈구의 파괴로 인해 생성되는 빌리루빈이 축적되어 눈의 흰자와 피부가 노랗게 변하는 것을 말한다. 빌리루빈의 양 자체가 많거나 간에서 대사 및 배설에 장애가 생기면 몸에 축적되어 황달이 발생한다. 즉, 황달은 빌리루빈의 과잉 생산, 간세포에서 빌리루빈 대사과정의 장애, 간세포나 담도의 손상으로 인한 빌리루빈의 역류에 의해서 발생한다.
황달에 걸린 손(위)과 정상 손(아래)
한의학에서는 황달의 원인을 습열사(濕熱邪)라고 본다. 황달은 간염(hepatitis, 肝炎), 간경변(liver cirrhosis, 肝硬變) 등 염증성 질환으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 습열로 인한 황달에는 주로 인진오령산(茵蔯五苓散)을 쓴다. 이수제(利水劑)인 오령산(五苓散)에 간담(肝膽)의 습열을 치료하는 인진을 가미한 것이다.
요즘에는 간염, 간경변, 황달, 알콜성 간질환을 두루 치료하는 생간건비탕 (生肝健脾湯)을 많이 쓴다. 생간건비탕은 인진오령산에 가감위령탕(加減胃苓湯)을 합방한 처방이다. 간담과 비위(脾胃)의 습열을 없애고 이담(利膽), 건비(健脾), 이뇨(利尿)를 도모하여 간의 생리기능을 증진시킴으로써 급만성 간염, 간경변증, 황달 등의 치료에 효과가 매우 뛰어난 처방이다.
일본의 교포 황달 환자가 대시호탕을 복용하고 쾌유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약사여래(藥師如來)의 마음으로 _()()()_
2019.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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